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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필 KAIST 문술 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프로그램(MIP)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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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의 특허 담당 임원이었던 도널 오코넬은 2008년 출판한 ‘특허공장의 내부(Inside the Patent Factory)’이란 책에서 특허를 상품으로 파악했다. 그는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특허를 개발하는 회사나 조직을 ‘특허공장(patent factory)’이라 칭했다. 같은 관점에서 이공계 대학과 연구소도 지식재산(IP)을 생산 및 사업화하는 특허공장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IP 창출뿐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대학과 연구소는 오직 IP만을 창출하므로 오히려 순수한 특허공장이라 할 수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대학은 학술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해야 하는 조직이다. 대학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 전담 조직을 선도적으로 만들어 냈던 미국에서도 대학의 기술사업화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1923년 위스콘신대의 해리 스틴복 생화학과 교수는 우유, 시리얼 등 음식에 자외선을 조사하여 비타민D 성분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구루병 치료의 새로운 길이 열렸지만, 미국은 대학 소속 과학자가 IP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학문의 자유와 제한 없는 기초 연구가 위협받는다는 시각 때문이었다. 특허는 '과학의 진보를 위한 연구법인(RCSA)' 소유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RCSA는 특허로 발생한 매출을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비로 분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스틴복 교수는 사기업이 산업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허가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그가 소속 대학에 특허를 이전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학교는 특허사무소를 설립하는 것이 불필요한 투자라며 거절했다. 그럼에도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1925년 이 대학 동문들을 주축으로 위스콘신 동문연구재단(WARF)이 설립됐다. WARF는 위스콘신대로부터 독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참여하는 동문들이 수탁자로서 교수의 발명을 이전받아 사업화하고 수익 일부를 대학과 발명자에게 분배했다. WARF의 매출 일부는 대학과 연구자에게 환원돼 연구비로 활용됐고 2016년까지 위스콘신대의 비타민D 특허는 3억달러(약 3700억원) 가치를 창출했다. WARF는 대학 기술이전사무소(TTO)의 세계 최초의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강력한 친특허정책이 시행되던 1980년 미국 대학을 바꿔놓은 법안이 통과됐다.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 결과에 대해 대학이 특허권을 보유하도록 하는 ‘바이-돌 법안(Bayh-Dole Act)’이 그 주인공이다. 대학은 앞다퉈 TTO 설치와 기술사업화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대학들의 등록 특허가 5898개, 총기술료 매출은 22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했는데, 일부 특허는 한 대학에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 이상의 로열티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노스웨스턴대의 리처드 실버만 교수가 1988년 개발한 신경통·발작·간질 치료제인 프레가발린도 대표적인 예다. 이 약은 화이자의 ‘리리카’로 출시돼 2016년 한 해 매출만 50억달러(약 6조1700억원)에 달했다. 이에 힘입은 위 대학의 로열티 수익은 14년간 무려 22억달러 이상이었다. 이처럼 미국 전체 대학이 올린 로열티 수익의 70%는 노스웨스턴, NYU, 프린스턴, 컬럼비아, UC 버클리, 스탠퍼드 등 상위 15개 대학이 독차지했다.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한 국가 연구개발(R&D)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공익을 위해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2012년 당시 대학 연구비 중 69%가 연방·주·지방정부에서 나왔고, 학술단체의 지원이나 자체 재원 마련을 활용한 경우는 19%, 기업이 투자한 경우는 5%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대학의 TTO가 기술사업화로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순수익을 올리는 TTO는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외부 로펌에 지출하는 법률 비용도 막대했다. 성공보수로 일하는 로펌들은 보통 손해배상액의 3분의 1을 가져갔다. 2016년 2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인 마벨 테크놀로지 그룹이 카네기멜론대의 보유 특허들을 침해한 사건에 대한 법률 비용은 학생 6000명의 1년치 등록금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특허를 통해 사업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는 국가 경제적인 사명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IP를 출원 등록하는 대학에서 1차적으로 뛰어난 IP를 창출한다면 기술이전 받은 기업 역시 시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대학의 TTO들이 좋은 IP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핵심적인 동기는 기술사업화를 통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둘째, 대학의 기술사업화 수익은 대학의 새로운 연구개발의 원동력이 된다. 기술 사업화의 성공 모델인 미국의 WARF,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예다(YEDA) 등 수많은 TTO가 자신들의 운영철학으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기술사업화 성과를 내는 대학들이 TTO의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서 추구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새로운 연구와 교육이다. 셋째, 대학의 활발한 기술사업화는 교수, 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적극적인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뛰어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권리화된 IP는 그 자체가 창업의 결정적인 기반이 된다. 기술사업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개발에 대한 큰 동기부여가 된다. 

IP를 존중하고 IP의 가치가 인정받는 대학 문화 속에서 양질의 창업이 꽃 피기 마련이다. “회사의 사업과 목적은 위스콘신대에서 교수·스텝·동문·학생 등 이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수행하는 과학적 조사와 연구를 촉진, 격려,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WARF의 설립 당시 정관에는 이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와이즈만연구소의 TTO인 예다도 ‘사회가 와이즈만에서 이뤄진 발견으로 혜택을 받도록 할 것’ ‘더 독립적인 연구가 수행될 수 있도록 기관의 추가 수입원을 조성할 것’ 등 두 가지를 철학으로 내세웠다. 결국 대학이 왜 기술사업화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답변이 내포돼 있는 것이다.

박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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