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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기업은 인재 유치 전쟁을 벌이는데 지방대학은 정원을 못 채워 위기를 겪고 있다. 왜일까. 대한민국은 2020년 인구 정점을 지나 인구오너스(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면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의 시대를 맞았다. 인구가 줄어들면 인재유치 전쟁도 시작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혁명과 바이오 혁명이라는 쌍대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국민의 역량은 성인이 될수록 하위권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한국 성인의 역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다. 한국은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피사(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는 반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피악(PIAAC·국제성인역량조사)에서 낮은 결과를 보인다. 

한국은 30대 이후 국민 역량 투자가 국제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성인은 공식, 비공식의 교육 학습에 참가하는 비율이 OECD 국가 중 26위(2019년 기준)로 터키 등과 함께 하위 4개국에 속한다. 나이가 들수록 역량구축 기회가 별로 없어 50대 이후 성인의 역량은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서구사회에 비해 노동 시장의 진입은 2~3년 늦은 데 비해, 퇴직 시기는 5~10년 빠르다. 퇴직 후에는 자영업이나 단순노무직에 다시 뛰어든다. 그 결과 자영업 비중이 약 22%로 OECD 평균 11%보다 약 두 배 높다. 고령자의 직업은 단순노무직에 머물고 고령자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 세 배가 넘는 수준에 이른다. 국가 전체 국민 고용률은 65%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반면 78% 수준의 국민 고용률을 기록한 북유럽 국가는 PISA에서 높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지만 PIAAC에서는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 이는 평생학습사회로 평생에 걸쳐 역량 개발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까지는 기초 역량을 다지고 성인이 되면 전문 역량을 키워가도록 국가가 지원한다. 그 결과, 북유럽 국가는 가장 오래 일할 수 있는 나라이고, 50대 이후 전문가 노동 참여 비율이 높다. 

한국 사회는 개발도상국을 지나오는 동안 국민 역량 구축보다는 장비 역량 구축 정책에 몰입했다. 이것이 장비투자주도형 경제를 만들었고,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만들었다. 대량생산방식으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힘이 됐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든 만큼 더 이상 저원가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원가 경쟁력을 원천 기술력과 차별화로 극복해야 한다. 원천 기술과 차별화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만들어진다. 지금과 같은 육체노동 중심의 직무 유형으로는 선진국의 차별화, 개발도상국의 원가 경쟁력에 밀릴 위험이 크다. 최고의 복지는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다.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의 역량을 키우는 평생학습사회를 통해 역량 있는 국민을 만들어가는 정책의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육체노동 중심의 직무 유형을 전문노동 중심으로 직업체계를 바꾸는 ‘휴먼전환’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다. 사회복지가 아니라 노동복지로 풀어야 사람이 부담이 아니라 혜택이 되는 사회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관리자가 아니라 전문 노동의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선도국가로 대전환을 위해 평생학습사회 구축 등 국민교육 대개혁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