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회사는 국제 바이오 행사에 참가해 자신의 회사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다양한 바이오 회사와 투자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바이오 회사는 국제 바이오 행사에 참가해 자신의 회사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다양한 바이오 회사와 투자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학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학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바이오 회사들이 회사의 활동을 홍보하고 투자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사업 개발(BD·Business Develop-ment)이다. 바이오 업계에서 ‘기술 수출’의 단어가 갖는 상징성이 크고, 마치 물질의 기술 수출이 BD 임무의 전부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바이오 회사의 사업 개발 부문은 다양하고 활동 내용도 다채롭다. 그중 하나로 회사를 대외적으로 소개하고 여러 가지 사업 개발 기회를 모색하는 방법이 바로 바이오 관련 행사 참석이다.

여러 국제적인 바이오 관련 행사 중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라는 회의는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대규모 바이오 분야 국제회의다. 바이오 분야 전문가에게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형식으로 전환했으나, 원래는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각국 바이오 관련 회사와 투자사가 모여 활발히 교류하고 사업 개발과 계약이 이뤄지는 기회와 도전의 장이다.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회사도 회사의 존재감과 가치를 높이는 목적으로 이 회의에 참가하고, 이 사실을 널리 홍보한다.

이 회의는 초청받은 회사만 참가하는 형식을 취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바이오 회사는 파이프라인, 연구 활동, 사업 계획 등을 발표하고 투자사와 접촉하며 회사를 소개할 기회를 얻는다. 주변 호텔과 식당은 모두 예약이 마감되며 여러 회사를 대표해 참가한 사람들 간 교류의 장이 된다. 특히 글로벌 대형 제약사는 호텔 전체를 만남의 장으로 이용해 위엄을 과시하며 다른 바이오 회사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행사장 안팎에서 활발한 바이오 회사, 투자사 간 교류

이 행사에 참가하는 바이오 회사는 우선 초청되면, 회의 참가 전에 주최 측에 참가하고 싶은 분야를 신청하여 날짜와 시간을 배정받는다. 회사를 소개하는 발표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참가 글로벌 제약사 등 회사나 투자사와 미팅을 잡을 수 있다.

바이오 회사 입장에선 한자리에서 다양한 사업 활동을 할 수 있고 회사의 이름을 알리는 좋은 기회다. 때문에 이 같은 행사에 초청받은 회사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 주는 것이 옳다. 그러나 행사의 속을 들여다보면 부익부 빈익빈의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행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돼 이런 차별이 많이 완화됐으나 대면 행사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회사를 소개하는 발표가 대회의장과 소회의장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 때문에 아직 국제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회사들은 소회의장에서 ‘우리끼리 모여서 발표하고 들어준다’는 푸념을 하며, 대회의장의 열기와 자신들을 비교하기도 했다.

투자사와 미팅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에 투자하려는 회사와 투자를 유치하려는 회사 관계자들의 태도 차이는 매우 극명하다. 행사장 밖에서의 접촉도 활발한데, 이미 기술 수출이나 기타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끼리는 사업의 진행 과정에 대한 업데이트, 계약 변경 사항이나 추가 논의 사항을 위해 미팅을 한다. 새로운 물질을 매개로 한 사업을 개발하고자 하는 회사들은 이를 소개하고 공동 개발이나 기술 수출 등으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접촉을 시도한다. 해마다 기술 수출이나 공동 개발 등의 성과 발표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뤄진다.

또한 행사 중에 댕겨진 불씨를 계속해서 키워서 큰 불꽃으로 만들어 대형 계약이 성사되는 예도 적지 않게 있다. 물론 항상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상호 간의 합의가 불발되거나 타협이 안 돼 계약이 파기되고 협상이 결렬되기도 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활동이 인적·물적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회의 기간 중 벌어지는 크고 작은 회의나 연회 등을 통해서 바이오와 관련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 인력과 교류를 하고, 신약 개발에 필요한 여러 물질이나 인프라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회의의 결과물이고 미래의 자산이다.


국제무대에 데뷔하고 전문가 평가받는 절호의 기회

그렇다면 바이오 업체가 이런 국제 행사에 참석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은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것이다. 아이돌 연습생이 피나는 훈련과 노력을 해서 다른 연습생과 경쟁에서 이겨서 데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데뷔를 한다고 꼭 흥행에 성공하고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데뷔하는 것은 도전의 첫 고개를 넘은 것이라고 인정해 줄 만하다.

다음은 내가 갖고 있는 자산, 즉 물질·기술 혹은 인프라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들로 이뤄진 여러 집단으로부터 공통된 지적을 받을 기회는 흔하지 않고, 고치고 수정해서 더 단단하고 완성도 높은 자산으로 다듬을 수 있다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소비한 시간과 지출한 적지 않은 경비는 미래에 이윤이 많이 남는 장사를 위한 투자가 되는 셈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바이오는 특히 자아도취에 빠지기 쉬운 분야다. 나만 옳고 내 것이 최고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만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빈손으로 끝나거나 엄청난 거품이 빠지는 순간, 많은 사람이 경제적 손실과 허탈감과 배신감으로 정신적 피폐를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런 국제 행사에선 남들이 하고 있는 것, 경쟁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들을 파악하고 비교할 수 있다. 내 현주소와 한계를 깨닫고 매너리즘과 나태에서 깨어나고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깥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제약사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노는지도 눈여겨보고 배울 만하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긍정적인 만큼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 그것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지나친 과장을 삼가는 것이다. 충분한 의미가 있고 권위와 신뢰를 얻고 있는 행사이지만 다른 유사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의미 있는 산학 행사가 많다. 마치 특정 행사만이 전부이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회사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음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참가자들 사이에도 부익부 빈익빈, 우열반이 존재하며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나를 강자로 만드는 내실을 기해야 한다. 열등한 것은 감출 것이 아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도전하는 동기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유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마치 행사 중에 글로벌 제약사들과 미팅을 통해 기술 수출이 당장에 이뤄질 수 있는 것 같은 홍보가 종종 이뤄진다. 결과를 궁금해하는 주주들은 결과물이 없거나 후속 발표가 없을 때 실망해 비판과 비난을 쏟아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작은 불씨가 큰 불꽃으로 되고 바이오 분야의 연습생이 스타로 커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의 일부로 충분히 이해시키고 노력에 대한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흥분되는 큰 무대에서 마음껏 노래 부르고 춤추는 세계적인 스타 탄생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