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등 화석연료 중심의 탄소 경제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자는 수소 경제가 대두되고 있다. 수소 경제의 핵심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을 수 있는 ‘그린 수소’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등 오염물질 배출이 제로(0)라,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50년 세계 수소 경제 규모가 2조5000억달러(약 3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NEF는 기존 5% 미만인 수소 에너지 소비 비중이 2025년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그린 수소가 더해진 에너지 믹스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도 수소 경제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이번 사태로 에너지 불안정성 문제가 거론되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그린 수소 등 독립적인 에너지 공급 시스템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소 사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로 인해 산유국이 주도했던 세계 에너지 시장 구조 변화도 전망된다. 필자는 “각국의 기후변화 위기의식과 에너지 독립 그리고 기술 발전 등으로 그린 수소 시대가 2030년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린 수소 생산 및 사용 이미지. 사진 미국 환경운동단체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
그린 수소 생산 및 사용 이미지. 사진 미국 환경운동단체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
진 베이더슈나이더포테스큐 메탈 그룹비상임이사 전 엑손모빌 글로벌 조달담당 부사장
진 베이더슈나이더포테스큐 메탈 그룹비상임이사 전 엑손모빌 글로벌 조달담당 부사장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세계는 향후 20년 동안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 위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과 2019년 사이 세계 연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 

IPCC는 올해 4월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량을 급격히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사용량 대비 석탄은 95%, 석유는 60%, 천연가스는 45%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해결 방안이 필요한데, 그 답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하는 ② 그린 수소(green hydrogen)에 있다. 그린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등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 지구온난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그린 수소는 우리가 지구를 보존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소 경제,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끌어 화석연료로 세계 경제를 휘두르던 국가들의 파워를 약화하는 등 에너지 시장 지정학적 판도 변화도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1년 기준 독일 원유의 34%, 무연탄 53%를 공급했다. 러시아 파이프로 공급되는 천연가스는 독일의 최대 천연가스 수입원으로, 독일 전체 공급량의 32%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은 원유, 석탄, 천연가스를 러시아에 의존하며, 하루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수입 대금으로 러시아에 지급해왔다.

그러나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EU는 빠르게 대응하며 러시아에 대한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최근 EU 27개 회원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2022년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까지 줄이기로 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가스, 석탄 수입을 완전히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영국은 2022년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 

이 제재들은 화석연료 가격을 치솟게 했지만, 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소의 생산에 투자해 녹색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린 수소는 향후 10년간 화석연료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 수소는 생산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린 수소의 생산 단가가 2025년 상당히 떨어질 것이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술 발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호주 등 그린 수소 생산에 유리한 지역의 경우 2030년 그린 수소 생산 단가가 1㎏당 1달러로 떨어져, 그린 수소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혹자는 LNG(액화천연가스)로 현재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하지만, 천연가스에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들어있어 IPCC는 2050년까지 천연가스 사용을 45%까지 줄여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③ 에너지 믹스에 LNG를 추가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다. 

녹색 에너지, 특히 그린 수소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도 시작됐다. 충분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진 수십 개국은 그린 수소를 대량 생산해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다. 에너지 수입국들은 러시아처럼 화석연료가 풍부한 소수의 국가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그린 수소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가격 변동성을 진정시키고, 에너지 다양화를 통해 에너지 시스템의 유연성과 회복력을 키워 세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주 광물 업체 포테스큐(Fortescue) 같은 기업은 그린 수소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포테스큐는 최근 독일 최대 전력회사 이온(E.ON)과 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독일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의 3분의 1에 달하는 500만t의 그린 수소를 유럽에 공급하기로 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그린 수소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선진국, 개발도상국의 녹색 에너지 전환 지원해야 

녹색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이 고려할 점도 있다. 개발도상국이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그린 수소 등 녹색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선진국이 상대적으로 탄소를 덜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에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 위기를 초래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에 자국의 경제 성장을 늦추면서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 세계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많은 화석연료를 보유한 소수 국가에 힘을 실어줘 비효율적이고 오염이 심한 미래에 갇힌 채 살거나,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녹색 에너지 혁명을 선택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물론 더 많은 국가가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IPCC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 설립한 국제협의체다. 지구온난화의 메커니즘과 사회·경제 영향 그리고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990년부터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수전해)해 생산한 수소다. 수전해 기술을 사용할 경우 수소와 산소만 생산돼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전기에너지를 수소로 변환해 손쉽게 저장하므로 생산량이 고르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생산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인구 증가와 더불어 급증하는 전력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조정되는 전력 발생원의 구성비. 온실가스 발생량을 저감하는 대책의 하나로,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량은 줄이고,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늘리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