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두 자릿수 이하로 유지하면서 중국 공산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역 정책은 감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이하 오미크론)가 출현한 후에는 효과가 떨어졌다. 3월 말쯤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자, 이 지역에 대한 전면 봉쇄를 단행했다. 상하이는 6월 1일(이하 현지시각)까지 두 달 동안 외부와 철저히 격리됐다. 이 같은 방역 정책은 중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제시했지만,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4.8%에 그쳤다.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경제 성장률(18.3%)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중국 경제 성장 엔진인 선전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전 세계 공급망에도 압박을 가했다. 도시 봉쇄로 주요 제조 업체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화물을 운반할 컨테이너항도 멈춰 섰기 때문이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②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친 선진국들과는 달리, 중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백신 접종률은 이미 89%를 넘겼지만, 중국 백신은 오미크론에는 효과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인 사이에서도 자국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다. 그렇다고 당장 중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방향을 틀기엔 위중증 환자를 수용할 의료 시설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최소한 가을까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기조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국 내에서 백신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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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첸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 현 노스웨스턴 차이나 랩 이사, 현 켈로그 경제 개발  이니셔티브 운영자
낸시 첸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 현 노스웨스턴 차이나 랩 이사, 현 켈로그 경제 개발 이니셔티브 운영자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60일 동안 중국 상하이의 2700만 명 시민은 당국의 엄격한 봉쇄 조치로 인해 이동 제한을 받았다. 5월 들어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이르자 중국 내 45개 도시에서 3억7300만 명이 당국의 봉쇄 조치로 발이 묶였다. 미국(3억2950만 명)과 캐나다(3800만 명) 인구를 합친 수보다도 더 많은 규모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경제와 국민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중국 내 오미크론 확산은 백신을 맞지 않은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고령층의 경우 코로나19 확진 시 중증으로 가거나 사망 위험이 크지만, 중국 고령층의 40%인 약 9500만 명은 아직도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 고령층에서 낮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것은 지난 2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통제됐던 코로나19 감염률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현 상황에서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을 어느 정도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고령층의 낮은 백신 접종률의 또 다른 이유로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꼽힌다. 각국에서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들이 부작용을 많이 겪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중국 내에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고령자가 증가했다. 이러한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최근 60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보험을 도입했다. 백신을 맞고 부작용을 겪을 경우 1인당 7만5000달러(약 9795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1만2000달러(약 1500만원)를 넘긴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보다 여섯 배 이상 많은 액수다. 매우 현명한 대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으로는 중국 고령층의 두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가 않다. 더 큰 장애물은 중국 국민과 의료 기관 사이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19 백신의 이로운 점이 위험성보다 더 크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15%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고 이들 가운데 42%는 백신을 불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성인의 49%가 백신이 있어도 맞지 않겠다고 말했던 2020년 9월과 비교하면 크게 나아진 것이다. 당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자의 76%가 백신 부작용을 걱정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한 미국인과 중국인 모두 백신 부작용을 걱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대중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미국의 보건 당국은 독립적이고 투명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즉각 공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임상시험 결과는 일체의 검열 없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와 기자, 정치인, 대중 등을 통해 모든 방면에서 공개적인 심의가 이뤄졌다. 보건 당국의 신뢰 구축 노력은 백신 접종률을 높였고, 이러한 신뢰는 투명성과 공개적인 심의를 통해서 구축됐다. 

이와 반대로 중국의 접근법은 완전히 불투명하고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백신 임상시험에 대한 매우 제한적인 데이터만 대중에게 공개했고, 백신 접종 후 나타난 경미한 부작용부터 심각한 부작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검열하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에 반대할 수 있는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논란이 될 만한 백신 임상시험 결과와 부작용에 대한 정보는 외부에 비공개해야 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침은 역효과만 낳았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각종 소문과 음모론이 생겨, 혼란만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오미크론에 취약한 고령층의 백신 거부 현상을 야기했다. 

이러한 상황은 합리적 의사 결정으로 보건 분야의 정책적인 문제를 해결했던 과거 중국의 모습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2002년 4월 ③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하자 중국 정부는 자국의 보건 시스템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토론을 허용했다. 당시 지방 시민의 80% 이상과 도시 시민의 40%는 어떤 종류의 건강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인구의 90%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8500억위안(약 169조1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2년간 중앙 정부 정책 입안자, 지방 정부 정책 입안자, 건강 전문가, 지역 사회 리더, 언론인 그리고 대중과 집중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들의 토론과 심의를 통해 제안된 정책들은 많은 수정을 거쳤다. 그 결과 건강보험이 널리 채택됐고, 2021년에는 중국인의 95%가 어떤 형태로든 건강보험을 보유하게 됐다. 

물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개 검증과 심의를 통해 중국산 백신의 효능상 문제가 밝혀지면 중국 당국은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개 검증은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향후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다른 국가들은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대중의 거부감을 높이지만 신뢰를 유지하고 음모론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은 백신 정보에 대한 투명성을 시급히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요적 단계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물론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 더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과 심의는 국민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질병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미래에 또 다른 감염병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때 새로운 백신의 접종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이때 역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제로 코로나는 감염자 ‘제로(0)’를 목표로 내건 방역 정책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취하는 인근 지역 봉쇄와 이동 제한, 전수 검사 등의 강력한 조치를 일컫는다. 팬데믹 기간 중 미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하루 수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지역 봉쇄에 기반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효과를 낸 중국에선 두 자릿수 이내의 확진자만 나왔다. 중국의 자랑이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다른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드 코로나는 팬데믹으로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말이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기보다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등 방역 체계를 구축해 ‘코로나 19와 공존(living with corona)’을 모색한다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때 방역 정책은 신규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식으로 전환된다. 2021년 8월 영국을 필두로 미국,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주요 국가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했고, 한국은 2021년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 방역 체제로 전환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불리는 ‘사스’는 2002년 홍콩과 인근의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생했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37개국에서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 774명이 사망했다. 사스는 박쥐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다. 사스는 중간 숙주인 사향고양이를 거쳐 인간을 감염시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분자생물학적으로 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90%가량 구조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첸

정리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 김보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