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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왜 위대한 기업이 사라지는가? 겸손함을 사라지게 한 ‘휴브리스(hubris)’ 때문이다. 휴브리스란 오만, 자기 과신, 거만 등을 뜻하는 단어다. 오늘날 자본주의와 거대 기업은 거만해졌고, 안타깝게도 기업가도 함께 거만해지고 있다. 

기업가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직원에게 지시하고 통제하고 있다. 겸손 없는 기업가는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사람을 활용한다. 산업혁명 이후 직원들은 기계의 부속품이 됐다.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노동하게 했다. 거만해진 기업가는 공감과 소통이 아니라 지시와 통제를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 기업가는 공급 업체를 상생보다는 관리 대상으로 본다. 이런 자본주의가 극심한 불평등과 생태적 과부하를 낳고 있다. 거만한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반면 겸손(humility)을 갖춘 기업가는 사람을 존중한다. 겸손한 기업가는 직원들과 공감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주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자율(empowerment), 공감(empathy), 역량 발휘(enablement)는 기업의 혁신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휴메인(humane·인도적인) 기업가 정신의 핵심 3요소다. 휴메인 기업가 정신은 거만해진 자본주의를 대전환할 수 있다. 

지금은 신(新)중세 시대다. 보통 중세 시대를 ‘야만 시대(barbarian era)’라고 부른다.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노동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에는 인간의 개성과 창의성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도 없었다. 지금은 신야만 시대다. 거만해진 기업가는 인간의 생각하는 자유를 통제하고 있다. 혁신만을 강요하는 기업가는 야만 시대의 리더다. 거만해진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위대한 기업도 자만하는 순간, 바로 추락이 시작된다. 거만해진 기업가에게 겸손이 필요한 시대다. 거만한 기업을 바꿔야 자본주의가 바뀐다. 

이제 신야만 시대를 끝내야 한다. 르네상스(Renaissance) 운동으로 사람은 노동자에서 생각하는 ‘인간’으로 복귀했다. 사람은 생각할 때 존재한다. 통제받고 노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코로나19 이후 신문명 시대가 열린 지금, 사람들에게 생각의 자유를 돌려줘야 한다. 신르네상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거만해진 기업가는 겸손해져야 한다. 기업가는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는 겸손이 있어야 한다. 

기업가의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높은 길(high road)과 낮은 길(low road)이다. 높은 길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꿈을 추구하지만, 낮은 길은 돈을 추구한다. 낮은 길에서 사람의 역할은 노동이고, 높은 길에서 사람의 역할은 생각하는 것이다. 높은 길은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아이디어를 낸다. 공유된 목적은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 또 공감은 사람에게 의미와 희망을 준다. 공감이야말로 내재적 동기의 핵심 중 하나이며, 인간이 더욱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공감하는 기업에서는 혁신이 즐겁게 일어난다. 반면, 낮은 길은 더 많이 팔기 위해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둔다. 낮은 길은 갈등이 많고 비용이 늘며, 혁신의 성과가 낮다.

즉, 낮은 길은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고, 높은 길은 사람을 목적으로 생각한다. 사람이 목적인 기업에는 협력이 일어나지만, 사람이 수단인 기업에는 갈등이 일어난다. 혁신하고 싶은 기업가는 낮은 길이 아니라 높은 길로 걸어가야 한다. 돈을 추구하는 낮은 길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도전하는 높은 길로 가야 한다. 혁신은 미래에 희망을 준다.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가 겸손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