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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9회,  사법연수원 31기, 현 서울대 법학 전문대학원 객원교수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9회, 사법연수원 31기, 현 서울대 법학 전문대학원 객원교수

가업 승계는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경영이 지속되도록 소유권 또는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 발표된 여러 통계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가 60세 이상인 잠재적 가업 승계 기업은 전체 중견·중소기업의 3분의 1 이상이고 그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가업 승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 이전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염두에 두었던 후계자가 회사를 승계받지 못할 수 있고, 사전에 후계자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서 후계자와 기존 임직원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업 승계 시 부과되는 막대한 세금 때문에 회사의 주요 재산을 헐값에 내놓거나 승계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가업 승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미리 깨닫고 이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더라도, 가업 승계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가업 승계를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경영자원, 리스크와 전망, 현 경영자의 보유 주식, 후계자의 회사 경영에의 참여 여부와 경영 소질, 조세 부담능력과 같은 기업의 현황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후계자를 자신의 친족으로 할 것인지,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 인수나 합병 등을 통하여 기업을 제삼자에게 매각할 것인지와 같은 승계 유형을 결정해야 한다. 나아가 후계자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관련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면서, 관련 법률과 제도를 숙지하고,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업 승계 과정에서 많은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이처럼 그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에는 회사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분쟁, 주식과 관련된 분쟁, 기업구조조정, 인수합병(M&A)과 관련된 분쟁들이 있지만,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분쟁은 경영권을 포함한 상속재산 분쟁과 세금 관련 분쟁이다. 

친족 중 한 사람을 후계자로 결정하는 승계 유형을 선택한 경우, 다른 가족, 회사 임직원, 거래처와 같은 기업 경영과 관련된 여러 사람에게 경영자의 결단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게을리하면, 가족들 사이에 후견이나 상속 분쟁, 유류(遺留)분 분쟁으로 이어져 가업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은 물론 가족이 해체되는 결과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세간의 큰 화제가 됐던 대기업 명예회장의 성년후견(成年後見) 개시 사건, 최근 결론이 난 모 대기업 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사건과 같이 오너의 건강 상태 특히 치매나 뇌출혈 등과 같은 정신 상태와 관련된 리스크와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분쟁이 기업의 경영권 향배와 가업 승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업 승계 분쟁의 새로운 경향이다.

치매나 질병, 노령, 장애로 인해 인지능력에 문제가 생겨 스스로 자신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을 잃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마련된 제도가 성년후견 제도다. 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는 치매나 뇌출혈 등 뇌 병변이 가장 많고,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이나 발달장애도 있다.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무에는 거주지나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어떤 사람과 만날지, 어떤 전화나 우편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신변에 관한 것도 있지만,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회사를 운영하고 주주권을 행사하는 등 재산에 관한 것도 있다. 

후견의 종류로는 그 정신적 문제의 정도에 따라, 혼자서는 거의 사무를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중한 경우에 시작되는 좁은 의미의 ‘성년후견’과 일정한 몇몇 사무에 대해서는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한정후견’으로 나뉘고, 특정한 사무에 대해서만 지원을 받는 ‘특정후견’도 있다. 

가업 승계 영역에서 성년후견이 문제 되는 양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창업자에 대한 후견이 개시되기 전에는 오너의 정신적, 인지적 문제 상태를 이용하여 그 의사를 왜곡하거나 학습된 의사를 진정한 의사로 둔갑시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오너의 의사라는 명목하에 일부 가족이나 회사 직원과 같은 제삼자가 경영권, 주식, 재산 등을 자신의 소유로 하는 등 무단으로 처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성년후견 재판 과정에서는 오너가 정신적 제약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성년후견을 개시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데, 이것은 제삼자에 의한 기존의 재산 탈취 행위의 효력과 향후 오너의 독립적인 법률행위의 가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아울러 성년후견 재판에서는 오너의 법률행위를 대리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후견인을 누구로 선정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후견이 개시된 후에도 오너가 보유한 주주권의 행사 방법, 후계자 결정, 증여나 유언 여부, 거주지나 치료 방법 선택 등에 관하여 치열한 다툼이 계속된다.

100세 시대를 향해 가는 오늘날, 가업 승계와 관련된 이와 같은 분쟁 경향은 지금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오늘날 가업 승계는 단순히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장인정신 계승, 고용시장 안정과 같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피땀 흘려 세우고 일군 회사가 먼지가 돼 날아가지 않게 하려면, 원하지 않는 후계자가 마음대로 회사를 망치거나 팔아먹게 두지 않으려면, 회사를 두고 일어나는 가족의 해체와 상속 재산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보지 않으려면, 우선 이러한 정신적, 인지적 이슈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리미리 가업 승계를 완료해 두거나, 후계자와 승계 방법, 절차 등을 미리 확정, 공표함으로써, 미연에 다툼을 방지해야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오너의 정신적 제약에 대비해 임의 후견인을 선정하는 후견계약이나 특정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위임계약 등을 미리 체결해 두는 것이 좋다.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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