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사회’란 양적으로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부(富)를 창출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부를 사용하는 방법에서도, 얼마나 빨리 가고 있는가만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그 해답을 요구한다.”
미국 제36대 대통령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이 던진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에 대한 화두다.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부통령으로 임명됐다가 1963년 11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갑자기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돼 선거에 나서면서 ‘위대한 사회’ 건설을 미국 사회 비전으로 제시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 다시 풍요를 향한 성장을 계속했지만, 경제적 양극화 심화로 빈곤 계층은 감소하지 않았고 사회적 갈등은 증가했다. 이런 현상을 간파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는 1958년 저술한 ‘부유한 사회(The affluent society)’에서 미국 빈부격차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존슨 대통령은 그의 영향을 받아 미국 사회의 빈곤을 타파하고 미국의 풍요를 모든 국민이 누리도록 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선거 과정에서 그의 비전은 전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그 결과 61%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존슨 대통령은 우선 빈민의 기본 의식주 개선을 위한 정책을 적극 시행했다. 애팔레치아 산간 지대 빈농을 위해 11억달러(약 1조3145억원)를 투입했고 도시 낙후지역 개발에도 33억달러(약 3조9441억원) 예산을 배정했다.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집세보조금 제도를 도입했고 노인의료보험법을 제정해 65세 이상 노인이 의료 혜택을 받도록 만들었다.
존슨 대통령은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이 기회의 부족에 있다고 보고 탈빈곤 정책의 초점을 기회 확대 정책에 뒀다. 그는 1964년 ‘경제기회법(Economic Opportunity Act)’을 만들었고 탈빈곤 정책을 통합 관할하는 ‘경제기회청(Office of Economic Opportunity)’을 설립했으며, 관련 제도개혁을 위해 ‘빈곤과의 전쟁법(War on Poverty act)’ ‘공동체 활동법(Commnunity Action Act)’ ‘청소년사업법(Youth programs act)’ 등을 제정했다. 경제기회청에는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에게 직업교육을 하는 부서, 청소년 실업자 보호를 위한 부서, 공동체를 위한 청소년 평화봉사단 등을 둬 조직적으로 빈곤을 타파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으로 미국 내 빈민 비중은 1959년 22.4%에서 1969년 절반 가까운 12.2%로 줄었다.
그러나 존슨 대통령의 정책은 베트남 전쟁 개입으로 인한 재원 부족, 빈곤 타파 정책 시행 주체 간 갈등, 비전 공유의 실패 등으로 지속력을 상실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은 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를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이 17.8%를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의 부끄러운 기록이자, 존슨 대통령이 내세운 ‘위대한 사회’ 꿈이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평균치인 11.1%에 비해 훨씬 높은 16.7%의 상대적 빈곤율을 기록했다. 38개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다. 대선 정국을 지나가면서 실현 가능한 한국판 ‘위대한 사회’를 향한 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