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물인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관건은 ‘어디에 투자하느냐’다. 사진 셔터스톡
최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물인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관건은 ‘어디에 투자하느냐’다. 사진 셔터스톡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뜨거워 보인다. 사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산가는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택해 큰돈을 벌어왔고 지금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에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물론 부동산 투자도 주식이나 채권 혹은 암호화폐 등 여타 투자 대상과 마찬가지로 결과에 대한 보상과 책임, 즉 성공과 실패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는 주식 등 여타 투자 대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 실패를 우려한다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투자처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안팎으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 집값 급등,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소리 없이 다가온 인플레이션, 큰 폭의 시중금리 인상, 빠른 시일 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 문제, 민생을 외면한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동산에 큰돈을 투자하기가 절대 쉽지 않아 보인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사태가 큰 폭의 부동자금 증가라는 선물 아닌 선물을 가져온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서둘러 마땅한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경기 불황에 따른 부동산 시장 하락을 말하면서 이른바 ‘안전 투자’라는 명목하에 부동산에 투자하기를 애써 외면하고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물인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위기를 투자할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우량 부동산에 투자해 큰 성과를 거둔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투자라고 하면 ‘아파트’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상가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사진 연합뉴스
부동산 투자라고 하면 ‘아파트’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상가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사진 연합뉴스

법원경매로 강남 상가주택빌딩을 낙찰받아 자산 증식 성공한 A씨

직장인 A씨가 본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2년 봄이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투자라고 하면 당연히 아파트 청약해서 분양받는 게 전부인 줄만 알았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우연한 기회에 참석하게 된 어느 친목 모임에서 베테랑 경매컨설턴트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경매컨설턴트는 그에게 여유자금이 있다면 법원경매로 나온 부동산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부동산 경매에 문외한이었던 A씨로서는 경매컨설턴트의 권유를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입찰에서부터 명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행 과정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하자 경매를 통한 부동산 투자에 도전하기로 했다.

A씨가 투자한 경매물건은 서울 강남구 OO동 초등학교 인근에 소재한 대지 274㎡, 연면적 515㎡ 규모의 3층짜리 상가주택빌딩이었다. 경매법원을 통해 감정평가된 금액은 6억5000만원이었지만 배당받지 못하는 상가 임차인의 존재로 명도 저항이 우려되는 까닭에 2회 유찰돼, 감정평가금액의 64%인 4억1600만원에 재입찰된 물건이었다. 입찰 당일 A씨는 감정평가금액의 74% 선인 4억8000만원에 응찰해 경쟁 입찰자 네 명을 모두 물리치고 최고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후 경매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상가 임차인에 대한 명도 절차까지 무사히 마치면서 온전한 소유권을 가지게 됐다. 그 후 시간이 흘러 A씨가 낙찰받은 경매물건 주변이 상가밀집지역으로 변모해 갔다. 또 그사이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2030 세대가 선호하는 핫한 지역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신분당선 연장 노선(강남역~신논현역~논현역~신사역) 개통도 코앞에 둔 상황이다. 경매로 매입한 지 20년이 지난 2022년 현재, 투자금 대비 무려 12배 이상 상승한 6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더욱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개보수까지 마친다면 70억원에도 매수자가 어렵지 않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A씨의 첫 번째 부동산 투자는 말 그대로 대박 그 자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과감한 토지 매입으로 큰돈 벌게 된 B씨

자영업자 B씨의 부동산 투자 성공 사례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2008년 늦가을 지인으로부터 매수를 의뢰받고 개별공시지가 수준에서 사들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소재 1만1240㎡ 규모의 토지(지목상 임야)가 있다. 해당 토지의 당시 개별공시지가는 3.3㎡당 40만원 선이었고 거래 시세는 개별공시지가를 조금 웃도는 3.3㎡당 50만원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실 B씨가 지인 소유의 토지 매수를 제의받고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이구동성으로 매입에 반대했다. 아무리 여유자금이라고는 하지만 임야 투자에 14억원에 육박하는 큰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친구들조차 차라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편이 더 낫겠다는 충고를 서슴없이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비록 지목은 임야였지만 완경사지이기에 향후 개발될 가능성이 보였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연구소와 연수원들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라는 소문까지 들렸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학교가 캠퍼스를 이곳 인근 지역(죽전신도시)으로 이전해온 직후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B씨의 판단이 옳았다. 그간 해당 토지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와 대기업 연구소 및 연수원 등이 하나둘 들어섰고, 인근에 유명 사립대학교가 이전 정착하면서 개발유망지역으로 급부상한 것이었다. 2022년 기준으로 시세를 알아보니, 당장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차치하고 개발 행위가 가능한 완경사지 임야의 경우에도 매입할 당시 가격의 10배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B씨의 부동산 투자 역시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초대박이 분명했다.

A씨와 B씨의 부동산 투자 사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부동산 투자로 낭패 없이 큰돈을 벌 수 있었던 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째, 경기 불황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위기라기보다는 우량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단기 차익에 급급한 투기적 성향의 매입이라기보다는 장기 전망에 근거한 투자적 관점의 매입이었다는 점도 있다. 셋째, 단순한 매입보다는 매입 후 가공과 개발까지 염두에 뒀다는 점. 넷째,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수 있는 실물 투자라는 점 등도 부동산 투자 대박을 가능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