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인근이 서울 구의동 먹자골목입니다. 로봇 바리스타 한 대만 달랑 있는 커피 전문점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얼마 전 화사한 외관의 커피 전문점 두 곳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습니다. 커피 매장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세 곳의 유동 인구를 살펴봤습니다. 가격 경쟁력으로 치면 로봇 커피점이 압도적이지만 로봇 바리스타에 주문하는 손님을 본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커버 스토리 ‘디지털 시대 동반자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에서 인터뷰한 이준영 상명대 교수가 “카페에서 고객이 느끼는 가장 중요한 순간은 커피머신이 아닌 바리스타의 손길과 직원의 미소에 의해 결정된다”며 로봇 커피 전문점이 시들해진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맛의 차이도 있겠지만, 아직은 로봇의 효율보다 인간적인 감성이 주는 가치가 크다는 메시지입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닥친 코로나19 사태는 공감·소통·위로의 소중함을 더욱 부각시키는 고립의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로봇 같은 디지털 기술에 감성을 입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진화는 효율과 감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노인들의 디지털 동행을 돕는 로봇이나 아이들을 정으로 보듬는 로봇 개발 업체들이 대표적입니다. 디지털에 휴먼 터치를 입히는 기업들입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병석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만 봐야 하는 어린 환우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영국에서 창업한 AI 개발 벤처기업 이모셰이프의 패트릭 레비-로젠탈 최고경영자(CEO)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자폐증 아동들의 표정과 행동을 분석해서 아동들이 느끼는 통증을 평가할 수 있는 가상 간호사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한 사례를 자랑스레 소개했습니다. 국내에서 에듀테크 업체 마블러스를 세운 임세라 CEO는 아이들의 기분에 맞춰 세심하게 지도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아이의 표정과 시선, 심장박동수를 읽어 아이의 학습 몰입도를 분석한 AI 튜터는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참 잘하고 있다” 같은 칭찬을 건넵니다.

로봇 바리스타가 손님의 표정까지 읽고 소통하는 날이 올까요. 그때가 되면 ‘로봇 바리스타의 귀환’이라는 문패를 내건 현장 르포 기사가 잇따라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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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의 현주소를 한눈에 정리

‘리브랜딩’이라면 로고 바꾸는 것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난 호를 계기로 리브랜딩의 개념과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익숙했던 브랜드가 탈바꿈하는 과정이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라고 분석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마케팅 석학’의 인사이트를 한 번에 비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

-이승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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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를 위한 리브랜딩을 고민

리브랜딩 과정에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

81~2010년생)의 마음을 잡는 노하우를 배웠다. 소셜미디어(SNS) 등 개방형 및 양방향 소통 통로를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단편적으로 표현된 소비자의 마음속 진짜 의미를 찾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팁을 얻었다. ‘클릭 수’ 같은 수치 통계 외에 고객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시스템도 업무에 활용해 볼 계획이다. 

-김상률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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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리브랜딩 필요하지 않을까

기업들이 로고를 바꾸는 걸 가볍게 생각했는데, 지난 호 커버 스토리를 보고 그 이유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로고를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이미지 변신을 위해 아예 로고는 물론 사명을 바꾸기도 한다. 기업은 물론 개인도 ‘리브랜딩’이 필요할 것 같다. 과거의 ‘나’에서 보다 발전한 ‘나’로의 리브랜딩 말이다.

-박민우 세무사

오광진 편집장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