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_66.jpg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주요 대내외 전망 기관들의 수정 전망치가 속속 발표되면서 국내 경기 비관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최근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중후반대로 하향 수정한 데 이어 머지않아 국제통화기금(IMF)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대내적으로도 주요 민간 전망기관들의 전망치가 2%대에 머물고 있어 3%대 성장 기대는 우리 정부나 한국은행 정도다. 이 정도면 이제 3%대 성장 기대는 접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국내 경기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는 원인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굳이 정리해보자면 먼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및 세계 경기 둔화 우려를 꼽을 수 있겠다. 물론, 서방의 경제제재가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경제 역시 마찬가지지만, 내수 부진에 수출 환경마저 악화한다면 타국에 비해 경기 둔화 정도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전환과 그 영향에 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과 양적 축소(QT·보유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 전환 과정이 시장의 기대에 비해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도 이런 자세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군다나, 적어도 1~2년 이내에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재현될 우려도 있다는 점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반드시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정책 여건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수단으로써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런데 지금은 그중 통화 정책의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와 경제 체력에 비해 부채 규모가 훨씬 커지는 금융 불균형 현상 심화 등과 같은 대내 여건은 물론, 전쟁이나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 전환 등과 같은 대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통화 정책 측면에서 기대는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은 재정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마저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기대효과의 약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재정 정책의 역할이 커질수록 국가 부채와 재정 건전성에 관한 논란은 물론 지출 저항이 커질 것이 분명해 이 역시 정책 효과를 약화할 우려가 있다. 여기에 더해 정권 교체기에 진입하면서 정치나 사회 이슈 등 경제 이외의 부문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됨에 따라 경기 대응에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불안 요인이다.

여하튼 지금은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 측면에 대한 기대가 더 크고, 이 두 가지 거시경제 안정화 수단이 서로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즉 재정의 거시경제 안정화 역할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국가 재정의 역할과 방향성에 관한 명확한 비전과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아무리 단기적이라 하더라도 미래의 불안감을 남겨서는 정책 추동력이 약화할 수 있고, 기대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부형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