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한국부동산원은 6월 6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이 0.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사진 뉴스1
6월 9일 한국부동산원은 6월 6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이 0.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사진 뉴스1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위기’가 도래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공개한 ‘2022년 1분기 국민소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성장률 1.3%보다 0.7%포인트 감소한 0.6%로 집계되면서 1%대 아래로 내려갔다.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인해 공급 측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악화하고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투자 위축의 현상들을 보면, 올해 예정됐던 대어급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IPO) 계획이 대거 철회되고 있으며, 벤처캐피털(VC)의 스타트업 투자 역시 사업성이 검증되거나 경쟁력이 뛰어난 벤처기업을 제외하고는 돈줄이 마르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1분기 부동산 투자도 위축되었을까.

1분기 부동산 거래 급감 및 가격 하방경직성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토지 거래는 직전 분기 대비 필지 수 기준 19.3% (서울 21.9%), 면적 기준 13.9%(서울 5.6%) 감소하였으며, 건축물 거래는 동(호) 수 기준 20.4%(서울 22.1%), 연면적 기준 21.6% (25.6%) 감소했다. 토지의 경우 필지 감소 폭보다 면적 감소 폭이 작았고, 건축물의 경우 동(호) 수 감소 폭보다 면적 감소 폭이 컸으며, 전국보다는 서울이 그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이는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으로 전체 거래량은 줄고 있지만, 단일 거래만을 분석했을 경우 토지 규모는 확대하고 건축물 규모는 축소하는 것으로 보여 안전자산인 토지에 대한 자산 구성 비율을 높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직전 분기 대비 올해 1분기 부동산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토지 지가 변동률은 0.91%(서울 1.08%),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 지수 변동률은 0.22%(서울 0.19%), 오피스 빌딩 자본수익률은 1.03%(서울 1.13%), 상가 빌딩 자본수익률은 0.83%(서울 1.14%)로 나타나 동기간 주식시장 코스피 지수가 7.39% 하락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이는 부동산의 가격 하방경직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상승세가 둔화하기는 했지만, 1분기까지는 강보합 내지는 보합을 나타냈다. 통상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고가의 상품이며, 거래에 따른 세금이 과다하고, 소유주는 결코 손해를 보면서 팔려고 하지 않는 손실 회피 심리가 강하다 보니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 거래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 상당 기간 거래 가격이 정체되는 현상을 보인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고물가가 수개월 내 안정화될 경우 짧은 경기침체로 갈 수도 있겠지만, 연착륙이 어려울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상승)으로 전이될 여지도 있다. 어느 쪽으로 가든 당분간 부동산 거래가 계속 감소하면서 우량 부동산을 선별 거래하기 위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 경기침체에 대비하며 투자할 수 있는 옥(玉)에 해당하는 부동산의 특성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우량 부동산을 선별하기 위해선  부동산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우량 부동산을 선별하기 위해선 부동산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가격 하방경직성 강한 부동산 투자해야

첫 번째 특성으로 가격 하방경직성이 강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타 자산군(주식, 채권, 원자재 등) 대비 하방경직성의 특성이 뚜렷한 자산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하방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하방경직성이 더 강한 유형의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혹시 모를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가격하락 리스크를 방어해야 한다. 하방 경직성이 강한 부동산의 특징은 전체 가격에서 토지 가격 구성 비율이 높아 감가상각으로 인한 가치 훼손이 적다. 즉, 독점적 입지로 인해 지가가 높은 부동산, 법정 용적률 대비 저밀도로 이용하고 있는 부동산, 대지 지분이 작은 구분상가가 아닌 토지와 건물로 이루어진 빌딩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절대적으로 토지 가격 비율이 높은 강남 소재 아파트 및 꼬마빌딩, 용적률이 낮으면서 임대수요가 풍부한 역세권이면 주거지역 부동산, 신축 또는 리모델링이 기대되는 개발 호재 지역의 저밀도 노후 부동산, 사업 속도가 빠른 재건축, 재개발구역 아파트, 다세대주택(빌라) 등이 있다.

두 번째 특성으로 임대수익이 견고한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 임대수익이 안정적으로 창출된다는 것은 수익성이 검증돼 경기침체를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수익형 부동산의 내재 가치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경기침체기에도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영위하는 임차인, 신용도 높은 우량 임차인, 장기계약 임차인이면 좋다.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양호하면서 1~2인 가구의 임대 수요가 풍부하여 불황에 강한 소형 임대주택에 투자해 볼 만하다. 다만, 임대차 계약서상 구체적인 임대 조건 및 임차인의 신용을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외형상 드러나는 높은 임대수익률만 보고 뇌동매매하지 말고, 임차인이 한계 기업인지, 단기간의 계약으로 시장임대료와 괴리된 고가의 임대료를 내는지, 계약서상 임대인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현시점 부동산 투자자가 지녀야 할 자세

3고 위기에 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현재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 좋을까. 최적의 부동산 투자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 모두에게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시장에서 투자를 중단하고 화폐가치 하락을 지켜보는 것만큼 최악의 수도 없다. 

유동성이 넘쳐 자고 일어나면 계약되는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는 옥석 가리기에 의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동산은 거래가 한 번 이뤄지면 단기간에 사고팔기 어려운 고가의 상품이자 장기 투자상품이다. 현시점에서는 단기 수익을 위해 공격적이고 무리한 전략을 펼치기보다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