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어느덧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되면서 전 세계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종식을 기대했지만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22년 2월 16일까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4억1678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 인구(약 78억 명)의 약 5%가 코로나19에 걸렸던 셈이다. 팬데믹 이후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줌 등 비대면 경제는 활황을 보였지만, 거리 두기 여파로 음식점 등 자영업이 집중된 업종은 큰 타격을 받았다. 2020년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던 세계 경제는 지난해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대표되는 부양책 축소 움직임으로 회복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팬데믹 충격은 물론 회복 역시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자들은 새로운 사회계약론 주창자의 말을 전하면서 공존의 방향으로 글로벌 난제인 팬데믹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제언한다.
전 세계가 팬데믹 종식을 기대했지만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전 세계가 팬데믹 종식을 기대했지만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앤드루 셩(왼쪽)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현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위원회 자문위원샤오 겅 홍콩 국제금융연구소 소장 현 홍콩 중문대 선전금융연구소 연구위원
앤드루 셩(왼쪽)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현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위원회 자문위원
샤오 겅 홍콩 국제금융연구소 소장 현 홍콩 중문대 선전금융연구소 연구위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미국은 한동안 증시 호황을 누렸고, 중국의 글로벌 무역 흑자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고자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미국 증시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제도적 변화를 준비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면서 정책입안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① 트레이드 오프 상황에 빠진 것이다. 예를 들면, 경기회복을 위해 국경을 개방하면 코로나19 피해자가 더 많이 생길 수 있고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통제하면 국민의 생계가 경기 불황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

경제학자인 ② 윌리엄 비스쿠시 밴더빌트대 교수는 “국민의 건강과 경기 불황의 트레이드 오프 상황에서 둘 중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판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코로나19 사망자를 돈으로 전환해 비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스쿠시 교수는 ‘통계적 생명 가치’를 토대로 2020년 중반까지 코로나19 사망자 비용이 미국에서만 총 1조4000억달러(약 1706조원) 발생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3조5000억달러(약 4083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통계적 생명 가치는 근로자의 사망확률을 줄이기 위해 지불 가능한 비용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나오는 값으로, 정부 정책 입안이나 보험료 산출 시 참고로 활용하는 수치다. 비스쿠시 교수는 미국이 2020년 중반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률의 25%를 차지했지만 부유한 국가일수록 사람들의 통계적 생명 가치 값이 높기 때문에 총사망 비용은 전체의 약 41%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말까지 공식 집계된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560만 명)를 비스쿠시 방식으로 다시 계산하면 총사망 비용은 38조달러(약 4경6322조원)로 추산되고, 이는 전 세계 GDP의 약 40%가 된다. 하지만 비공식 코로나19 사망자까지 포함한 실제 사망자 수에 대한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추정치 1700만 명을 대입하면 사망자 비용은 다시 114조달러(약 13경8966조원)로 급증하게 되고, 이는 전 세계 GDP의 약 120%에 달한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는 미국이 겪는 딜레마보다 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갚아야 할 외채가 급증하고 대출은 규제되면서 경기는 빠르게 침체된다. 이들 정부는 경기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백신 불평등과 열악한 의료시스템도 이들 국가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고 부국과 빈국의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0여 개 경제 취약 국가의 소득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른 국가들과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 국가가 정치⋅경제⋅안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능력과 자원이 부족한 탓이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력 수치도 이미 30년 만에 정점을 경신했고, 약 10억 명이 거주하는 FCS(세계은행이 국가의 경제 및 안보 상태에 따라 분류한 취약국 또는 취약 지역)는 2030년 세계 빈곤층의 60%를 차지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세계 경제에 손해를 입힌다. 세계은행은 최근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1년 5.5%였던 경제 성장률이 2022년 4.1%, 2023년 3.2%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와 인플레이션, 부채 증가와 소득 양극화, 안보 문제를 경기 둔화 우려 원인으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가들은 개인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딜레마에 직면한다. 그런데 아무리 비용과 이익을 정확하게 계산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개인과 집단의 손익까지 정확히 비교하는 건 어렵다. 국가와 계층 간 소득 불평등에서부터 인플레이션, 기후 위기 문제까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미누슈 샤피크 런던정치경제대 총장은 코로나19 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사회계약론은 모든 인간의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하고 경제와 사회 문제뿐 아니라 기후 위기 같은 전 지구적 문제까지 상호 연결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의 힘과 가치들을 모두 반영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지배와 복종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모든 권력이 지배층에 이양됐던 기존 ③ 사회계약론과는 다르게 말이다. 전례없는 감염병 위기를 맞아 우리는 함께 움직이고 공존해야 한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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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오프(trade off)는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경제 관계를 뜻한다. 주로 급여 또는 물가의 안정과 완전고용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어렵고, 양자가 서로 상충하는 관계에 있음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시장에서 완전고용 상태가 되면 물가는 필연적으로 오른다. 반대로 물가 상승이 느려지면 실업이 증가한다. 이런 물가와 고용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은 물가와 고용이 어느 정도 반비례하는 것을 보여준다.

윌리엄 비스쿠시(William Viscusi) 교수는 위험 및 불확실성의 경제학, 행동 경제학, 경제 법학을 주로 연구하는 미국의 경제학자다. 그는 현재 밴더빌트대 로스쿨의 법학 교수이자 동대 경제학 및 경영학 석좌교수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법학 교수와 동대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비스쿠시 교수는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임금 및 물가 안정 위원회의 부국장을 지냈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요청을 받은 그는 근로자의 임금에 따른 위험 절충 문제를 풀기 위해 자신이 연구한 ‘통계적 생명 가치’를 적용, 근로자 업무와 임금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했다. 이 통계 방법론은 현재 미국 연방 정부의 표준이 됐다. 통계적 생명 가치에 대한 그의 추정치는 미국 연방 정부가 환경 위험과 환경 규제 이익을 평가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저서 ‘리바이어던’을 통해 자연 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정의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를 끝내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자기 통치권을 포기하고, 군주에게 양도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사회계약론이라 부른다. 공공의 평화가 확보되기 위해선 개인의 권리는 포기될 수 있고, 결국 통치권을 양도받은 군주의 의사결정이 모든 개인을 대변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이 때문에 군주주권론을 옹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지도자와 개인의 관계는 수평적이거나 대등할 순 없고, 모든 정책 의사결정이 군주를 중심으로 하향식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