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전쟁 등으로 인한‘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면서부동산이 위험을 피하기 위한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와 전쟁 등으로 인한‘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면서부동산이 위험을 피하기 위한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이화자산운용 근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 국민의 30%를 넘어가고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 폐지가 논의되면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전 세계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인해 경기회복 과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이 발생했으며, 올해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향후 테이퍼링(양적 완화 정책의 점진적 축소)에서 더 나아가 양적 긴축(QT)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잠재적 지정학적 리스크가 노출되었으며, 이로 인해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를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30년간 경험한 세계화가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탈세계화로 인한 공급망 대규모 재배치가 인플레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현상,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이미 인플레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져 인플레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 인플레가 지속될 경우,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시도해야 할까.


부동산으로 인플레 헤지가 가능할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전통적으로 부동산은 인플레 헤지(hedge·위험 회피) 상품으로 인식돼 왔다. 그 이유는 경기회복 과정에서 인플레는 부동산 자산가치 및 임대료 상승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플레는 팬데믹으로 촉발된 막대한 유동성에 기인한 화폐가치 하락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비용 인플레가 합쳐진 결과다. 따라서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각국 중앙정부마저도 이번 인플레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의 영역이 아닌 대응의 영역으로 보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부동산을 단편적으로 인플레 헤지 상품으로만 취급하고 부동산에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 심화 시 경기침체를 수반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금리 인상을 커버하는 임대료 인상이 어려워지면 자산가치 하락뿐만 아니라 대출 원리금 미상환으로 인해 디폴트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시점에 부동산의 투자 목적 및 부동산 유형별로 부동산 투자 계획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엔데믹 시대에 유망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다크스토어. 사진 셔터스톡
엔데믹 시대에 유망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다크스토어. 사진 셔터스톡

인플레 시대 부동산 투자 시 유의사항

먼저 부동산 투자 목적이 양도차익을 기대하는 차익형이라면 경기 변동성에 덜 민감하고 실수요 위주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거주 목적의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필수재로써 경기변동보다는 윤석열 차기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 및 지역별 수급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안전자산 측면에서 토지담보력 및 입지가 뛰어난 강남권 꼬마빌딩도 지속적인 투자상품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급격한 가격 상승 피로감 및 금리 인상 부담을 감안해 투자자 재정 상황에 맞는 대출계획으로 무리한 호가 매매를 경계해야 한다. 토지의 경우에는 장기투자 상품으로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인플레가 심화되는 시기에는 공사비, 금융비 등 개발업체의 사업비 부담으로 개발 시기가 지연돼 수요가 줄고 가격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장기 운용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 목적이 임대료 기반의 수익형이라면 부동산 산업별, 업종별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 상가의 경우에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맞이하여 ‘보복 소비’가 기대되지만, 경기 변동 여하에 따라 코로나19 이전 경제활동의 정상 수준까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상권 활성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가속화되어 온 언택트 업종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감안하여 인플레 대비 인건비 절감이 가능한 무인점포나 다크스토어(도심지 내 온라인 배송용 상품보관 오프라인 매장)가 유망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피스의 경우에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더불어 재택근무 병행 및 고정비 절감을 위해 업무공간 축소가 발생할 여지가 있으므로 메인 오피스 권역 외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호텔의 경우 관광 재개로 강한 회복이 기대되는 업종이나, 인플레로 인한 더딘 수요회복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관광 제재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차기 정권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재배치 등 한·중 외교 갈등 재점화 시 중국 관광객의 유입이 어려울 수 있다.

4차 산업 시대의 메가트렌드 수혜 업종인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는 인플레 시대에도 지속성장이 기대되며, 한국은 동북아 허브로 해외 투자자의 높은 관심과 기대에 힘입어 대형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료 결정력이 공급자(개발자)에게 있어 인플레 헤지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물류센터의 경우 기업들의 공급망 불안에 따른 재고 확대로 생산 관리 방식의 변화에 따른 창고 공간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의 경우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에는 대규모이므로, 간접 투자 방식인 상장리츠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해볼 만하다. 더욱이 우량임차인 위주의 대규모 리츠, 펀드의 경우 안정적인 배당(분배)금 수취가 가능하므로 화폐가치 하락분을 방어해 줄 수 있다.

코로나19,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면서 공급 쪽의 차질이 인플레의 원인으로 지속될 경우, 탈세계화 및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회귀) 방향으로 세계경제의 흐름이 턴어라운드 할 수 있고, 수출을 주 성장동력으로 삼는 한국 경제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경제활동의 공간을 제공하는 부동산에도 직간접적인 변화가 예상되므로 부동산 투자 의사결정 시 참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