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가란 꿈과 미션을 고객 경험으로 바꾸는 혁신가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가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관리자(manager)이지 기업가가 아니다. 직원이라도 혁신을 수행하면 사내기업가(intrapreneur)가 된다.
혁신이란 어떻게 일어날까? 혁신은 상상(imagination)의 산물이다. 기업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상상하는 사람이다. 그 상상을 고객 경험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기업가정신이다. 혁신을 만드는 기업은 직원들이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직원의 상상이 고객 경험으로 만들어질 때 혁신은 일어난다.
일례로 월트디즈니에는 수백 명의 ‘이매지니어(Imagineer)’가 있다. 이매지니어는 ‘상상하다(imagine)’와 ‘엔지니어(engineer)’를 합친 말이다. 즉, 상상과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해내는 직원을 말한다.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 상상의 꿈을 혁신으로 만든다. 디즈니랜드는 상상을 팔고, 이곳에는 전 세계 어린이가 몰려든다.
혁신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 어제의 혁신이었던 눈은 오늘 녹아 없어진다. 현재의 제품, 현재의 시장,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은 곧 진부화된다. 미래 신제품보다 현재 제품으로 수익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두면 미래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이 ‘현재의 저주(curse of incumbency)’다. 한 번 혁신에 성공하고, 미래 신제품을 만들지 못해 사라지는 기업을 ‘별똥별 기업’이라고 한다. 반짝 빛나고 사라지는 별똥별과 같은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속적 혁신의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연속적 혁신은 직원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상상과 아이디어 부족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는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장한 소위 5년 1% 하락의 법칙에 직면했다. 5년 1% 하락의 법칙은 1995년부터 10년 평균으로 구한 우리나라 장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년에 1%포인트씩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김 교수는 이 법칙이 ‘모방형 인적 자원’을 양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법칙을 깨기 위해서는 기존 지식을 암기하는 모방형 인적자본 육성을 멈추고, 상상하고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새로운 기술과 지식에 도전하는 창조형 인적자본을 길러 창조적 혁신경제로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 모방형 인적자본은 한국이 추격형 경제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동력이 됐지만, 선진국과 직접 경쟁에 필요한 차별화된 원천 기술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인적자본을 창조형으로 육성해야 할 때다. 인적자본은 교육을 통해 증가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적자본은 상상과 아이디어다. 이를 위해서는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을 길러내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기업은 ‘휴머노크라시(Humanocracy·사람중심주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관료제는 지시와 복종의 문화라면, 휴머노크라시는 자율과 공감의 문화다. 관료제 리더는 권위를 갖고 통제하지만, 휴머노크라시 리더는 직원들에게 자율과 권한을 준다. 직원들은 상상하고 이것이 기업의 혁신을 이끌며,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간다. 자율적 조직문화가 만들어내는 혁신의 힘이다.
기업의 최고 자산은 기계도, 자본도 아니고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람이다. 생산은 기계가 하는 자동화 시대가 오고 있다. 직원의 역할은 상상하는 것이며, 그 상상을 고객 경험으로 바꾸는 게 기업이다. 상상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라. 그러면 근로자도 혁신 아이디어를 내는 사내기업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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