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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교토대  연수, 미국공인회계사,  국회 사무처 입법지원 위원
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교토대 연수, 미국공인회계사, 국회 사무처 입법지원 위원

2018년 많은 논란 속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가 1월 1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까지 그 적용이 확대되고,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예외(근로자 대표와 합의로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허용)가 2022년 12월 31일 자로 폐지됨으로써 주 52시간 근로제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전 사업장에 도입되게 됐다.

반면,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유연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이 짧고 도입 및 성립 요건이 까다로워 그 활용이 제약되고 있으며,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입법적, 정책적 개선 작업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의 변화란 기껏해야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에 한하여 3개월로 늘어난 것, 재량 간주 근로시간제의 대상 업무에 금융투자분석, 투자자산운용 업무가 추가된 것이 전부다.


근로시간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이와 같은 법적 불균형 속 비탄력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현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높아져 왔다. 입법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시 장시간 근로를 억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며, 고용 효과가 클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업무 비효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근로자에게도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했으며, 좋은 일자리 증가 효과는 지극히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불만의 목소리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자 및 근로자 등 다양한 주체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어 그 해결을 무한정 미룰 수도 없어 보인다.

다행히 차기 정부는 그 심각성을 공감하고, 근로시간제에 대한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 방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산업 환경 변화 따른 유연한 근로시간제

차기 정부의 정책들이 구체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핵심은 현행 주 단위 근로시간 규제를 연 단위 총량 규제로 전환함으로써 비탄력적인 근로시간제를 개선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장기적으로는 근로기준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겠지만, 사회적인 합의 도출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유연근로시간제의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먼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계절적 요인으로 특정 시기에 주문이 몰리는 사업군이나 IT·게임 업종처럼 신제품 출시 등 특정 시점에 업무가 집중되는 산업군의 경우, 1년 단위 업무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물꼬는 터줘야 한다. 기업이 일시적인 활용을 위해 잉여인력을 정규직으로 유지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단시간, 기간제근로자 등 임시직의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며, 고용 안정성도 낮다는 면에서 국가의 장기적인 고용정책으로 가져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위기간이 1년으로 확대되더라도 연 단위 총근로시간이 증가하지 않고, 주당 근로시간은 여전히 제한되며, 근로자는 업무가 감소하는 시기에 장기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종합하면, 근로자의 삶의 질을 악화한다는 비판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보인다.

다음으로, 근로자의 총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거나 개인의 자율성에 기반한 새로운 유연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공장제 근로자를 기준으로 제정된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개인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는 4차 산업혁명에 적절하지 않고, 결과물을 중시하는 도급적 성격의 업무를 ‘근로시간=성과’로 재단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사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점도 고려돼야 한다.

예컨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 잡담을 나누거나 흡연하는 시간, 메신저를 확인하는 시간 등은 엄밀한 의미에서 근로시간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낭비일 뿐이다.

연 단위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하면 이를 저축해뒀다가 업무가 적을 때 휴가로 소진하는 방식, 1년 동안 근로시간 총량을 정하고 이를 넘어선 근로에 대해서는 초과분만큼 저축해뒀다가 장기 휴가로 활용하는 방식 등을 일컫는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생애주기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질병 치료, 교육이나 훈련을 위한 장기간 휴식시간 확보 등으로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기업에서는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노사 자치로 충분히 도입을 고려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된다.


법률 개정 앞서 노동 정책 전환 선행돼야

문제는 위에서 논의한 세 가지 방안 모두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양대 노총 모두 최근 들어 유연근로시간제 확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향후 2년간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는 만큼 위 제도들이 빠른 시기에 입법화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에 행정규칙이나 행정해석의 변경을 통한 정책 집행이 우선돼야 한다.

먼저, 현행 근로기준법은 유연근로시간제 도입 시 대부분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요건으로 정한다. 그런데 유연근로시간제는 개별 사업, 부서, 팀, 직무 단위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아 전체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영향을 받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가 실무적으로 문제 된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대표의 선출 범위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라는 입장이지만(2019년 고용노동부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 근로기준팀-8048, 2007. 11. 29.), 법원은 정리해고 사안에서 근로자 대표란 정리해고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업부의 의사와 이익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을 뿐(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두 4403 판결, 서울행정법원 2000. 8. 22. 선고 99구27282 판결), 유연근로시간제와 관련된 명시적 판례는 없어 실무상 혼란이 다소 있다. 

유연근로시간제 도입을 위한 근로자 대표 선정과 정리해고 사례를 위한 근로자 대표 선정 간 유의미한 차이점이 없는 점, 유연근로시간제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의사와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게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춰, 고용노동부는 유연근로시간제가 적용되는 업무 단위별로 근로자 대표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석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재량 간주 근로시간제의 대상 업무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 제6호).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9년 7월 31일 공인회계사, 변호사, 세무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변리사, 부동산 감정평가사에 더해 그 범위를 금융투자분석사, 투자자산운용사로 확대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디지털전환 시대와 근로 시간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전문적 또는 창의적 업무와 같이 업무 자체의 성질상 업무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 영역이 급증하고 있어, 그 범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특별연장근로 인가의 확대(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9조 개정), 근로시간의 적용 예외 대상인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범위 확대(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의 해석 기준 변경) 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현행 근로시간제도의 해체, 성과 중심의 근무 방식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기업이 생존하고,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제의 변경은 단기적으로는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고, 많은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번 정부가 지혜를 모아 난제를 잘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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