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1월 25일(이하 현지시각) 100인 이상인 민간 기업 직원들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공식 철회했다. 이는 ① 지난해 11월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민간 기업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조치에 대해 미 연방대법원이 1월 13일 “과도한 권한 행사”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직업안전보건청은 이날 백신 접종 의무화 철회 방침을 밝히면서도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코로나19 위험에 대항하기 위해 접종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정부는 8400만 명에 이르는 민간 기업 종사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미접종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가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에는 백신 접종 거부자가 많아 접종률이 정체 상태를 보이자 바이든 정부가 강수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백신 의무화를 주도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며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판단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백신 의무화가 경제를 더 망가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바이든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의 백신 정책을 책임지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사진 아래 파우치(Fauci)와 파시즘(fascism·전체주의)을 합성한 ‘파우치즘(FAUCISM)’이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이 보인다. 사진 블룸버그
1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바이든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의 백신 정책을 책임지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사진 아래 파우치(Fauci)와 파시즘(fascism·전체주의)을 합성한 ‘파우치즘(FAUCISM)’이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이 보인다. 사진 블룸버그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 교수 MIT 경제학 박사, 전 백악관 경제자문관, 전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 교수 MIT 경제학 박사, 전 백악관 경제자문관, 전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

바이든 정부의 민간 기업 직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는 과도한 권한 행사였을까.

오스트리아,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최소 근로자, 최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의무화 조치를 시행할지 숙고 중이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 의료진 또는 5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반면 덴마크와 영국에서 백신 접종은 개인 선택의 문제다. ② 백신 강제 접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미국만큼 강하다.

코로나19 백신은 효과가 있다. 백신 미접종자의 사망 위험은 백신 접종자보다 약 1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믿는 미국인 중에서도 ‘백신 접종이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의 의무화 조치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공 정책에 자유방임주의가 기본 전제로 깔려야 한다는 가정은 정부 개입 이전에 시장 실패가 우선 확인돼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시장 실패는 그동안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경제 개발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대표적이다. 환경 오염을 직접적으로 일으키지 않은 사람들도 대기·수질 오염 등 다양한 문제로 피해를 입는다. 그 결과 너무 많은 오염 물질이 발생한다. 시장 실패의 또 다른 유형으로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공공재, 독점권 그리고 개인이 결정할 수 없는 상태(어린아이) 등이 있다.

정부 개입의 이점이 비용보다 클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에 모든 시장 참여자의 동의를 얻는 건 매우 어렵다. 보다 쉬운 방법은 정부 개입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분류하면 할수록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의 이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  

정부 개입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것부터 가장 그러지 못한 것까지의 정책 이슈를 살펴보자. 법률 집행은 정부 기능의 바탕이 된다. 강경한 자유주의자들도 이에 동의할 것이다. 복잡한 교차로에 신호등이 설치되면 경찰이 교통 관리에 나선다. 교통 법규 준수는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보다 법적 효력이 더 강력하다. 가령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인한 운전자의 교통사고 피해보다 운전자가 파란 불을 무시할 때 보행자의 사망 위험이 더 크다. 의료진을 제외한 모든 근로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 조치는 타인에게 주는 피해 정도를 따져 취해야 한다. 대기 오염이 타인의 건강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모든 50개 주는 소아마비·백일해·홍역·수두 등 일부 감염병을 앓는 아동·청소년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권유하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는 이런 질병으로 인해 약 100만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백신이 개발된 이후 거의 모든 치료가 이뤄졌다. 백신의 효능을 아는 사람이라면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지지하는 게 맞다.


1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코로나19 검사 및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코로나19 검사 및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바이든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추진한 직업안전보건청은 오랜 기간 법을 근거로 석면, 석탄 먼지, 대기 오염 물질 등 근무 환경 위험 요소를 통제해 왔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건강에 해로운 환경에 놓인 근로자들이 스스로 일을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관한 정보는 근로자보다 정부가 더 많이 알고 있다.

정부는 과세, 음주운전, 술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씹는 담배는 타인에게 주는 피해가 음주운전보다 훨씬 적은데도 법적 제한을 받는다. 모두 소비자의 건강과 연관된다.

그러나 음주와 흡연을 금지할 수는 없다. 이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다. ③ 미국은 1920년부터 1933년까지 금주법을 시행했는데, 오히려 가짜 술, 불법 주류 밀매 등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온정주의자들은 도박의 비합리성과 중독성을 지적하지만 도박 자체를 금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도박으로 인한 모든 피해는 도박 참여자에게 가기 때문에 음주와 다르다. 중독성 강한 헤로인 등 다수의 마약 소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마약금지법에 찬성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관련 정부 정책의 가장 비논리적인 상황을 살펴보자.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해 주내 민간 크루즈 기업과 일부 기업이 고객에게 백신 접종 의무화를 적용하는 걸 금지했다. 하지만 크루즈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기업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정부 개입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이점이 훨씬 크다고 판단되면, 정부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도 같은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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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는 정부의 과도한 권리 행사인가

미 연방대법원은 1월 13일 민간 기업 근로자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던 조 바이든 정부의 조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CNN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6 대 3 의견으로 이런 조치가 과도한 권한 행사라고 판단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모두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대법원은 병원·요양원 등 의료 시설 종사자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대해선 5 대 4로 유지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선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 반대 운동이 일고 있다. 1월 23일 미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바이든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백신 접종은 의무가 아닌 선택’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백신 접종을 강제해선 안 된다’는 구호를 외쳤다.

1920년 미국에서 시행된 술 제조·판매 금지법. 부족한 곡물의 전용(轉用) 방지와 음주로 인한 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밀주·밀매 같은 불법과 탈법이 횡행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겼고, 이 법은 1933년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