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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 법학, 제31기 사법 연수원,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 중국 북경대 법학원, 현 법무부 해외 진출 중소 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김성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 법학, 제31기 사법 연수원,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 중국 북경대 법학원, 현 법무부 해외 진출 중소 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어느덧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고 2021년 기준 대중국 수출액은 1629억달러(전체 수출 중 25.3%)를 넘었으며, 수입액은 1386억달러(전체 수입 중 22.5%)를 넘어섰다. 대중 무역량은 대미 무역량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중국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인건비 증가, 중국 기술력의 성장에 따른 한국 기업의 비교우위 상실,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 강화, 미국과 무역 마찰 등으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청산(해산청산 또는 파산청산)하거나, 지분을 매각하여 철수하고 동남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이전, 또는 한국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철수하는 한국 기업 중에는 철수 시기를 놓치거나 철수 방법을 잘못 택해서 애를 먹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철수 방법 중 해산청산에 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해관계자와 협의·계약서 점검 등 필요

첫째,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외상투자)를 환영하지만, 청산을 반기지는 않는다. 중국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 금액에 따라 지방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하고 정부 공무원이 협조하는 경우도 있으나, 청산하는 기업에 대해 이러한 지원은 없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꼼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법인의 현황에 대해 실사해 청산에 어떠한 걸림돌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중국 법인이 합자 법인(joint venture)인 경우 파트너사와 청산에 관한 심도 있는 협의를 해야 하고, 법인의 정관과 합자 계약서상 청산을 위해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납입하기로 한 등록자본금 중 미납 부분이 있는지, 토지와 건물이 있는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직원들과 노동계약을 해지하고 경제보상금(한국의 퇴직금과 유사하나 차이가 있음)을 어떻게 얼마만큼 지급할 것인지, 미납 세금 등 세무 문제가 없는지, 투자 당시 지방정부로부터 받은 인센티브가 있다면 이를 다시 반납해야 하는지, 채권·채무는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생산 법인인 경우 환경법 위반 문제가 없는지, 계속 중인 분쟁(소송 또는 중재)은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해야 청산이 신속하게 될 수 있다. 

관할 지역 공무원 및 중국 법인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청산이 지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 파산청산 절차를 개시해야 하는데, 파산 절차는 해산청산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에 채무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 증자를 통해 해결하고 해산청산을 진행하기도 한다.


사전에 청산 일정·방안 결정해야

둘째, 전문가들과 함께 사전 준비 결과 발견된 문제점들을 반영해 청산을 위한 일정(路线图)과 청산 방안을 작성해야 한다. 청산을 위해서는 법정 공고 기간 등이 있기 때문에 청산 종결까지는 최소 4~5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 토지가 있는 생산 법인인 경우이거나, 근로자 수가 상당히 많거나,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한 경우, 제삼자와 소송이나 중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더욱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법인 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 기업의 경우 청산기간을 몇 개월만 단축해도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청산 개시 전 법인의 다운사이징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줄이거나, 사실상 휴면회사로 만들어 일정 기간 유지한다면 청산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질 수 있다. 

중국법상 법인의 청산이 개시되면 법인은 청산과 무관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기존 법인의 운영상 필요한 업무로서 청산과는 무관한 업무라면 청산 개시 전에 진행해 두어야 한다. 별다른 준비 없이, 청산 로드맵과 청산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청산을 개시하면 청산 기간이 늘어져서 비효율적이고 비용은 증가한다.


청산 종결까지 적절한 직원 관리 필수

셋째, 중국 법인의 사정을 잘 아는 직원(특히 재무 및 인사 담당) 한두 명은 가급적 청산 종결 시점까지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 이를 해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무국이나 노동국 공무원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 사정을 잘 아는 직원이 없을 경우 신입 직원이나 외부 전문가가 이러한 업무를 해야 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

넷째, 직원 정리를 원만하게 해야 한다. 해산청산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전에 경제성 감원(한국의 정리해고와 유사)을 먼저 실시할 것인지, 경제보상금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것인지 등을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철수 과정에서 직원들이 주재원을 감금하거나 월급 미지급이나 채권 미변제 등을 이유로 법인 대표자가 출국 금지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청산 자체가 지연될 뿐 아니라 채권자와의 협상력도 약해질 우려가 있다. 청산이 개시되면 수년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회사와 협상하거나 심지어 협박하는 직원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직원 수첩(한국의 취업 규칙과 유사한 내부 규정) 및 직원과 체결하는 노동계약서를 잘 작성하여 직원과 분쟁을 사전에 감소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서류·숫자 점검, 관할 지역 法 유의

다섯째, 서류와 숫자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청산을 위해서는 위임장부터 시작해 주주총회 결의, 채권자 공고 및 통지, 청산 방안, 청산 보고를 비롯한 각종 서류들을 작성해야 하고, 대차대조표, 재산 목록 등 숫자 계산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서류에 오류가 있거나 숫자 계산이 잘못돼 문서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법인의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실수는 청산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최신 법령과 관할 지역의 법 집행 관행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십여 년 전에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한국 본사의 임원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많은 법령이 변경됐기 때문에 십여 년 전의 경험은 현실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별로도 일부 법 집행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기에 이런 점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법에 따라 철수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중국 정부의 공공신용정보센터 또는 국가기업정보공시시스템에 ‘이상 기업’으로 공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중국 법인은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한국 모회사까지 소위 평판 리스크(信譽風險)에 노출될 수 있다. 추후 중국 재진출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중국 법인의 대표자는 행정, 민사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고 중국 출국이 제한될 수도 있다. 등록자본금을 전액 납입하지 않은 채 청산하는 경우 한국의 모회사가 예외적으로 중국 법인의 채권자에게 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철수함에 있어서도 적법한, 질서 있는, 계획된 철수가 필요하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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