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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고려대 경제학 학사, 미 듀크대 법학대학원 연수, 사법연수원 32기,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고려대 경제학 학사, 미 듀크대 법학대학원 연수, 사법연수원 32기,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다수의 노동 관련 쟁송은 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노동위원회에서 심판 담당 공익위원으로서, 또한 당사자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노동위원회 심판 절차에 여러 차례 참여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노동위원회 심판 절차의 특징과 대응 방안에 관해 써보고자 한다.

노동위원회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사용자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공익을 대표하는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관청으로서 노사 간의 이익분쟁 및 권리분쟁에 대한 조정과 판정을 주 업무로 하는 독립적 준사법기관이다. 

1953년 노동위원회법이 제정·공포된 이래 노동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은 지속해서 확대돼 왔다. 1963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한 심판기능을 담당하게 됐고, 1989년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심판기능도 가지게 됐다. 이 글에서는 노동위원회가 담당하는 업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당해고 등에 대한 구제신청의 심판 절차를 위주로 살펴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당해고 등에 관한 쟁송 절차는 행정적 구제기관인 노동위원회와 사법적 구제기관인 법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해고를 당했을 때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노동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부당해고 등의 구제 절차에 관한 노동위원회의 심판기능은 법원에 의한 엄격한 법의 해석과 적용을 통해 실현돼야 할 사법작용인데, 이를 행정관청인 노동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절차 중복으로 인한 분쟁 해결의 장기화도 문제다. 초심을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해 행정소송(3심) 제기로 불복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확정된 구제명령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강제집행을 위해 별도의 민사소송(3심)을 제기해야 하는데, 결국 분쟁의 최종적 해결을 위해 최다 8심을 거쳐야 한다. △그 외에도 다수 당사자의 복잡한 사실관계가 얽혀 있어 법원도 1년 이상 심리를 진행하는 복잡한 쟁점에 관해 노동위원회는 단 1회 심문회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아 깊이 있는 심리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구제신청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나, 조사관의 직권조사를 통해 사실관계 입증 부담이 줄어드는 점, 심리의 신속성, 분쟁이 화해로 해결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 등은 노동위원회의 장점으로 평가된다.


노동위원회 심판 절차

부당해고 등에 관한 구제신청서가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면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조사관을 지정해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조사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당사자에게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당사자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당사자와 증인 또는 참고인을 출석시켜 조사할 수 있다.

조사관의 업무 중 중요한 것은 조사보고서 작성 업무다. 조사보고서는 조사관이 당사자가 제출한 이유서, 답변서 및 자료, 조사관이 확보한 자료 등을 기초로 사건의 개요, 주요 쟁점과 조사 결과, 관련 법령·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심판 담당 위원들이 사실관계 및 쟁점 사항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작성된 조사보고서는 심문회의 개최 7일 전까지 위원들에게 송부돼야 하는데, 실무상 지체되는 경우도 많다.

심문회의는 원칙적으로 사건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열리는데, 통상 공익위원 3명과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각 1명이 참여한다. 의장이 위원 성원 여부 확인 후 개회선언을 하고, 당사자 출석 확인, 조사관의 유의사항 낭독, 조사관의 사건 조사 결과 보고, 위원들의 당사자 심문 순으로 심문회의가 진행된다. 심문은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순서로 하며, 공익위원 중 주심위원이 먼저 심문한다.

심문에 참여한 위원은 심문 과정에서 판정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의견이나 훈계성 발언을 해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는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드는 듯한 태도나 고압적으로 훈계성 발언을 하는 경우, 진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는 경우 등 위원들의 심문에 임하는 태도나 심문 절차 운용에 아쉬운 점들이 종종 발견된다. 당사자들은 사건의 승패를 떠나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끼거나 위원들의 편파적인 태도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점은 상당수 당사자가 판정 결과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심문을 종결하면 보통 그날 판정회의를 개최해 조사 및 심문 결과를 토대로 구제신청의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을 내린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간단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판정은 공익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실무상 주심위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고 토론을 통해 공익위원 만장일치로 판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끝까지 의견이 나뉘면 과반수로 결정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판정 결과는 판정회의를 한 날 저녁에 당사자 또는 대리인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며, 판정의 이유와 근거가 기재된 정식 판정서는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한다.


효과적인 심판 절차 대응

이와 같은 노동위원회 심판 절차의 특징을 고려할 때 노동위원회 심판 절차에서 자신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주장하고 적절한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점이 특히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조사관의 직권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적시에 이유서 또는 답변서를 제출해 조사보고서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심문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많은 경우 조사관이 작성하는 조사보고서를 보고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게 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당사자들이 제출하는 이유서와 답변서 전체를 보고 사전에 충실히 사건 검토를 하고 심문회의에 들어오는 위원들도 있지만, 대부분 비상근 위원이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검토를 하지 못한 채 조사관이 작성한 조사보고서 위주로 사건을 파악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조사관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적시에 서면을 제출해 조사보고서에 적절히 포함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구술 변론이 매우 중요하므로, 쟁점에 대해 누가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에 관한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노동위원회 심판 절차는 법원 재판 절차에 비해 심리 기간이 짧고 심문회의에서 위원들이 심증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아 구술 변론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심문회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시간 정도로 예정된 경우가 많은데, 제한된 시간 내에 위원들의 질문에 구두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답변을 하고, 사실과 다른 상대방의 진술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반론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증인과 참고인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노동위원회 심문 절차에서도 증인 신청이 가능하다. 당사자는 심문회의 개최일을 통보받기 전까지 증인을 신청할 수 있고, 채택되면 증인을 신청한 당사자와 그 상대방 모두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편, 참고인이 위원장의 승인을 얻어 심문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데, 위원은 참고인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 증인과 참고인 진술은 심문회의의 분위기와 위원의 심증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해,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2022년 5월부터는 성별을 이유로 한 고용상의 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조치 위반 등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대상이 된다. 노동위원회 심판 절차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