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진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한양대 교육공학 석사
선우진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한양대 교육공학 석사

2019년부터 2022년인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가장 인기 있는 키워드 두 개를 선정한다면 무엇일까. 한 가지는 당연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아마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일 것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ESG는 기존 재무적 성과를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로 인해 ESG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전 세계에서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환경 부문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가적 이슈로까지 확산했다. 이 추세 속에서 최근 국내에서는 사회 부문도 큰 이목을 끌었다. 바로 근로자 안전(safety)과 관련한 문제와 연결되면서다.

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한 2020년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1년간 사고 재해자 수는 9만2383명이었다. 이 중 사고 사망자 수는 88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질병 재해자 수 및 질병 사망자 수 제외). 업종별 통계를 보면 건설업이 458명으로 가장 많고, 제조업 201명, 서비스업 122명순으로 나타났다. 비단 최근의 통계 자료인 2020년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도 안전에 관한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해왔다. 안타깝게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계속돼왔지만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는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 시행령은 2022년 1월 27일부로 시행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기업이 사전에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종사자의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등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인명사고(한 명 이상 사망사고 또는 두 명 이상 부상자 발생)와 같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 등의 책임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물린다. 법률은 이를 통해 기업이 안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사고를 예방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ESG 경영이 화두가 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기업이 ESH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이뤄져 왔다. ESH는 환경(Environment), 안전(Safety), 보건(Health)의 앞글자를 따 만든 용어로,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와 환경보호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활동을 의미한다. 안전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활동을 안전 문제가 가장 높은 건설업과 제조업의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작업자의 안전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에서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포스터 그리기 활동. 사진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작업자의 안전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에서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포스터 그리기 활동. 사진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안전한가(家)’라는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근로자 참여형 영상안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사진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유튜브
‘안전한가(家)’라는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근로자 참여형 영상안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사진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유튜브

사고 발생 위험 높은 건설업, 국내 1위 삼성물산의 해법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건설업.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건설업 1위인 삼성물산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중대재해 근절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하고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전사적인 중점 추진 방향을 설정, 실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① 안전의식 재정립 교육: 경영진을 포함한 전 임직원 대상 안전의식 재정립 교육을 통한 안전 공감대 형성 ② 안전보건체계 정비: 중대재해 우려가 높은 취약 공정·작업 등을 집중 점검하고 지적사항에 대한 근본적 개선방안 마련 ③ 안전관리 조직 및 역량 개선안 수립: 부문별 유관부서 기반의 TF팀을 조직해 자사 및 협력사의 안전보건 운영체계 개선 ④ DfS(Design for Safety) 업무 표준 정립 및 안전 가이드 배포 비상 대응 절차 재정비: 중대재해 우려 취약 공정·작업 집중 점검 및 근본 개선, 안전관리 조직 역량 개선, 안전환경 기준, 운영지침 및 비상 대응 절차 재정비 시행 등이다. 이 중 네 번째 항목은 실시 예정에 있다. 


문화적 측면에 초점 맞춘 대한제강

국내 제조업 중 철강기업인 대한제강과 자회사 와이케이스틸의 사례를 살펴보면, 앞서 소개한 삼성물산과 유사한 활동도 하지만 그보다 더 문화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안전문화를 만드는 활동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아래와 같은 활동이 있다. ① 감성안전 활동: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희망자) 가정방문 행사 및 포스터와 편지 대회 개최 등을 활용해 작업자의 안전 마인드 고취 ② 안전 자긍심 활동: ‘안전한가(家)’라는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근로자 참여형 영상안전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회사를 이끄는 개개인의 안전과 휴먼 스토리를 공유, 이로 인해 내부 임직원에게는 안전 의식과 자긍심을 키우고, 대중에게는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는 활동 ③ 자율안전문화 정착: 불안전한 근로자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줄이고자 외부의 안전관리전문 기관과 협업해 올바른 행동 습관화(Behavior Based Safety)를 통한 재해 예방 활동 추진 등이다.

앞서 소개한 기업들 외에도 거의 모든 기업이 안전을 임직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제도, 시스템 측면에서의 개선과 근로자의 인식과 마인드 측면에서의 문화적 개선 활동 등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재해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