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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연초부터 국내 경제의 대외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커지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3개월 연속 축소되면서 외환보유액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여전히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상흔이 남아 있어 외환보유액의 추세적 감소는 체감적으로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경제 위기 예측에는 외환보유액, 실질 환율, 신용 증가율, 경제 성장률, 경상수지 같은 지표가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이 매우 중요하다. 경상수지가 악화하면 단기적인 경제 성장률 하락은 물론 경제의 추세적인 성장률을 악화시켜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대외 지급준비 능력 부족으로 국가신뢰도를 낮출 뿐 아니라 긴급사태 대응력이 약화돼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 리스크를 유발한다.

물론, 외환보유액 축소가 당장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되진 않을 것이다. 기존 IMF 권고 기준 1500억달러(약 182조8500억원) 내외, 기도티-그린스펀룰(Guidotti–Greenspan rule, 1999) 기준 4500억달러(약 548조5500억원)내외가 한국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4615억달러(약 562조5600억원)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의 실제 외환보유액이 있다. 또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스위스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외환보유국이다.

다만, 주요 국제기관들이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이 점차 상향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안심하고만 있을 상황은 분명 아니다. IMF가 내놓은 새로운 권고에 따르면 6800억달러(약 828조9200억원) 내외, BIS(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9000억달러(약 1097조1000억원)가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외환보유액을 더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군다나 최근 대외 환경도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주요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역사적 고점을 갱신하면서 통화긴축으로의 선회 속도가 빨라짐과 동시에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국내 주식시장이나 원화 환율의 변동성도 그만큼 확대됐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위협이 새로운 상시 리스크로 부상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단기 악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확전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장기적 타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매우 강해졌다는 대내외적인 평가가 일반적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등과 같은 수차례 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평가가 과장이 아님을 충분히 입증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여전히 국내 금융 및 외환 시장은 대외 충격에 취약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것도 사실이다. 무작정 외환보유액을 높이는 것은 무역마찰을 유발하거나 원고(高), 외국인 자금 유출 등과 같은 부작용도 동반하기 때문에 그다지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을 수준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