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사진 연합뉴스
4월 11일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사진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사진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사진 뉴스1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3월 대선 이후 한 달이 지났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하락을 거듭하던 거래량이 조금이나마 다시 늘기 시작한 데다, 집값 하락세가 멈췄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월 11일까지 신고 기준 9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8개월 만에 증가세다. 매매계약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000건을 무난히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8월 4064건을 기록하다 꾸준히 줄어들면서 거래 빙하기에 들어갔다.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805건까지 하락한 바 있다. 

집값 하락세도 멈춘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보합(0.00%)으로 돌아섰다.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예정된 용산구와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여파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정중동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5년간의 집값 급등세가 다시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쪽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그 이유를 들어봤다.


1│급격한 규제 완화는 없다

4월 10일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에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기획위원장이 내정됐다. 원 후보자는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가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부분은 매우 안정 위주, 신중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꽤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부동산 시장의 왜곡된 부분은 바로 잡겠지만, 성급하게 움직였다가 다시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에 대한 시각도 다소 바뀌었다. 부작용이 있으니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의도를 재차 강조했다. 원 후보자는 “일방적으로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라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면서 “시장 기구에 부작용을 준 부분도 있고 획일적 기준, 지역적 차이, 임대차 수요와 공급 등이 무시되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되다 보니 그때 놓친 문제점들이 많다”고 했다. 갑자기 임대차 3법 자체를 폐지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대출 규제 완화에도 조심스레 나서고 있다. 정부가 나서 가계부채를 관리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나왔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정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엔 소극적이다. DSR은 연간 대출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버는 만큼 빌려준다’는 취지의 규제다.

현재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이 규제가 있으면 연 소득이 5000만원일 때, 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가 2000만원(약 월 166만원)이 넘는 대출을 일으킬 수 없다. 아무리 LTV 기준을 낮추고 청년 주택대출 등을 마련한다고 해도 개인별 DSR을 유지한다면 각종 대출 규제 완화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이라는 뜻이다.


2│다주택자 양도 시 중과 배제⋯매물 출회 쉽지 않다

당장 인수위가 제안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안도 5월 11일부터나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4월 1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인수위의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앞서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양도세 중과세율 한시 배제를 정부에 공식 요청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과도한 다주택자가 6월 1일 이전에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한시 배제 방침을 4월 조속히 발표하고, 발표일 다음 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는 다주택자 매물 출회로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왜곡을 줄이려는 인수위의 시도가 무력해졌다는 뜻이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으로 확정되고 나면 매각할 주택에 대한 호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주택 공급이 취약한 시점에서는 세금을 매매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임대차 3법과 대출 규제에 따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세입자가 있는 경우 최장 4년까지 실거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시장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 규제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는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살 가능성이 크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세입자를 들인 물건은 최장 4년까지 실거주를 못 하는 상황이고, 5월 말로 잔금을 치르기엔 시간이 빠듯해서 나오는 매물이 많지 않다”고 했다.


3│6월엔 지방선거⋯민주당 180석과의 협치 쉽지 않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집값을 자극할 정책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새로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집값을 더 자극해서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5월에 취임한 이후 부동산 시장 정상화 노력을 하더라도 시장 자극을 하지 않는 선에 그칠 것이란 뜻이다. 

의석수 180석을 가진 민주당 입장에서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실기로 끝난 부동산 정책을 무조건 고수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당 열성 지지층을 감안하면 국민의힘과 협치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당장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완화하거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완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안건 모두 국회 의결사항으로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중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완화와 동시에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로 투자 심리가 쏠릴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투자 수요가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부동산 시장에 손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결국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흘러갈 것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지만, 투자 심리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을 짜고 있다”고 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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