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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서울대 경제학과, 제40기 사법연수원, 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심사위원회 위원
이덕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서울대 경제학과, 제40기 사법연수원, 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심사위원회 위원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8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월 44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손실을 피해 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당가에서 폐업한 식당을 보는 것은 더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며,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

국회는 2021년 7월 7일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소상공인법)’을 개정해 방역 조치 등을 이행한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을 마련했고, 이와 관련해 그 보상범위와 실효성 등에 대해 논쟁이 있다. 국가 재정의 한계가 문제 되면서 이미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정당성이 논의되기도 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손실보상범위와 규모를 정하는 것은 정책적 판단과 국가 예산 등이 고려돼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 사안이겠지만, 여기서는 헌법상 국가의 손실보상 의무 내용과 범위 등 법적 관점에서 현행 소상공인법상 손실보상제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상 손실보상 의무, 완전한 보상과 현실적 한계

영화에서 주인공이 범인을 추격하며 민간인 차량을 무단으로 이용하다가 대파시키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실제 상황이라면 차량 주인의 손실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악인을 잡는 과정에서 경찰이 일일이 보상 문제를 고려해 주저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을 것이다.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 수용, 사용 관련 손실보상의 문제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민의 재산권은 공공의 필요가 있는 경우 법률에 근거해 제한할 수 있지만, 그 대신 법률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당한 보상’은 무엇이고, ‘법률로써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이다. 즉, 법률을 제정해서 보상하기만 하면 실제 손실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보상해도 되는지, 반대로 손실을 모두 보상해야만 한다면 한정적 국가 예산 내에서 다른 국가적 의무를 제쳐두고 반드시 이를 모두 보상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정당한 보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일찍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란 원칙적으로 ‘객관적인 재산 가치를 완전하게 보상’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헌법재판소 93헌바20 결정, 대법원 69다9 판결). 

이렇게만 보면 공공필요에 의한 사인의 재산권 제한의 경우에는 언제나 완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 현실적으로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실제로 손실보상의 대표적 사례인 수용보상금의 경우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보상금을 산정하기에 시장 거래 가격으로 토지를 매입했던 피수용자 개인의 입장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공익을 위해 공권력에 의한 재산권 제한을 당한 자에 대해서는 완전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이 헌법상 원칙이지만, 현실적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한계가 인정되고 있다.


시혜적·정책적 차원 지원금과 권리에 해당하는 손실보상청구권

한편, 코로나19 관련 손실보상과 비교되는 것으로 재난지원금이 있다. 이는 헌법이나 법률에서 지급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므로 국가의 법적 의무의 이행이라기보다, 시혜적·정책적 차원의 지원금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대국민 기부금인 셈이다.

반면,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영업할 수 없게 됐다거나, 영업시간의 제한을 받은 경우는 행정명령 위반 시 법적 제재가 가해지므로, 이는 공권력으로 인한 개인의 재산권 행사 제한에 해당한다. 이는 헌법상 국가 보상 의무가 인정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시혜적·정책적 차원의 지원금에 해당하는 재난지원금과 차이가 있다. 재난지원금은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국가의 정책적 선택의 결과이고, 손실보상금은 그 자체로 국가의 법적 의무라고 볼 수 있다. 


현행 소상공인법상 감염병 관련 손실보상 규정

국회가 소상공인법을 개정해 손실보상 규정을 마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위 손실보상제도는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소기업 중 2021년 7월 7일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집합 금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이행해 경영상 심각한 손실이 발생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① 국세청 과세 자료 등을 기반으로 별도 증빙자료 제출 없이 사전 산정·심의를 통해 신속하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는 ‘신속보상제도’와 ② 신속보상액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별도 서류 제출을 통한 검증 후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는 ‘확인보상제도’가 적용된다. 손실보상 신청은 시·군·구청에 직접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법 외에도 ‘소상공인손실보상.kr’에서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 절차상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신속보상제도를 통해 별도 증빙자료 제출 없이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위 법에 따른 보상대상은 원칙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으로 한정되는데, 법 개정 전 발생한 손실은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등 영업제한의 사유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보상대상이 되는 업종이 달리 적용되고 있고, 최소 보상금액은 10만원, 최대 보상금액은 1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법 개정 전 입은 손실을 보상대상에서 제외하고 보상대상 사업자를 한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방역 조치에 순응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보상 의무를 충분히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또 위 법이 보상대상이 되는 소상공인을 ‘심각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으로 규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금의 하한을 10만원으로 규정한 것이나 최대 보상금을 1억원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보상금 산정이 실효적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법 체계적인 관점에서도 감염병예방법상의 방역 조치에 대한 보상 규정을 감염병예방법이 아니라 소상공인법에서 규정한 것은 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의 손실보상의무와 형평의 원칙, 보상금 산정 방식의 실효성 등과 관련한 비판은 법적 관점에서 충분히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고 본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 대책은 헌법상 의무 이행이라는 규범적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고, 국가가 부담하는 여러 다른 법적 의무와 현실적 국가 재정 및 정책적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쉽지 않은 문제다.

공공손실보상을 위해 국가가 최선을 다해야 함은 헌법의 규정상 분명하므로 국가 재정 등 여러 현실적 문제와 국가의 손실보상 의무의 이행을 조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예컨대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보상금을 분할 지급하거나, 보상금 중 일부를 현금 지급 대신 세금 공제로 대체하는 방안, 기타 행정적 지원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재난지원금보다 손실보상금 지급을 우선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방역 조치 관련 손실보상대상 범위 확대와 손실보상액 현실화에 대해 논의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 재정과 조화되면서도 국가 방역을 위해 희생한 자들의 손실이 완전히 보상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