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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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성균관대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현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전 삼성전자 상무
김용석 성균관대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현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전 삼성전자 상무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 기술을 통해 스마트홈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주요 기술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핵심 기술을 뽑자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지금은 IoT 연결성에 AI 초지능이 결합된 AIoT 시대라고 할 수 있다. IoT가 디바이스 간의 연결을 나타내는 디지털 신경망이라면, AI는 이러한 디바이스들을 통제 및 관리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AIoT는 다양한 도메인에 IoT와 AI를 접목하는 융합의 핵심 기술이다. AIoT는 5세대(G)나 6G 이동통신의 초연결성을 바탕으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지능성을 결합한 사물지능 융합 기술이다. 즉 AIoT는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성, 초지능성 그리고 초융합성을 지원하는 서비스 플랫폼 기술이다.

AIoT는 2015년 일본 기업 샤프가 만든 신조어다. 2016년 샤프는 판매가 급감한 가전 부문을 살리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했다. 가전에 AI를 심어 사용자와 상황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서비스 도입 영역이 넓어지면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스피커 등 거의 모든 가전에 AI가 탑재됐다. 이를 ‘사물 지능’이라고 부르는데, 사물 특성에 맞게 지능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해 활용하는 융합 기술을 의미한다. 기존 IoT 시스템에서는 인터넷에 연결된 디바이스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서버)로 보내 처리한 이후 다시 해당 디바이스에 연관된 데이터를 보내는 방식이었다면, AIoT는 개별 디바이스나 에지(edge)에 AI가 개입해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차이가 있다. ‘에지’는 컴퓨팅에 의한 데이터 처리를 데이터 생성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수행한다는 의미를 가진 용어다. 에지 장치에서 AI가 실행되면 컴퓨팅 계산이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 근처에서 바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IoT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AI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능형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결국 클라우드 사용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추가적인 장점도 있다. 수십억 개의 센서는 거대한 데이터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AI는 여기서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예측해 수행한다. AI는 IoT가 인식 기능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IoT는 AI 알고리즘을 훈련하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IoT에서 생성되고 수집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에지 장치에 저장된다. 그런 다음 이러한 데이터는 기계학습을 통해 지능적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고 지능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센서·통신 칩·프로세서는 AIoT 핵심 기술

AIoT 성능은 센서, 통신용 칩, 프로세서 등 세 가지 시스템 반도체가 결정한다. 센서는 사물, 상태,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인식·수집하는 기본 구성요소다. 센서는 외부 정보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센서는 감각을 의미하는 센스(sense)라는 말에서 비롯한 것으로 인간의 감각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환해 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을 말한다. 온도 센서, 기압 센서, 가속도 센서, 지자기 센서, 자이로 센서, 광량 센서, 근접 센서, 터치 센서, 습도 센서 등이 있다. 실리콘 기판에 집적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통신용 칩은 일반 소비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BT)를 지원하는데 통신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다. 이를 보완한 것이 저전력 광역통신망(LPWAN)이다. 여기에는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로라(LoRa), 시그폭스(SigFox) 등이 쓰인다. 속도는 초당 수 킬로비트(kpbs)의 낮은 속도이지만 서비스 범위는 10㎞ 이상으로 넓다.

프로세서 칩은 AIoT 구현에서 가장 핵심이다.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판단하고 분류하는 지능 작업을 한다. 이를 위해 연산력이 뒷받침되는 고성능 칩이 필요하다. IoT에서 AIoT 시대로의 가장 큰 기술적 변화는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에서 에지 컴퓨팅(중앙 서버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다르게 네트워크 가장자리에서 데이터 처리를 한다는 의미)으로 바뀐 것이므로 시스템 반도체도 에지 컴퓨팅을 위한 초고속, 저전력의 고성능 프로세서가 필요하게 된다. 글로벌 반도체 회사를 중심으로 에지 컴퓨팅을 위한 프로세서가 출시되고 있는 이유다. 에지 컴퓨팅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암(ARM)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들이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AI 및 빅데이터 기술과 보안 능력도 중요하다.


스마트홈 표준화 나선 애플·구글·아마존

많은 센서로부터 수집된 양질의 표준화된 데이터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회사의 IoT 제품이나 기기에서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표준화가 꼭 필요하다. 스마트홈의 표준화는 2012년 사물인터넷 글로벌 표준화 기구인 ‘원엠투엠(OneM2M)’ 출범을 시작으로 오픈인터커넥트컨소시엄(OIC), 오픈커넥티비티재단(OCF) 등 많은 국제표준화 기구가 생겼지만, 여기서 만들어진 표준들이 시장에 크게 확대되진 못했다. 사용자 입장에선 스마트홈 디바이스 간 상호연동을 고려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오픈소스 기반의 스마트홈 표준인 매터(Matter)가 최근 활발히 개발 중이다. 매터는 글로벌 표준연합(CSA)에서 개발 중인 개방형 스마트홈 연동 표준이다. 이것은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의 통신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모든 디바이스가 고유의 IP 주소를 가지게 되면서 사용자가 디바이스를 동시에 여러 플랫폼에 등록하더라도 그 디바이스는 각 플랫폼에서 고유하게 인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매터 표준 개발에는 26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애플, 구글,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다. 매터 표준이 올해 하반기에 제정되면 스마트 전구, 스위치, 조명, 디지털 도어록 등 소형 IoT 기기가 플랫폼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홈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자사 스마트홈 프레임워크인 홈키트(Homekit)에서 매터를 지원하며 애플리케이션(앱) 개선을 통해 사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모바일 안드로이드에서 매터를 지원하며, 아마존은 매터 표준 지원과 AI 스피커인 알렉사(Alexa) 활용의 지속적 확대로 사용자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스마트홈 제품군(예, 액자형 스마트 디스플레이, 가정용 모니터링 로봇, 드론형 실내 카메라) 확장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Smart- Things) IoT 플랫폼은 오픈 생태계를 지향하는 오픈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IoT 제조 업체의 다양한 기기를 3000개 이상 인증해 고객들이 삼성전자의 스마트 제품과 함께 연동, 스마트싱스 앱에서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해오고 있다. 매터 표준화에 맞춰 호환되는 다양한 IoT 기기, 즉 조명, 스위치, 온도조절기 및 각종 센서류를 스마트싱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삼성전자는 제너럴 일렉트릭(GE), 하이얼 등 글로벌 가전 업체와 협력해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를 발족, IoT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9월 독일에서 열리는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2)에서 회원사 간 가전제품의 연동을 시연해 보일 예정이다. AIoT 기술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자동차, 헬스케어, 원격진료 등 많은 응용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호에서 상세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