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서울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서울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사진 뉴스1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5월 3일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부동산 부문에 대해서는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로 잡겠다’는 모토를 내걸었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것은 완화하되 지나치게 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고 공급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정 과제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애초 대선 공약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었으나 정제되고 톤이 다소 낮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새 정부에서는 국회 문턱을 넘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여야 협의가 가능한 법률부터 개정해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에 여전히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소형 아파트 매입 임대 사업 허용,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인하 공약 등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정책에선 시장 분위기를 봐가며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녹록지 않다. 대출금리가 그동안 만만치 않게 올랐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집값과는 반비례관계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 비용이 올라가 수익률이 낮아진다. 금리가 추가로 더 오를 경우 최근 2~3년간 나타났던 2030 세대 중심의 ‘영끌 빚투’나 ‘패닉 바잉(panic buying·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사재기)’이 재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집값은 규제 완화 신호와 금리 인상 간의 시소게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규제 완화 톤은 다소 낮아진 듯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는 대선 공약보다는 규제 완화의 톤이 낮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령 대선 공약 당시 핫 이슈인 재건축에서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추진’이 있었으나 국정과제에는 없다. 대신 재건축 부담금 및 안전진단 등 정비 사업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시장이 재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자 자극적인 내용은 넣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 새 정부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한해 LTV를 80%까지 높이는 방안을 우선 추진한다고 국정과제에 담았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내용으로 2030 세대의 대출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가 아닌 경우는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한다’던 공약은 ‘주택 시장 상황, DSR 안착 여건 등을 고려해 합리화 추진’으로 변경됐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 등도 고려해서 금융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애초 매입 임대용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 신규 등록을 허용하고 종부세 합산과세 배제, 양도세 중과세 배제하겠다는 대선 공약은 이번 국정과제에서 찾기 힘들다. 현재 매입 임대 사업 등록은 다세대와 다가구주택 같은 비아파트만 가능하다. 다만 임대주택에 대해서 ‘임대리츠를 활성화해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건설 임대 등 등록 임대 주택을 확충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또 국정과제에는 ‘GTX A·B·C 및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신규 노선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고 명시됐다. 대선 공약 당시 언급됐던 GTX E·F 노선 신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국정과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선 공약 그대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이다. 1기 신도시에서 양질의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1기 신도시 개발 문제는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도 입장을 같이하고 있어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금리 인상 폭이 관건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한국은행이 올해 5월을 포함해 총 네 차례 추가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연 1.5%인 기준금리가 연말엔 2.5%로 오르게 된다. 금융기관별로 전망은 다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은행이 내년 말까지 금리를 두세 차례는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경우 추가적으로 더 인상할 수도 있다.

만약 기준금리가 연 2%를 넘어서면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연 5%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즘은 갭투자가 많은데, 갭투자는 기본적으로 세입자로부터 무이자 대출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갭투자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매물을 대거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매물이 쇄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손해 보고 팔지 않는 ‘손실 회피’가 크게 작용한다. 다만 매수세는 크게 줄어 거래 절벽이 심화할 것이다. 특히 금리가 5%를 넘어서면 부동산 시장의 주축인 2030 세대들의 집단적인 주택 구입 열기가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아파트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세무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 뉴스1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아파트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세무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 뉴스1

급매 성격 절세 매물 관심 가져볼 만 

집값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집주인들은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어 수요가 줄어도 집값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도 예년에 비해 많지 않다. 더욱이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곳이 많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책상 앞에 앉아 시장을 전망할 게 아니라 현장을 가봐야 한다. 지금 서울 및 수도권에서 25~30년이 지난 아파트단지에서는 곳곳에 재건축 추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집주인들의 ‘희망’은 생각보다 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정보를 모두 균등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서 수용한다. 말하자면 집값의 악재인 금리 인상은 애써 무시하고 호재인 규제 완화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에선 싸게 매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상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파트 시장 분위기는 재건축이 주도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폭발성이 강한 부동산 상품이다. 부동산 시세는 미래 기대를 먹고 자란다. 휘발성이 강한 재건축이 꿈틀거리면 일반 아파트까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는다. 향후 집값의 바로미터 혹은 풍향계는 재건축이 될 것이다.

물론 개발 호재가 없는 단지들은 급매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한시적 감면도 5월 11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 절세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절세 매물이 시장을 짓누르면서 상승을 제한할 것이다. 그래서 재건축 추진 단지와 그러지 않는 단지에 따라 집값이 울퉁불퉁해질 가능성이 있다.

극단적인 국제 정세 불안이 없다면 올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은 통계적으로 소폭 상승세를 보일 것 같다. 그렇다면 올해 집값이 크게 뛴다고? 그것은 아니다. 대출금리 장기 상승에 따른 부담감이 커 상승률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명목주택가격 상승률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주택가격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주간이든 월간이든 발표 통계는 모두 명목주택가격지수다.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8%나 올랐다.

요컨대 올해는 명목주택가격은 오르겠지만 체감 상승률은 낮을 것이며 급매물이 제법 많이 눈에 띌 것이다. 실수요자들은 다리품을 팔아 급매물 성격을 띤 절세 매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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