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에서 제작한 월드컵 기념 상품. 사진 황부영
코카콜라에서 제작한 월드컵 기념 상품. 사진 황부영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프라이즈(ABP) 심사위원,전 제일기획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프라이즈(ABP) 심사위원,전 제일기획 브랜드팀장

주말마다 전 세계 어딘가에선 반드시 축구 경기가 열린다. 지역을 대표해, 때로는 계급을 대변하면서 클럽 축구는 성장해 왔다. 국가대표팀은 그 나라의 가장 큰 클럽팀인 셈이다. 국가대항전이 가장 어울리는 스포츠 또한 축구다. 점수가 많이 나는 종목도 아니다. 90분이란 시간에 선수들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하나의 목적(goal)을 향한 분투로 받아들여진다.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중계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선수들, 한 경기에 10㎞를 넘게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보면 하나의 골을 위해 얼마나 많은 헛된 시도와 눈물겨운 분투가 있게 되는지를.

인생사도 비슷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책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축구는 비교적 많은 사람이 기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인생에 비하면 상당히 단기간 내에, 개인 혹은 단체가 재능과 노력을 쏟아부은 결과를 스코어 혹은 성적이라는 깔끔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스코어 카드를 보는 순간 누구나 승자와 패자를 한눈에 곧바로 알아볼 수 있다. 그것은 숫자로 치환된 노력의 총량이다.”

리버풀 FC의 홈구장 안필드에는 ‘샹클리 게이트’가 있다. 샹클리 동상도 세워져 있다. 1959년부터 1974년까지 리버풀의 감독을 맡았던 빌 샹클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스코틀랜드 태생의 축구선수 출신 감독인 빌 샹클리는 2부 리그를 전전했던 리버풀을 1부 리그로 승격시켰고,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까지도 달성해 리버풀을 명문 클럽으로 만들었다. 그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라는 유명한 격언을 남겼다. 1981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선 이런 말도 했다. “어떤 이들은 축구를 삶과 죽음의 문제로 생각한다. 난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난 축구가 삶과 죽음의 문제 그 이상이라고 확신한다.” 샹클리처럼 축구가 삶과 죽음의 문제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덕분에 축구가 공놀이에 불과함을 알면서도 객관적 대상화가 잘 안 되는 나와 같은 사람이 꽤 많아졌다. 그리하여 축구는 가장 세계적인 스포츠가 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스폰서. FIFA 공식 파트너보다 한 단계 낮은 후원사들이다. 사진 브랜다임앤파트너즈
2022 카타르 월드컵 스폰서. FIFA 공식 파트너보다 한 단계 낮은 후원사들이다. 사진 브랜다임앤파트너즈

스포츠 마케팅의 각축전 월드컵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단일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스포츠 이벤트보다도 훨씬 더 주목받는다. 유엔(UN)에 가입한 나라가 195개국인데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은 그보다 더 많은 211개국에 달한다. 흔히 세계 3대 스포츠 대회로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월드컵이 꼽히지만, 월드컵이 최고인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렇기에 월드컵은 스포츠 마케팅의 각축전이 일어나는 전쟁터가 된다. 스포츠 마케팅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스포츠의 마케팅(Marketing of Sports)’이다. 어떻게 하면 관중을 많이 오게 하고 티켓을 비싸게 팔 것이며 중계료 등 부가 수익을 어떤 식으로 올릴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다. 프로구단이나 경기주관 단체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된다. 또 하나는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Marketing through Sports)’이다. 어떻게 스포츠 행사를 잘 활용해 우리 회사 상품을 많이 팔고 긍정적 브랜딩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부분이다.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특정 스포츠 행사의 공식 스폰서가 돼 스폰서에 부여되는 혜택과 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FIFA는 월드컵 후원사를 마케팅 파트너라고 공식적으로 칭하면서 FIFA 공식 파트너, FIFA 월드컵 스폰서, 국내 서포터 등의 세 개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FIFA는 기존 후원업체에 ‘첫 번째로 거절할 권리(The right of first refusal)’를 주기 때문에 기존 스폰서가 이탈해야만 신규업체가 공식 스폰서가 될 수 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업체들은 월드컵을 포함해 일정 기간 FIFA가 주관하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후원사의 명칭, 대회 마크 및 마스코트, 엠블럼 등을 전 세계에서 광고나 판매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경기장 전광판에 기업 로고를 노출하고 하프타임에 기업 광고를 집행할 수 있으며, 경기장 주변의 일정 공간에서 자사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다. 올해 기준 FIFA 공식 파트너는 가장 밀접한 파트너십을 가진 7개 파트너로 ‘FIFA 올 파트너스(All Partners)’라고 불린다.


중국 기업 월드컵 후원사로 대거 참가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살펴봐도 FIFA 공식 파트너는 꽤 많이 바뀌었다. 공식 파트너의 변천사만 훑어봐도 브랜드의 융성과 쇠락이 짐작될 정도다. 스포츠 마케팅의 선두 주자인 코카콜라는 여전히 건재하다. 코카콜라는 1978년부터 공식 후원사였고 2030년까지 계약돼 있다. 월드컵 공인구를 제작하고 심판복을 제공하는 아디다스는 1970년부터 후원사였다. 앞으로도 나이키에 후원사 자리를 내 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월드컵부터 현대차·기아로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FIFA 관계자와 선수들을 위한 승용차, 버스 등을 독점 제공한다. 비자는 2010년 월드컵부터 마스터를 대체해 공식 후원사가 됐다. 비자는 만년 2등이었던 마스터카드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후원사의 변화를 보면 일본 브랜드의 쇠퇴와 중국 브랜드의 약진도 감지된다. 후지 제록스는 2002년, 도시바는 2006년을 끝으로 후원사 명단에서 빠졌다. 2010년 도시바를 대체해 후원사로 등장한 소니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끝으로 후원사에서 이탈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공식 파트너에 일본 브랜드는 없다. 앞으로도 일본 브랜드가 공식 파트너로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공식 후원사였다가 이후 카타르 항공으로 바뀌었다. 카타르 월드컵을 위한 장기적 투자 성격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2018년부터 등장한 완다그룹은 부동산과 미디어 관련 사업을 하는 중국의 기업집단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중계를 보다 보면 펜스 광고에 등장하는 브랜드가 낯설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FIFA 공식 파트너보다 한 단계 낮은 후원사인 FIFA 월드컵 스폰서들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익숙한 브랜드는 버드와이저와 맥도널드밖에 없다. 비보(vivo)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고, 멍뉴(蒙牛)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 있는 우유 및 유제품 가공 회사다. 하이센스(Hisense)는 중국의 가전제품 제조사다. 크립토닷컴은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거래소 이름이다. 바이주스(BYJU’S)는 인도의 다국적 교육 회사다. 자본력과 시장 규모를 보유한 중국이 월드컵을 빌어 자국민을 위한 광고를 집행하는 형국이다.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업종과 인도의 브랜드는 이번 월드컵에 처음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