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해 정비기반시설을 정비하거나 주택 등 건축물을 개량하거나 건설하는 사업”이라고 규정돼 있다. 사업 종류로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6가지로 분류된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의 주요 문제점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 부재로 인한 전문성 결여에서 나온다. 이는 주민 간 혹은 사업 관계자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져 사업 기간을 지연시키거나 혹은 사업 중단으로 귀결돼 비용 증가를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합 임원들에게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건설사업관리(CM⋅Con-struction Management)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비사업에서 CM을 적용하게 되면 사업 초기 단계인 사업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기초로 해서 조합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사업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토지 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매매 가격이 불안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향후 안전하고 합리적인 분양 가격 산정을 위해서도 정비사업의 CM 제도 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서울시 둔촌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단지의 불협화음은 분양가상한제 적용과 더불어 사전분양을 하지 못하고 일어난 조합원 간의 마찰과 정비사업을 공정하게 추진하지 못하면서 나타난 불협화음이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이어져 사업 중단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다. CM 제도를 도입하면 계획 단계에서부터 설계, 시공, 사후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정비사업의 체계적이고 완벽한 사업관리와 기술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미리 설정한 공사비 예산 및 사업 기간 내 최고 품질의 목적물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사업기획과 설계 이전 단계에서부터 관련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CM 전문가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선진 건설 서비스 위해 필요한 CM
건설사업기본법에는 CM을 “건설공사에 관한 기획, 타당성 조사, 분석, 설계, 조달, 계약, 시공관리, 감리, 평가, 사후관리 등에 관한 관리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CM의 개념과 정의, 형태는 문헌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결국 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CM은 한마디로 사업주를 위해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유지관리 단계까지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어진 예산 및 사업 기간 내에 양질의 프로젝트를 인도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CM은 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사업자의 전반적인 또는 부분적인 권한을 위임받아 대리인(agent) 및 조정자(coordinator)로서 프로젝트의 통합관리 역할을 수행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정비사업의 CM 업무 범위는 조합을 대신해 정비사업의 기획 및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에서부터 설계자 선정, 설계관리, 건설사업비관리, 일정관리, 발주는 물론 시공자 선정, 시공 및 유지관리까지 아우른다. 건설사업의 모든 과정을 전문기술력을 바탕으로 통합관리함으로써 발주자의 주어진 예산과 시간 내에 최상의 정비사업을 완성해 품질향상과 이윤 극대화를 위한 선진 건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CM 도입의 기대효과는 공사관리를 통한 품질향상과 원가절감, 사업 기간 단축 등이다. 특히, 발주자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이익 창출을 위해 총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변경이나 수정 포함) 및 관리, 사업 기간의 장기화에 따른 사업변동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사업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비전 제시(시설운영방안 등), 설계 및 시공에 필요한 적격업체 선정 지원, 기타 각종 의사결정에 따른 효율적인 자문 활동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분쟁 발생 방지와 적극적인 대응을 위한 계약서, 설계도서 및 시방서 등 검토업무와 분쟁 발생 시 내용분석과 해결방안 제시 등 업무를 진행한다.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협력업체 등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원활한 사업수행을 위해 기타 발주자의 미흡한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지원할 수도 있다.
CM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의 프로젝트관리정보시스템(PMIS· Project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이하 PMIS)을 구축해야 한다. PMIS는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발주자, 건설사업관리, 감리자, 설계자, 시공업체 및 협력업체 등 다양한 참여 주체가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상호 신속하고 정확한 의견교환, 업무 공조를 하고, 체계적인 관리 및 자료 축적을 통해 프로젝트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웹 기반 PMIS다. PMIS를 구축하면 정비사업의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건설사업관리를 위한 설계, 시공, 준공단계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에 관한 정보를 축적, 공유해 이를 통해 사업 전반에 대한 분석과 통제를 할 수 있다. 또 정비사업의 최적화된 프로세스와 표준분류체계를 기반으로 조합의 모든 자료를 전자적으로 교환, 공유할 수 있다. 상호 간 협업이 원활하게 지원되며, 보고체계에 대한 신속하고 직관적인 상황 보고 및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시민 및 민원인에게도 공사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최근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 정비사업 현장의 분쟁사례와 같이 복잡하면서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비사업에서 CM 도입은 주민 간 갈등과 시공사와의 갈등, 더 나아가 사업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을 줄이고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차기 윤석열 정부의 재개발·재건축사업 규제 완화를 비롯한 각종 정비사업의 활성화 및 무리한 가격 상승 예방을 위해서라도 CM 제도는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