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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ng)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이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면 ‘기술금융’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여기서 기술이란 정보통신 기술을 지칭하는데 빅데이터의 분석과 활용까지를 모두 포괄한다. 즉, 핀테크는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등장한 금융혁신 비즈니스 모델, 산업, 금융서비스를 통칭한다. 

핀테크가 적용되는 금융 영역은 지불결제, 저축, 대출, 펀딩, 보험, 투자관리와 컨설팅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관련된 산업 분야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산업, 콘텐츠 산업, 문화예술 분야까지 연관돼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고 시장이 확대하는 추세다.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분야 투자는 2021년 2조1000억달러(약 2659조원)에 달했고 그중 벤처투자금만 1조1500억달러(약 1455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투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핀테크가 각광받는 이유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편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금융 접근성과 금융 포용성의 확대, 거래비용 절감, 서비스 품질의 향상 그리고 금융 산업의 효율성 개선 등이 꼽힌다. 물론 관련 리스크도 적지 않다. 금융충격의 급격한 전이, 소비자 리스크 확대, 자금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 사이버 보안 위협 등이 있다.

대부분 국가는 핀테크를 산업 정책 측면에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금융 분야 디지털화를 통한 혁신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규제보다는 새로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국의 핀테크 정책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육성지원법’을 제정해 투자확대를 유도하고 ‘디지털 샌드박스’를 도입해 사업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플랫폼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오히려 규제가 핀테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많은 불만이 나온다.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는 빠르고 필요한 제도는 부재하다는 것. 100만원 이상 거래 시 사업자가 송수신인 신원정보를 기록하도록 요구하는 트래블 룰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돼 시장을 위축시켰다고 주장한다. 암호화폐의 코인 공개(ICO)는 사실상 금지된 것과 같아서 해외에서 시행한다. 코인의 성격에 따라 코인 발행의 관리 부처가 달라지기도 한다. 금융서비스에 따라 담당 부처가 달라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관리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는 핀테크의 제도적 관리를 위해 종합적인 접근을 권장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은 발전 방향을 특정하기 어려운 미래 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기술 발전이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커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핀테크 산업의 주무 부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은 이미 선제적으로 법 제도를 정비해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핀덱서블에 따르면 한국의 핀테크 산업발전순위는 2020년 18위에서 2021년에는 26위로 하락했다. ICT 분야 기술력은 세계정상급인데 금융 분야가 기술력의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는 내년 1월로 미뤄진 암호화폐 과세를 1년 더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유는 1차 연기 때와 마찬가지로 가상화폐거래에 관한 시장의 규칙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가상자산 시장의 안정화에 머물지 않고 핀테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정비와 책임 있는 주무 부처의 지정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경쟁에서 금융 산업이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