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주식 등)과 안전자산(미 국채 등)에 대한 자산 분배를 고민해볼 때다. 전통적으로는 자산의 60%는 등락은 크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주식에, 40%는 등락은 작지만 낮은 수익률을 내는 채권에 투자하라는 ‘6 대 4’ 법칙이 통했다. 6 대 4 법칙은 주식과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이를 조합하면 포트폴리오(자산 분배)의 위험과 수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투자자가 낙관적인 ① ‘리스크-온(Risk-On·위험자산 선호, 안전자산 회피)’ 시기에는 주식 가격과 채권 수익률은 오르지만,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반대로 투자자가 비관적인 ‘리스크-오프(Risk-Off·위험자산 회피, 안전자산 선호)’ 시기에는 주식 가격과 채권 수익률은 떨어지지만, 채권 가격은 오른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호황일 때는 주식 가격과 채권 수익률이 오르는 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경기가 불황일 때는 이와 반대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의 음의 상관관계의 전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때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채권 수익률이 함께 올라 채권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장기 채권 수익률이 100bp(1%포인트) 오르면, 채권가격은 10%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앞으로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자 2021년 채권 수익률은 올랐고, 그 결과 장기 채권 가격은 5% 떨어졌다.
지난 30여 년간 채권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는 드물었다. 인플레이션율이 두 자릿수 수준에서 한 자릿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채권은 장기간 강세장을 이어왔다.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고, 채권 가격은 계속 올랐다는 이야기다. 이는 1970년대 인플레이션 심화로 채권 수익률이 급등해 채권 가격이 하락했던 ②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나타나는 현상)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주식·채권의 음의 상관관계 뒤바꾸는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 인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주식과 채권의 음의 상관관계는 양(+)의 상관관계로 바뀐다.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통화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 채권 수익률은 상승하고 (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동시에 주식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심지어 최근 기술주와 성장주도 장기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종목들은 먼 미래의 잠재가능성으로 주목받은 만큼 장기 채권 금리에 더욱 민감하다. 지난해 9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2bp오를 때 미 증시는 5~7% 떨어졌다. 특히 대형주 중심의 S&P 500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더 크게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채권 수익률이 30bp 오르자 나스닥의 시가총액이 최소 10% 이상 증발했다. S&P 500 역시 조정을 받았다. 인플레이션율이 미 중앙은행인 연준의 목표치 2%를 웃돌면 장기 국채 수익률은 더 오르고 주식 가격은 20% 이상 떨어지며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트폴리오 헤지 전략 필요
인플레이션이 지난 수십 년보다 높게 형성된다면, 6 대 4 포트폴리오 전략은 큰 손실을 야기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자산의 40%를 차지하는 채권을 헤지할 방법을 찾는 게 과제다.
6 대 4 포트폴리오의 헤지 전략은 다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안은 인플레이션 지수(Inflation-Indexed) 채권 또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빠르게 반응하는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다. 둘째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때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는 금 또는 다른 귀금속에 투자하는 것이다. 금은 특히 각종 정치·지정학적 위험이 높을 때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땅, 부동산, 인프라 등 공급이 제한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단기 국채, 금, 부동산 세 가지 방안의 최적 조합은 경제, 정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원 유, 에너지와 같은 원자재가 좋은 헤지 수단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다소 애매하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것은 고유가였다. 또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어 해당 수요가 곧 줄어들 위험도 있다. 현 상황에 적합한 포트폴리오 조합은 논의될 수 있지만, 6대 4 원칙을 따르던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심화에 대비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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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리스크-온(Risk-On)은 주식,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을 사고 안전자산을 회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리스크-오프(Risk-Off)는 달러화, 금, 엔화 등 안전자산을 사고,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②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상승(inflation)을 합친 말로 두 가지 악재(惡材)가 동시에 닥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는 오른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지출을 줄여 물가가 떨어지게 돼 있다. 그래서 물가가 오르면(인플레이션)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든가, 이자율을 높여 물가를 잡는 게 보통이다. 시중에 돈이 줄어들고 이자율이 오르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사람들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려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이런 처방이 효과가 없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도 실업은 줄어들겠지만 물가는 더욱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정책을 실시하면 물가는 잠잠해지지만 경기는 더욱 얼어붙고 실업자도 늘어나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국제 원유 가격 등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를 때 일어날 수 있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기업들은 이익이 줄어들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제품값을 높이게 된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일어난 1973년의 세계적인 불황이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당시 유가는 그해 10월부터 넉 달 사이 네 배가 올랐다. 유가가 치솟자 각종 제품값도 덩달아 올랐고 채산성이 악화된 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