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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교토대 연수, 미국공인회계사, 국회 사무처 입법지원 위원
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교토대 연수, 미국공인회계사, 국회 사무처 입법지원 위원

지난 1년간 노동법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을 꼽으라면, 많은 전문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따른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 조항 도입, 원청의 사용자성과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도를 언급할 것이다. 각 쟁점들과 관련해 실무에서 흔히 문제될 수 있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사례 1│건설업에 종사하는 A회사의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던 A회사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 등 2인이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소장을 입건하고, 수사 범위를 본사의 경영책임자 등까지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사례 2│교육업에 종사하는 B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한 후 B회사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B회사는 위 교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사례 3│제조업에 종사하는 C회사는 간접공정인 물류업무, 출고업무 및 포장업무를 도급업체에 위탁했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은 간접공정을 사내도급업체에 위탁하는 행위가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례 4│IT업체인 D회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부분적 재택근무를 채택했다. 퇴사한 근로자는 1주일의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했다고 주장하면서 회사에 시간외근로수당과 퇴직금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쟁점들은 관련 노동관계법령에 사용자(대표이사)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이 규정돼 있고, 실무적으로도 대표이사가 수사 대상이 되거나 처벌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총론적으로 노동형사사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해 본다.


노동분쟁 초기 단계

노동분쟁은 크게 근로자 개인과의 분쟁, 근로자 집단(노동조합)과의 분쟁, 고용노동부, 경찰 등 정부 기관의 처벌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분류할 수 있고, 범주별로 접근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 이에 노동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케이스가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를 조기에 파악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분쟁이 형사사건화하면, 노사 양측에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적 낭비를 초래하고, 상호발전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상대방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방안을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편, 사건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생각보다 짧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조기에 사건 해결이 가능했으나, 골든타임을 놓치고, 당사자 간 관계가 감정적으로 악화된 시점에서 전문가적 조언을 제공해야 하는 사건들이다. 그 경우, 양측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됨은 물론 합리적인 해결책을 뒤로 하고 소모적인 법률분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노동분쟁의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확립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


형사사건 수사 단계

노동분쟁이 초기에 종결되지 않으면, 형사사건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근로자, 노동조합은 회사를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 고발을 제기하고, 회사는 본격적인 법률 분쟁에 대비한다. 수사 주체는 사건 유형별로 다른데, 주로 고용노동부가 그 주체가 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일부 사건에서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모두 그 주체가 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회사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회사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정당한지, 설득력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 고용노동부 등 수사기관은 진술 증거보다는 비진술적인 증거에 신빙성을 부여하고, 증거의 작성 시기에 따라 신빙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회사에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회사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히 구비됐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간혹 상대방 당사자가 회사의 주장에 반하는 증거들을 제출하는데, 그 경우 설령 회사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해당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그만큼 작아진다. 상대방 당사자가 어떤 증거를 제출했는지 수사 단계에서 알기 어렵다는 점도 회사의 대응을 더 어렵게 한다.

다음으로, 회사는 수사에 대응할 팀을 구성하고, 출석할 임직원을 결정하며, 해당 임직원이 사실에 입각해 진술할 수 있도록 조력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조사를 받은 임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적기에 수사기관에 회사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한편, 조사에 익숙하지 않은 임직원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하거나, 본인의 생각과 경험한 사실을 혼재해 진술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회사에 대한 편견이 형성되면 그 해소까지 몇 배의 노력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충분히 주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합의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상대방 당사자도 본인에게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형사절차를 활용하곤 하고, 지난한 법적 분쟁을 감당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경우(일례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도 위반), 형사절차가 개시된 이상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사건이 종결처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의 성립이 부정되거나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는 작용될 수 있다.


재판 단계

재판 단계에 이르면, 회사의 기본적인 대응방안은 원점에서 재논의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제출된 회사 주장의 타당성(수사기관에서 회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한 이유 포함)을 분석하고, 관련 증거, 임직원들의 진술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소위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고, 회사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들의 역할과 업무 분장을 명확히 정함으로써,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 우발적인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중요 사건의 경우, 재판은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므로, 재판 진행 전의 준비 과정이 승패를 가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주 1회 내지 2회 증인신문이 진행된다면, 증인신문을 준비하고, 재판부의 요청사항에 대응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는 게 현실인 만큼 재판 단계에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노사 실질 이익되는 非범죄화론 논의 필요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과잉범죄화를 지적하면서 비범죄화론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론적인 근거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개인의 자기결정권 및 사적자치의 존중 필요, 사적 영역에 대한 과잉제한 등이 제시되고, 현실적인 근거로는 법과 현실의 괴리 현상으로 인한 법규범의 약화, 불필요한 사회 비용의 증가 및 당사자 관계의 질곡, 개인에 대한 불필요한 형사처벌이 제시된다.

이 같은 비범죄화 논의에 발맞춰 헌법재판소는 2009년 11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헌재 2009. 11. 26. 2008헌바 58 결정), 2015년 2월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으며(헌재 2015. 2. 26. 2011헌가 31 결정), 국회에서는 경범죄처벌법의 폐지·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처벌 규정을 신설, 강화하고 있는 노동 관련 법령이 유독 비범죄화론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회사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노동관계법령 위반이 근절될 수 있다는 주장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지극히 일차원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다. 개인에게 충분한 보상 없이 과도한 법적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면 유능한 인재가 경영진에 부임할 이유가 없고, 한국에 대한 투자 요인은 낮아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좋은 일자리는 감소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강화된 한국법상 규제로 전 세계적 자본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고는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시대착오적인 오만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는 노동법적 리스크로 인해 한국 대표이사 선임을 거부하는 사례,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사업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을 목격했다. 이제라도 노동 관련 법령의 비범죄화론을 심도 있게 논의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노사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법률체계를 기대한다.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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