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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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지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 대비 각각 0.1%포인트씩 상승했다. 국내 실물 경기가 미미하게나마 반등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recession)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경기 침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통상 경기 침체라면 적어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을 때를 말하는데, 이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기 흐름은 둔화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당하다. 실제로 국내 경제 성장률은 2021년 4분기에 1.3%를 기록했고, 2022년 1분기에는 0.6%로 둔화했다.

더군다나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경기 침체에 대해 수개월간 이어지는 경제 활동 악화가 국내총생산(GDP)이나 임금 또는 취업률 등 실물 경제 지표에 실질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에 비춰 봐도 현재 국내 경기 상황을 침체로 묘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R(recession)의 공포’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국내 경기 침체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실물 경기 흐름보다는 다른 더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우선, 미국의 경기 침체 분위기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이 지속되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반영되고 있다. 지난 1분기 -1.6%로 역성장한 미국 경제는 2분기 -2% 내외 수준으로 악화할 전망인데,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통상 경기 침체에 접어들게 된다. 8%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은 경제 전반의 수요를 더 빠르게 위축시키고, 이것은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이 이어지면 한·미 금리 역전과 외환 및 주식 시장 등 금융 불안정성 확대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아울러 국내 통화 긴축 속도도 빨라져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은 물론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쳐 심하게는 그야말로 복합 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국내 경기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깜짝 호황을 경험한 후 둔화하는 시기인 점도 경기 침체 논란을 더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통상 경기는 호황에서 침체(또는 후퇴), 불황, 회복이라는 순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경기 침체가 회복과 호황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경제 주체가 체감상 현 경기 상황을 더 나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대외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는 향후 경기 향방 기대가 좋을 수 없다.

정책 당국의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이전만 못 하다는 점도 경기 침체 논란을 가속하는 원인이다. 

통화 정책은 국내 인플레이션,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가속 등을 이유로 긴축 상태가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재정 정책 역시 최근 수년간 급격히 불어난 국가 부채 부담 때문에 긴축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재정 적자 규모를 GDP 3% 내로 축소하겠다고 하니 시장의 기대는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다.

금리를 인상하든 긴축 재정을 하든 국내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은 작다는 정책 당국의 말을 믿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우리 경제가 단기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경제 정책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간 균형을 끊임없이 맞춰가려는 정책 당국의 노력이고, 이런 노력이 제대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시장의 기대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