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조선일보 DB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큰돈을 벌고 싶다면, 역발상으로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역발상 투자 이론의 창시자이자 최고의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캐나다 출신의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은 군중심리에 휩쓸린 충동적 투자를 가장 위험한 최악의 투자로 경계했다. 그는 오히려 대중과 역행하는 투자를 즐겼다. 즉 남들이 선뜻 나서기를 꺼릴 때 과감히 투자하고, 남들이 투자하려고 몰려들 때 빠져나오는 역발상 투자를 즐겼던 것이다.

역발상 투자는 위험이 커지는 만큼 수익도 커진다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과도 일견 통한다. 그렇다고 역발상 투자가 맹목적인 청개구리식 투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청개구리식 역발상 투자로는 큰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헤어나기 어려울 만큼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동산 투자도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역발상 투자는 잘될 경우 많은 수익을 안겨다 준다. 통상 남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값싸고 유리한 조건으로 우량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점은 부동산 역발상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실(實)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된 선택을 할 때는 투자 금액이 큰 만큼 그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 만일 부동산 역발상 투자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낭패를 보게 된다면 분명코 이는 부동산 역발상 투자의 허(虛)일 뿐이다. 사례를 통해 좀 더 살펴보자.


성공 사례│남들이 투자를 꺼리는 시점을 적기로 여겨 우량 부동산을 값싸게 매입한 A씨

부동산 역발상 투자 덕분에 자산가로 거듭난 A씨(남·53세). 그의 대표적인 성공 작품은 단독주택 투자에서 나왔다. 결혼과 동시에 처가가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주거지로 선택한 A씨. 그런데 당시 그가 다니던 회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까닭에 출퇴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얼마 후 그는 출퇴근으로 인한 시간 낭비와 고충을 줄이고자 직장과 가까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조그마한 빌라 한 채를 전세 얻어 이사하게 된다. 당시 그가 직장 때문에 새 거주지로 선택한 동네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이면에 있었으며, 단독주택, 연립주택, 상가건물 등이 혼재한 곳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새로운 동네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직장인 A씨에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국가적 위기였기에 그의 직장생활 역시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빌라를 소개해줬던 동네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대지 241㎡짜리 2층 단독주택이 소유자의 사업 실패로 급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상권이 확장되고 있어 소개받은 단독주택 역시 향후 상가주택으로 용도변경될 가능성이 컸고,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매물로 나온 단독주택의 시세는 최소 두 배 이상 오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단독주택이 매물로 나온 시기가 IMF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8년 하반기라는 점이었다. 부동산 시장 상황은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고, 당연히 일반 대중에게 부동산 투자는 기피 대상으로 각인됐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국가적 경제위기로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를 꺼리는 시점이야말로 우량 부동산을 가장 값싸게 매입할 수 있는 적기이며, 더욱이 집주인의 피치 못할 사정상 급매물로 나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옳았다. 해당 지역은 2005년 이후 상권이 크게 확장하면서 지금은 의류, 커피숍, 레스토랑, 화장품 매장, 병의원 등이 모여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으로 손꼽는 ‘가로수길, 세로수길 상권’으로 변모했으니 말이다.

몇 해 전 A씨는 당시 매입했던 단독주택을 헐고 공사비 10억여원을 들여 5층 규모의 상가빌딩(연면적 825㎡)으로 재건축했다. 금상첨화라고 했던가. 2022년 5월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 구간(강남역~신사역)과 곧 시작될 위례신사선 지하철 착공 기대감에 해당 부동산은 부르는 게 시세일 만큼 귀한 존재로 변모해 있었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신축된 이 상가빌딩의 시세는 120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또한 임대 수요가 풍부해 공실 걱정 없이 매월 1800만원(관리비 수입 별도) 이상의 임대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A씨가 1998년 말 매입했던 가격이 8억원 선이었고, 이후 들어간 재건축 공사비 12억원을 추가하더라도 500% 이상의 (세전) 투자 수익률을 확보한 성공적인 역발상 투자 사례다.


실폐 사례│시장 흐름에 역행한 청개구리식 부동산 투자로 큰 손실을 입게 된 B씨

시장의 흐름을 무시한 채 청개구리식 부동산 투자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손실을 입게 된 사례도 있다.

2년 전 분양형 호텔(총 300실 규모)에 투자한 B씨(여·41세)의 경우 역발상 투자가 대박은커녕 쪽박으로 이어진 경우다.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상반기 어느 날, 그녀는 한 지인의 소개로 급매물로 나온 강원도 모 관광도시에 있는 분양형 호텔 5개 실을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B씨의 경우 해당 지역에 거주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음은 물론, 분양형 호텔이라는 부동산 상품의 특성(장단점)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다. 단지 고수익이 보장되는 급매 상품(분양가의 60~70%수준)이라는 감언이설에 현혹돼 투자했던 것이다.

사실 그녀가 지인으로부터 해당 분양형 호텔을 소개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호텔을 운영하는 시행사 측 위탁운영사 직원의 브리핑을 받게 된 직후, 자신의 생각을 바꾸게 된다.

위탁운영사 직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는 조만간 종식될 것이고, 이에 따라 해외 관광객도 급증하게 될 것이니 향후 전망이 밝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부 수분양자들이 코로나19 사태에 지레 겁을 먹고 분양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내놓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호기라면서 이것이 부동산 역발상 투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B씨가 분양형 호텔에 투자한 직후 나타난 결과(임대 수익률)는 냉혹하기만 했다. 분양 당시 시행사 측이 장담했던 연 10% 이상의 투자 수익률은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급감함에 따라 최근에는 수익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 투자 금액의 절반을 대출을 통해 마련했는데, 금리마저 급등하게 돼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매물로 내놓더라도 문의자를 찾기 힘들고 턱없는 가격만 언급할 뿐이다. 분양형 호텔의 경우 일반 중개업소에서 다루지 않는 부동산이라는 점을 간과했던 B씨. 안타깝지만 시장 흐름에 역행한 청개구리식 역발상 투자로 큰 손실을 보게 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