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로 이루어진 뉴욕 맨해튼하면 제일 처음 떠오르는 상징물이 83년 동안 102층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최근 오랜만에 많은 환경 개선을 시도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찾아갔다. 전망대를 오르면서 한국어로 된 개인오디오를 통해 빌딩의 역사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930년 3월17일 착공된 후 1년2개월 만에 완공됐다. 지난 1931년 5월1일 후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버튼을 누르고, 같은 시각 뉴욕에서 전등의 스위치를 켜면서 공식 준공됐다. 

놀라운 것은 2008년 이전까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에너지 비용은 1100만달러 (4달러/스퀘어피트), 탄소배출량은 2만5000톤 (22lbs/스퀘어피트), 피크 전기 수요량은 9.5㎿(3.8W/스퀘어피트)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소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친환경 리모델링을 시행, 한해 평균 38%, 440만달러에 이르는 에너지를 줄이는 건물로 탈바꿈됐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친환경적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은 오는 2050년까지 현재 탄소배출량 75%를 절감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특히 미국 상업 건축물 중 72%가 1990년 이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이번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친환경 건물로 탈바꿈시킨 대표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에너지 제어 장치를 최적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임대 공간에 조명 전기 밀도를 조정했으며 냉동기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고 건축물의 외장 유리를 교체하는 등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 여러 요소를 통합해 실행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5000달러에 이르는 덴마크는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해온 지난 30년간 에너지 소비가 전혀 늘지 않았다. 오히려 2050년 이후에는 화석연료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는 현재 유럽국가 중 경제 규모 대비 에너지 소비율이 가장 적은 국가로 분류된다. 주택 에너지 소비를 예로 들면 1972년부터 현재까지 덴마크의 주택 에너지 소비량은 50% 정도가 절감됐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부터 ‘수명주기비용 (Life Cycle Cost)’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건물의 설계, 시공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유지비용과 철거비용을 고려한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는 전체 전기 소비의 10% 이상을 사용하는 펌프 제품에 관해 ‘EuP’라는 에너지 관련법을 제정, 지난해부터 기존 펌프 대비 59%, 오는 2015년부터는 65%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펌프류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관련규정을 강화시켰다. 이와 같은 EU의 법제정은 표면적으로는 에너지 절약 및 지구온난화 방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이면에는 현재 최고 수준의 효율 등급을 요구하는 EU의 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신흥국 저효율 제품의 유럽시장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EU의 에너지 관련 법제화는 저가 전략을 앞세우는 신흥 제조국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기업과 정부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고효율 제품을 개발하고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국가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가격이 아닌 기술과 품질을 고려, 제품의 수명주기비용 관점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기업 및 관공서도 최저가격 기준으로 조달하는 현재의 관행보다 고품질과 고효율 제품을 사용해 제품의 수명주기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법제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에서는 오래지 않아 저가 및 저효율 신흥국 제품들이 범람해 엄청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게 될까 봐 크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