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화하면서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 1981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 폭 상승 기록을 경신했다. 4월의 미국 CPI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3% 올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5월 17일(이하 현지시각) “물가 상승률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볼 때까지 우리는 계속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경제는 긴축적인 통화 정책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상태”라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강력한 노동 시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5월 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연준은 6월과 7월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파월 의장이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대신 두 달 더 0.5%포인트의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파월 의장은 2.5% 수준으로 추정되는 ① 중립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75~1.0%이기 때문에 중립금리에 도달하려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역시 5월 2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연준이 당장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니’가 다시 램프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속된 인플레이션 여파로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빠르고 폭이 큰 금리 인상 단행은 자칫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난 상태)’이라는 복병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미국 내 노동자의 임금 상승세가 꺾인 상태에서 연준의 신속하고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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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R. 스트레인(Michael R. Strain)미국 기업연구소 경제 정책연구 이사
마이클 R. 스트레인(Michael R. Strain)미국 기업연구소 경제 정책연구 이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공급망 문제가 심화된 상황에서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일어나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할 잠재적 경기 침체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4월 미국 CNBC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이미 외식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33%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자동차 운행을 줄이거나 간행물 정기구독을 취소했다고 했다. 이러한 지출 감소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응답자의 40%는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여름휴가 취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고, 76%는 물가 상승이 그들의 소비 계획을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는 최근 소비자태도지수(CSI)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거진 실업률 증가와 극심한 경제 침체로 수치가 크게 내렸던 2020년 봄 CSI보다 더 낮은 값을 기록, 1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대부분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줄여왔다는 것을 고려할 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소비자는 크게 오른 물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출을 어느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당장 하반기부터 소비자 지출이 급감할 수도 있다. 

기업은 경기 둔화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지난 4월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②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이후 제조업의 미래 경제 활동 증가 순 기대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조 업체 중 85% 이상이 제품 생산 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이 실시한 4월 소기업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경기 침체 우려가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소기업 중 4% 정도만 향후 3개월간을 사업을 확장하기 좋은 시기로 봤다. 이는 반년 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2021년 가을만 해도 기업이 향후 3개월 동안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향후 3개월간 매출 증가보다는 감소를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

물론 실업률 등의 경기 지표들은 경기 회복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근거로 사용된다. 이러한 지표들은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지만, 소비자가 점점 지출을 줄이고 있고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 상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금융 정책이 더 이상 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까지 금리를 신속하게 인상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중앙은행의 정책 입안자들은 더욱 공격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말까지 연준의 금리가 3.25~3.5%에 도달하기를 원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궁극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명목 평균 임금 상승세가 둔화된 점을 고려하면 연준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무모하고 과도하게 금리를 인상시켜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연준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침체된 경제를 진정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과소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고 30년 만기 고정 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초 3%에서 5월에 5%까지 치솟으면서 재정 상황은 이미 잠재적인 ③ 양적 긴축에 선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연준은 이미 2021년 인플레이션 예측에 실패했다. 당시 연준의 대응은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불이 난 경제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연준이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금리 인상 후 경제 상황이 연준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급격하게 둔화할 경우, 민첩하게 그 예후를 꺾지 못하면 문제가 커질 것이다. 물론 내년에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을지 예단하긴 이르다. 앞으로 연준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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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립금리는 나라마다, 시기별로 달라진다는 특성이 있다. 현재 미국 연준은 리먼 사태 이후 금리가 최고치에 도달했던 2.5%를 중립금리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립금리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1.5~1.75%포인트 이상 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 


리먼 사태는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말한다. 150년 역사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비우량 주택 담보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다가 지나친 차입금과 주택 가격 하락으로 파산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기록됐다. 파산 당시 리먼브러더스 자산 규모는 6390억달러(약 842조원)였다. 리먼브러더스가 신용으로 전 세계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채 파산하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은 시중의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하는 통화 정책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보유 중인 자산도 축소하는 조치를 말한다.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공급하는 양적 완화와는 반대 개념이다. 테이퍼링은 양적 완화의 점진적 축소를 위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지만, 양적 긴축은 테이퍼링보다 더욱 빠르게 시중의 유동성을 거둬들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활용되는 통화 정책이다. 양적 긴축을 추진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나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역관계에 있는 시장금리는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