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 조선일보 DB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새해 임인년(壬寅年) 부동산 시장도 지난해와는 판도가 다를 것이다. 올해 시장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세입자의 움직임이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므로 지역에 따라 울퉁불퉁한 장세가 나타날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는 만큼 ‘영끌 빚투’는 금물이다. 내 집 마련 방법으로 신규 분양에 관심을 두되 여의치 않으면 급매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주목해봐야 할 부동산 시장의 네 가지 키 포인트를 요약하면 이렇다. 


‘탈전세 내 집 마련 수요’ 주목

새해는 임대차 3법이 시행(2020년 7월 말)된 지 만 2년째 되는 해다. 2020년 하반기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은 큰 고민을 안게 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서울 100대 아파트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77.7%에 달한다. 세입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재계약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많게는 두 배까지 올라 세입자의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당시 재계약했던 세입자들이 이제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다. 즉 현 시세대로 전셋값을 올려 계약하든지, 상승분만큼 월세로 지급하는 반전세로 계약하든지, 아니면 아예 전세에서 벗어나 집을 사는 것이다. 시장의 이슈는 세입자들이 어느 정도 집을 매수할 것이냐 여부다. 이른바 ‘탈전세 내 집 마련 수요’가 새해 아파트 시장의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의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 비율)은 65.9%다. 집값의 60% 이상 보유한 세입자들의 움직임이 결국 집값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새해 집값은 전문가에게 묻지 말고 세입자에게 물어보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세입자들은 주로 전세가 비율이 높은 아파트, 중대형보다는 중소형, 고가보다는 중저가 아파트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된다.


굿바이 영끌 빚투

새해 두 번째 포인트로 굿바이 ‘영끌 빚투’를 꼽고 싶다. 이제는 (과도한) 빚테크는 잊어라.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레버리지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일부 담보대출 금리가 연 5%를 넘었고 심지어 올해는 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가 낮고 집값이 크게 오른다면 제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대한 대출을 내서 투자하는 방법이 최대의 수익을 거두는 효율적인 자산 관리 전략이다. 하지만 고금리, 집값 정체 상황에서는 무리한 레버리지는 언덕이 아니라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연을 날릴 때는 연줄을 모두 풀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은 교훈적이다. 요즘 30대들은 빚(부채)을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하다. 한마디로 빚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인 것 같다. 대출 많이 받는 게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영끌 빚투’를 모르면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 안 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사실 집을 구매할 때는 기본적으로 레버리지를 안을 수밖에 없다. 내 집 마련이 생애 최대의 쇼핑이라고 할 만큼 집값이 비싸 대출은 필수다. 하지만 너무 과도할 경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적정 대출을 통한 실속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출금은 집값의 30% 이내에서 빌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매달 갚는 대출 원리금은 월 급여의 30% 이내가 바람직하다.


지역별 울퉁불퉁 장세

올해 집값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낸다. 일부 재야 고수들은 집값 하락을 점치기도 하지만 제도권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새해에 전국 주택 가격이 전년 말 대비 2%, 주택산업연구원은 2.5% 오를 것으로 각각 예상한다. 필자도 비슷한 생각이다. 3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점, 전세난에 따른 세입자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감안해볼 때 집값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통계 수치상 플러스를 보인다고 해도 피부로 느끼는 상승 폭은 극히 미미할 것이고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클 것이다. 한마디로 무차별 장세가 아니라 차별적 장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산사태’로 전국 집값이 동시에 오르는 지역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주택 규모 84㎡(33평형) 아파트값이 대구나 부산은 최고 17억원, 심지어 규제가 없는 광주나 제주도까지 10억원을 찍었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유동성 장세가 서서히 마무리되므로 지역에 따라 울퉁불퉁한 장세가 나타날 것이다. 지역 여건에 따라 시장이 따로 놀 것이다. 일부 공급이 많은 지방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국 통계 지표를 보지 말고 우리 동네 사정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급매물 테마 부상할 듯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급매물 테마가 부상할 수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심한 거래 부진에 시달릴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올해 집값은 크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지역별로 급매물이 눈에 띌 것이다. 그것이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감면에 따른 절세 매물이든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서 나온 급매물이든 말이다. 집값 통계 수치보다는 내가 실제 살 수 있는 매물 가격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 집 마련으로 청약이 가장 낫지만 여의치 않으면 급매물 공략이라는 계획을 짜야 한다. 

급매물은 시세보다 5~10% 정도 싼 매물이지만 금액이 커지면 3~5%가 될 수도 있다. 절세 매물을 잡으려면 사전에 계획을 짜야 한다. 가령 미리 부동산 중개업소에 연락해 매물이 나오면 우선적으로 연락해줄 것을 부탁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급매물을 잡는 한 가지 팁. 가령 급매를 노릴 때는 곳곳에 그물을 쳐 놓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붕어 낚시하듯 한곳에 머물기보다 대상 지역을 넓히는 그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강남 입성이 목표라면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 한정해 찾을 것이 아니라 송파구나 서초구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그물을 쳐 놓는 범위는 최소 10개 동, 50개 아파트다. 그래야 그중 하나가 걸리는 것이다. 또 중도금 없이 한 달 이내 결제나 일시불 결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급매물은 전세를 낀 매물일수록 쌀 것이다. 당장 입주할 수 없다면 그만큼 가격이 할인될 수밖에 없다. 집값의 40% 정도는 손에 쥐고 있어야 급매물에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급매물 잡기 전략을 현실화하려면 자금 계획이 급선무라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