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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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 경제의 단기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르는 부정적인 파급 영향에 대한 우려로 채워져 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고려해보면 비록 단기적이긴 하나 세계의 성장 엔진인 중국 경제의 둔화는 큰 리스크이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경고음 가운데 중국 경제가 빠질 수 있는 몇 가지 함정과 그것이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중장기에 걸쳐서 말이다.

우선 중국 경제가 더는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하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져 과거 고성장세가 절반으로 꺾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35년까지 앞으로 15년간 중국 경제 성장률은 평균 3%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대에 보여주었던 연평균 7%대 후반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만약 생산성 하락 폭이 지금보다 커지고, 내수주도형으로 성장 구조의 전환이 느려지는 가운데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중국 내부의 리스크가 커진다면 2% 후반대 경제 성장률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 경제가 ‘타키투스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타키투스 함정은 정부가 어떤 말을 하든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현상이다. 타키투스는 로마의 역사가로, “일단 황제가 인민이 미워하는 대상이 되면, 그가 하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사람들의 혐오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중국 정부가 이런 처지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상류층의 부패 문제, 인권 문제, 홍콩 문제 등에서 보듯이 중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점차 약화한다면 경제 또한 중장기적으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투키디데스 함정’도 주요 리스크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다. 그는 지중해 해상교역을 통해 축적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적 패권까지 장악하려던 신흥 강대국 아테네와 이를 견제하려던 기존 패권국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두 국가를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즉,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 서로를 피폐케 하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업, 기술, 국방, 외교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양국을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공급망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국이 만약 이 세 가지 함정 중 어느 하나에라도 빠진다면 그야말로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그 영향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최대한 그런 일은 없도록 직간접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미국과 충돌보다는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이런 소식이 현실화해 우리 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 여건 변화로 인한 악영향에서 자유로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