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호에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혁신적 선도자(Innovative Mover)’ 전략을 소개했다. 기존의 선발자(First Mover)나 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과감하고 선별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을 이끄는 전략이다. 이번 호에서는 신성장동력 창출 시 의사결정을 정립해 나가는 데 어떻게 ‘혁신적 선도자’ 전략을 적용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혁신적 선도자’로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행적·보수적 형태가 아닌, 창조·혁신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관행적·보수적 의사결정은 경기 하강 시 비용절감을 단행하거나 기존 사업의 지속성과 자생적 회복을 추구하는 등의 방어적 형태로 이루어진다.

반면 창조·혁신적 의사결정은 과감한 투자를 통한 인수·합병(M&A)과 가치창출을 위한 기존 사업 철수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의 의사결정을 넘어서 ‘위기가 기회’, ‘사업 철수도 성장동력을 위한 방법’이라고 인식하는 등 관행에서 탈피한 역발상적 사고와 변혁적인 사고가 전제된다.

130년 역사의 세계 최고의 필름회사인 코닥은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몰락하게 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1975년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코닥의 엔지니어였지만 코닥은 사진 역사를 바꾼 이 신기술을 외면하였다. 주력업종을 스스로 잡아먹는 신제품을 낼 이유가 없다는 안이한 판단이 오랜 역사를 지닌 장수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적합한 순간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경우 그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의 기존 관행적 의사결정에서 탈피해 ‘창조·혁신적 의사결정’을 체내화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둬야 한다.

- 두산중공업의 해외 자회사인 체코 스코다파워 공장. 두산그룹은 소비재 기업 매각과 산업재 기업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성공했다.

M&A의 가치와 효용을 따져보라

첫째, 핵심기술과 핵심사업을 자생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는 M&A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R&D) 등의 자생적 혁신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지만 해당 산업 분야 내부 혹은 외부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M&A를 통해 가져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은 최근 125억달러를 투자하며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해 삼성, 애플, HTC 등의 휴대폰 제조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2010년 말 16명으로 M&A 전담반이 신설된 이후 1년 만에 100여명으로 늘어났다. 우리 기업들도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M&A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둘째, 사업 철수도 성장동력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아무리 과거 핵심사업이었더라도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과감하게 철수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성장 사업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제일모직은 섬유기업에서 출발해 의류, 화학, 나아가 전자재료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오면서 과감한 철수전략을 추진해왔다. 제일모직의 업종 변화는 한국의 시대별 주력산업과 일치한다. 1950년대 섬유산업으로 시작해 1980년대 패션, 1990년대 화학, 그리고 2000년대 전자재료 분야로의 전략적 다각화를 실행했다. 제일모직은 이처럼 10년 주기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으며 2011년 현재 화학과 전자재료 사업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를 넘어서며 제일모직의 양대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두산그룹의 소비재 사업 철수도 좋은 사례다. 두산은 1990년대 중반 네슬레 지분 매각을 필두로 주력 사업이었던 OB맥주, 두산 주류 사업부문 등 소비재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매각하고 한국중공업, 영국 미쓰이밥콕, 미국 밥캣, 체코 스코다파워 등을 인수했다. 그 결과 기존 소비재 중심에서 산업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만들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과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 국내 기업에게는 오히려 절호의 M&A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핵심 기술을 저평가된 가격으로 좋은 조건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온라인 솔루션 및 쇼핑몰 업체인 라쿠텐은 유럽 재정위기를 적극 활용, 2010년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바이닷컴과 프랑스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프라이스미니스터를 인수했다. 또한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와의 합작을 통해 유럽 및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울러 캐나다의 e-북 플랫폼 업체인 코보와 브라질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케다를 인수하면서 시장 및 사업 다각화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위기에 필요한 건 스피드와 유연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럽발 금융불안은 수출 둔화, 내수 부진을 초래해 국내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은 국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최대 리스크 요인 중 하나이므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때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함께 글로벌 무한경쟁 상황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더욱 더 활발히 새로운 시장과 사업기회를 찾고 있으며 역량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미래 경쟁환경의 핵심은 스피드와 유연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앞서 언급했듯이 ‘위기가 기회’라는 역발상 사고가 빛을 발할 시점이다. 저성장 기조와 무한경쟁이라는 위기는 국내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회를 발굴하고 극대화하기 위한 혁신적 선도자 전략의 가장 첫 행동이자 단계가 바로 창조·혁신적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자나 임원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직급, 업무를 떠나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의사결정권의 주체다. 따라서 전 사업, 전 부서, 전 직원에 걸쳐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신속한 창조·혁신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조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반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