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2017년 스타 애틀레티카(Star Athletica) 대 바서티 브랜드(Varsity Brands) 판결을 통해 치어리더 유니폼 그래픽 디자인이 회화, 그래픽, 조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7년 스타 애틀레티카(Star Athletica) 대 바서티 브랜드(Varsity Brands) 판결을 통해 치어리더 유니폼 그래픽 디자인이 회화, 그래픽, 조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진 셔터스톡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일반적으로 지식재산권(IP)은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新)지식재산권으로 구분된다. 1883년 체결된 ‘산업재산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은 산업재산권의 영역을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서비스표, 상호, 출처와 원산지 표시, 부정경쟁방지까지 넓게 정의하고 있다. 저작권은 좁은 의미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포함하며, 좁은 의미의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포함한다. 신지식재산권은 컴퓨터프로그램, 영업 비밀, 지리적 표시, 데이터베이스 등을 포함한다. 가치 있는 무형 자산을 법적으로 보호할 때 등록 요건, 출원 절차, 보호 기간, 비용 등 모든 요소가 IP의 유형마다 달라지므로 IP 관리자의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판단과 선택이 중요하다. 다만 이러한 판단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서로 다른 IP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 무형 자산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IP의 ‘중첩적(overlapping)’ 보호 여부가 문제 된다.

저작권, 디자인권, 상표권은 중첩적 보호의 가능성이 있는 상호 친화적인 IP 유형들이다. 캐릭터 저작권이 식별력을 가지게 되면 상표권으로 보호할 수도 있다. 캐릭터를 문구나 완구 같은 물품의 미적 외관에 적용해 출원하면 디자인권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코카콜라의 유리병 디자인은 미국 특허상표청에 디자인권으로 세 차례 등록된 후 1960년 결국 입체상표로 등록되어 지금까지 코카콜라의 대표적 IP로 인정받고 있다. 

심지어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이 중첩 보호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구글 홈페이지 GUI(Graphical User Interface·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등록된 GUI의 디자인권, GUI 창작자의 사상과 감정의 표현인 저작권,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GUI를 보고 느끼는 바(look and feel)에 대한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가 모두 가능하다. 이처럼 산업재산권 중 디자인권과 상표권은 저작권과 상호 친화적이어서 서로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IP가 중첩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하지만 특허권은 다른 어떤 IP와도 중첩적으로 보호되지 못하고 오직 특허로만 보호된다. 이는 특허제도의 취지상 의도적으로 다른 IP에 의한 보호를 제한하는 이론들 때문이다. 특허와 저작권의 관계에서는 실용품 원칙(useful article doctrine)이 적용되고, 특허와 상표권 또는 특허와 디자인권의 관계에서는 기능성 원칙(functionality doctrine)이 적용된다.

2000년 개정된 우리 저작권법은 응용미술(applied arts) 저작물을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응용미술 저작물은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 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산업디자인도 포함된다. 미국 판례가 발전시켜 온 실용품 원칙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실용품으로부터 응용미술 저작물의 분리 가능성이 있는,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미술 저작물에 대해서만 저작권 보호를 인정한다. 

특허권과 상표권 사이의 경계를 나누는 기능성 이론도 유사한 구조다. 제품의 형상, 색채 등이 식별력과 기능성을 동시에 가진다면 상표권이 아닌 특허권으로만 보호할 수 있다. 실용품 원칙과 기능성 원칙의 근거는 특허제도의 본질적 구조인 정부와의 거래(bargain with the government)로 설명된다. 발명가는 자신의 발명을 공개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데 기여한다. 정부는 그의 발명에 대한 보상 내지 기술 공개의 인센티브로 그에게 출원 시점으로부터 20년까지 한시적으로 배타적 권리인 특허권을 허여한다. 특허제도는 발명가를 위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혁신적인 발명으로 사회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응용미술, 저작권 보호 목소리 커져 

응용미술인 산업디자인이 제품경쟁력의 핵심 요소의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응용미술 저작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게 증가해 왔다. 응용미술 창작자는 상대적으로 보호 기간이 긴 저작권으로 물품 전체의 IP를 보호하길 원하지만, 실용품 원칙은 분리 가능성이 있는 미술 저작물적 요소에 한정해 저작권 보호를 인정했다. 

의류와 가방 등 제품에 응용미술 저작물이 대거 적용되는 패션 산업의 경우 실용품 원칙은 기업들의 충분한 IP 권리 행사를 막는 장애물로 인식되곤 했다. 유럽연합(EU)처럼 미등록 디자인을 보호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고, 우리나라의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 형태 모방 금지 제도 등도 때에 따라 유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디자인권 보호에 등록을 요하고, 패션 디자인의 수명 주기는 매우 짧아 업체들이 디자인 출원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하는 저작권의 무방식주의, 창작자의 사후 70년까지 보호하는 저작권의 긴 보호 기간도 업체들이 디자인 등록보다 저작권 보호에 기대를 거는 제도적 유인이다. 

실용품 원칙 적용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7년 스타 애틀레티카(Star Athletica) 대 바서티 브랜드(Varsity Brands) (137 S. Ct. 1002) 사건에서 패션 업계가 매우 환영할 만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미국 의류 회사인 바서티 브랜드가 또 다른 의류 회사인 스타 애틀레티카의 치어리더 유니폼이 자사 저작권 침해라고 소송을 건 사건이다. 

여기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바서티 브랜드의 치어리더 유니폼 그래픽 디자인이 회화, 그래픽, 조각 저작물에 해당하며, 그 디자인이 유니폼의 실용적인 관점으로부터 분리하여 인식할 수 있고, 그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한다면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례 다수의견은 연방 저작권법 조항의 문언에 따라 복잡했던 실용품 원칙들을 정리하고, 물리적 분리 가능성(physical separability)과 관념적 분리 가능성(con-ceptual separability)의 구별을 폐지하는 등 기존 해석을 통일하여 응용미술 저작물의 활용 가능성을 키웠다. 

IP 각 유형들의 중첩 문제 중에서 잠재적 갈등과 새로운 가능성이 공존하는 핵심 영역이 저작권과 특허권의 경계선이다. 본래 이곳은 예술작품을 보호하는 IP와 산업상 실용품을 보호하는 IP의 경계선이었다. 아직 충분한 제도적 적응과 실무 사례가 축적되어야 하겠지만, 스타 애틀레티카 사건은 패션 업계와 같이 저작권에 비친화적이던 산업에서 저작권의 역할이 충분히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 기반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권과 저작권의 상호 보완적 활용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저작권의 활용도가 급증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가 저작권을 산업재산권과 전혀 다른 영역으로 구별하던 기존 분류체계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최근 미국 공화당 톰 틸스 상원의원이 미국 행정회의(ICUS)에 산업재산권, 저작권 보호와 백악관 지식재산집행조정관 역할을 통합한 독립된 IP 행정기관 설립 방안을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일련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