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 상품성 높은 신개념 투자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이들도 암호화폐처럼 미래에 대박을 칠 수 있을까. 사진 셔터스톡
최근 부동산 시장에 상품성 높은 신개념 투자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이들도 암호화폐처럼 미래에 대박을 칠 수 있을까. 사진 셔터스톡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연세대 토목공학, 덴버대 MBA, 현 한국금융연수원 부동산 겸임교수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
연세대 토목공학, 덴버대 MBA, 현 한국금융연수원 부동산 겸임교수

새로운 투자 상품 수요 폭증

투자가 일상이 되면서 수없이 많은 투자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너무 많아서 상품성을 분석할 시간이 없거나 너무 새로운 개념이어서 일반 투자자가 완전히 이해하고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특히 새로운 개념의 투자는 법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서 한동안은 불법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는데, 암호화폐 시장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암호화폐가 처음 소개되던 초기에는 불법이니 기존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권에 대한 도전이니 하면서 머지않아 강력한 규제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면서 위험을 무릅쓴 초기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 성과를 즐기고 있다.

지난 2~3년간 자산 가격 급등으로 기존의 평범한 상품 투자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암호화폐와 같은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이런 투자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아주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나 다소 위법성 이슈가 있더라도 상품성이 높은 상품이 소개되고 있다. 

부동산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DABS를 통한 ‘부동산 조각 투자’나 부동산 P2P 투자와 같은 새로운 상품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라이브 오피스, 생활형 숙박시설 같은 다소 생소한 상품도 틈새시장으로 인식되면서 투자가 몰리고 있다. 과연 이런 상품들이 모두 암호화폐와 같은 대박의 길을 따르게 될까.


법 개정으로 양성화된 부동산 상품

지식산업센터 임대 상품이나 오피스텔 주거 상품이 초기에는 불법이었지만, 법 개정을 통해 합법화된 좋은 투자 상품 사례다. 지식산업센터 임대는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임대수익, 법인 임차인에 따른 안정적인 임대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까지 발생하면서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가 처음부터 안정적인 투자처는 아니었다. 도입 당시에는 실사용 입주업체가 아니면 분양을 받을 수도 없었고, 법적으로 임대도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편법으로 분양받아 암암리에 임대사업을 한 투자자들이 많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국가산업단지가 아닌 일반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임대가 합법화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높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에 주거의 편의성을 결합한 상품으로 부동산 최초의 혼종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피스텔 또한 초기에는 업무시설에는 설치할 수 없는 욕실과 바닥 난방 도입으로 불법 이슈가 있었지만, 결국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이라는 법 개정을 통해 양성화되어 지금은 아파트 다음으로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상품이 되었다.


틈새 투자인가? 시한폭탄인가?

얼마 전 생활형 숙박시설의 불법적인 주거용 사용이 기사화되면서 이슈가 됐다. 정부의 단호한 유권 해석과 일부 선의의 투자자들을 위한 한시적 오피스텔 용도변경이라는 퇴로를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투자자들의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뜨겁다. 이는 언제든 법을 바꿔 양성화시켜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일반 투자자들의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라이브 오피스’라는 또 다른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지식산업센터나 업무시설(대규모 사무실)을 소형으로 분할하여 샤워실과 화장실을 설치하여 취사 기구만 없는 오피스텔과 비슷한 형태다. 어떤 곳은 싱크대에 휴대용 취사 기구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개발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토지 가격이 저렴한 지식산업센터나 큰 면적의 오피스를 작게 쪼개면 비싸게 팔 수 있어 사업성이 높아진다. 업무시설에 화장실, 샤워실, 싱크대 등의 설치는 다분히 불법적인 요소이며, 업무시설의 주거용도 사용도 불법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잘 모르고 광고에 현혹되어 투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불법을 인지하고도 투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들 상품이 투자성 높은 틈새 상품일까? 아니면 언젠가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일까? 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답하기 어렵다. 현재는 분명히 시한폭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시장에 유동자금이 풍부하고 투자처가 부족하여 투자자가 넘치지만, 시장 변곡점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가장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처럼 법 개정을 통해 양성화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절대 장담할 수 없다. 양성화가 된다면 위험을 무릎 쓴 투자자는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는 법 집행이 중요한 시기

법 개정으로 양성화되었던 지식산업센터 임대나 주거용 오피스텔 도입에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산업센터의 임대업 허용으로 중소기업에 공장을 저렴하게 공급하여 산업경쟁력을 올리겠다는 당초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임대업 허용으로 부동산 투자가 몰리면서 중소기업이 접근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고, 그에 따라 임대료도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두 상품의 양성화가 일종의 도덕적 해이가 부동산 시장에 만연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투자에 있어 약간의 위법 사항은 높은 수익을 위해 필요불가결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데 있다. 다소 불법적인 투자 상품도 결국에는 정부가 양성화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불법, 편법을 사용하더라도 수익만 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투자에 무슨 도덕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는 투자자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공정하고 건전한 투자 시장을 조성할 의무가 있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서 불법적인 투자를 통해 소위 대박을 치는 데 법적으로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 투자가 만연하면 일반 투자자는 이들을 따라 불법적인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과연 이런 투자자에게 잘못을 묻는 게 옳은 일일까.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게 요즘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이 더 이상 투기판으로 변질되지 않고, 선의의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단속과 엄격한 법 적용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