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평촌 1기 신도시 아파트단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1·2기 신도시 및 노후지역 재정비사업에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예정이다. 사진 뉴스1
경기도 안양시 평촌 1기 신도시 아파트단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1·2기 신도시 및 노후지역 재정비사업에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예정이다. 사진 뉴스1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현 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 전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전 국토교통부  중앙지적위원회 위원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현 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 전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전 국토교통부 중앙지적위원회 위원

1기 신도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도시를 말한다. 1989년 4월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근교 5개 지역에 1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는 1992년 말 입주를 완료해 총 117만 명이 거주하는 29만2000가구의 대단위 주거타운으로 탄생했다. 덕분에 1985년 69.8%까지 떨어졌던 주택보급률이 1991년에는 74.2%로 올랐다. 1992년 입주를 완료한 1기 신도시는 벌써 30년이 되었다. 그렇다고 당장 살지 못할 정도로 노후·불량해진 상태는 아니다. 그런데 지난 제21대 대통령선거 당시 대선후보들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을 내놓으면서 매물도 사라지고 가격도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계획도시의 특성상 도시기반시설이 잘되어 있으며 아파트단지 역시 환경이 잘 성숙한 상태다. 일부 단지에서 물리적으로 노후·불량이 시작되고 있지만 주거시설의 고급화, 첨단화, 기능화가 차츰 빨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1기 신도시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능적 측면에서 구형(舊型)화된 현실이 부각돼 한 번쯤은 주거환경개선과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도 시의적절하게 추진되지 못하면 점점 노후·불량한 주택지로 변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으며 방치하면 주변 지역까지 슬럼화될 수 있다. 특히, 도시토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들 지역의 재건축사업은 주거환경의 개선은 물론 용적률상향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따라서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각 당의 당선 유력 후보들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방기선 기재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방기선 기재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5월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국회(2020년 5월 30일~2024년 5월 29일)에서 발의된 1기 신도시 정비 관련 법안은 총 5개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은혜 전 의원과 유경준, 송석준 의원이 발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찬대, 김병욱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5개 안 모두 노후 신도시에 대해서는 건폐율과 용적률 규제에 예외를 두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 김은혜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통령선거 준비 기간에 발의한 노후 도시의 스마트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노후 도시에 짓는 건축물은 조례로 정한 건폐율과 용적률의 최대한도를 넘을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히, 주택건설 규모, 건설 비율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3월 14일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노후 신도시 재생 및 공간구조개선을 위한 특별법안에서 역세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정 지역에 한해서는 특별하게 높은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목할 부분은 국회에 발의된 노후 신도시 특별법안에는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시·도지사와 시행자의 의견을 들은 뒤 광역교통개선대책을 확정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했다. 사업에 드는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거나 융자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기본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건축물을 개·보수하는 정비 비용도 지원 사항에 해당한다. 이 밖에 지역 내 입주하는 기업, 문화시설, 병원 등에 법인세와 소득세 같은 세금을 감면해주는 내용도 있다. 파격적인 혜택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남아 있다.

첫째, 형평성 논란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의 노후·불량 주택단지의 정비사업과 맞물려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의 정비사업 지역이나 성남을 비롯한 수원, 부천 등 기존도시의 주택지역도 슬럼화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직 양호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는 1기 신도시만의 특별법 제정이라는 측면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지역별,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1기 신도시에 주어지는 혜택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도시기반시설 문제다. 법을 제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기존도시의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문제는 심도 있게 조사하고, 고민하고 그 대안을 가지고 사업이 추진되어야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 현재는 기존도시의 규모에 맞게 교통,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이 되어 있다. 그러나 향후 가구 수가 늘어난다면 기존의 도시기반시설은 포화상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무조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단지별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신도시 전체를 하나의 단지로 보고 도시기반시설의 노후도는 물론 가구 수가 증가하는 것을 가정한 기반시설 확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먼저 검토하고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필요한 경우에는 실시해야만 한다.

셋째, 가격 상승 문제다. 벌써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동시에 많은 단지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주변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는 등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체계적인 이주계획을 세우고 단지별 특성에 맞게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 조정하는 식으로 지역별 안배를 통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그럼에도 임대료와 주택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면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을 실수요자 시장으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정비사업 예정지구로 지정되면 매매는 자유롭게 하되 매수자는 정비사업이 끝날 때까지 매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자는 실수요자가 될 것이며 사업 종료 후 준공되고 입주 이후 매도할 수 있도록 규제하면 된다. 

넷째, 무분별한 재건축사업을 막아야 한다. 주민이 원한다고 모두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난개발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주민들은 용적률을 최대한 올려 수익성 개선부터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성 개선만 고려하고 최고급 명품 도시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기형적 난개발의 도시가 될 것이다. 반면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TF팀을 구성하여 소통하는 재건축사업을 추진한다면 명품 신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넘게 흘렀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주택 정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도 너무 조급하게 서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1기 신도시가 당장 재건축이 추진돼 얼마 후 입주를 기다릴 정도로 신속하게 추진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법 제정부터 일정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 기다려보자. 특히,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