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야드 전경. 사진 현대중공업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야드 전경. 사진 현대중공업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새해를 맞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지만 국내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나 중국 리스크 등은 여전히 세계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통화정책 전환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세계은행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도 주의 깊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정도다. 우리 경제 규모가 지난 2021년에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2년 연속 세계 10위를 달성했고, IMF(국제통화기금) 전망대로라면 아마 올해도 세계 10위를 지킬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더 고무적인 평가도 있다. 조만간 한국이 일본을 대신해 G7(주요 7개국)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히토츠바시대 명예교수의 일본 경제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자국에서는 물론 국내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노동 생산성, 악화일로의 재정 건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일본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대신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해 오면서 통화 가치 및 높은 구매력 수준을 유지한 덕분에 조만간 양국 경제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일본 내에서 이런 견해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표면상으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을 때라면 더욱 우리 경제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타인의 말은 끝까지 조심스럽게 들어봐야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있듯이 정말 우리가 주의해서 들어야 할 말은 한·일 양국 경제의 현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일본의 지위가 이렇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일본인은 언제부터인가 겸허함을 상실했다”면서 “1960년대의 겸허함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일본 재생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는 노구치 교수의 지적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경제에 대해 반문해 볼 때다. 반도체, 가전,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소위 주력 산업이라 불리는 산업군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은 지 이미 오래됐고, 관련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음악, 영화, 드라마, 식품, 관광 등 몇 안 되는 선진국만이 향유해 왔던 문화 경쟁력도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가 즐겨 찾을 수 있게 됐다. 가히 ‘한류가 대세’라 할 만한 기세이고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기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대내적으로 보면 고령화·저출산 현상 심화, 투자 부진, 생산성 개선 지연 등 공급 측 문제로 이미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중장기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건전하다고 평가받는 재정 여력도 점점 어려워져 간다. 그렇다고 신성장 동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경제적 양극화 등 갖가지 사회적 갈등 요인도 나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언젠가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본 노학자의 한탄처럼 겸손할 필요가 있고, 더 많이 배워야 하며, 더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이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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