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부채 총액이 무려 3783조원에 달한다. 가계부채 1223조원, 정부부채 496조원, 기업부채 2064조원을 합한 금액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428조원에 비해 2.65배나 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공무원과 군인 연금 충당금 596조원 등 정부의 추가적인 부채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부채 총액은 GDP의 3배가 넘는다. 경제가 점차 부채상환능력을 잃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부채의 성격이 악성이라는 것이다. 양성 종양은 수술이나 투약으로 고치면 된다. 그러나 악성 종양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 마찬가지로 부채가 양성이면 소득을 통해 갚으면 된다. 그러나 악성일 경우 경제가 부도위험에 빠진다.

지난 1월 말 현재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액은 688조14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생계형대출은 268조3000억원으로 39%, 주택담보대출은 419조8000억원으로 61%를 차지한다.

생계형대출 중 56.5%는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부터 받는 대출로서 이자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5% 내외의 이자를 내지만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30%가 넘는 이자를 내야 한다. 한번 생계형대출을 받으면 소득의 급격한 증가가 없는 한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 경우 빚의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결국 파산 위기에 처한다. 주택담보대출은 주거와 재산증식의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보편적인 대출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주택가격이 오를 때의 이야기다. 주택가격이 내리면 가계를 부도의 벼랑으로 내모는 덫으로 바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장기침체의 수렁에 빠져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여 가난하게 살고 주택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려 해도 쉽지 않아 부도 위험에 처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기업부채도 극히 위험한 구조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낮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의 비율이 2010년 22.8%를 기록한 이후 계속 상승세를 보여 2013년 37.6%까지 치솟았다. 상장사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아 사실상 부도 위기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부부채가 지나치게 많다. 연간 이자 지급액만 23조원에 이르러 그렇지 않아도 세수가 부족해 쌓이는 재정적자를 증폭시키고 있다. 더욱이 공무원과 군인 연금 충당부채를 정부부채에 포함시킬 경우 그 비중이 53.3%나 된다. 공무원과 군인들의 노후보장을 위해서 국민 1인당 1187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거꾸로 부실을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나라 빚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경제의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생산과 국민 소득이 늘면 기업과 국민들은 부채를 상환하고 투자와 소비를 늘리는 선순환을 가져온다. 더욱이 정부는 세금을 더 걷어 부채를 상환하고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이런 견지에서 규제개혁과 경제혁신을 서둘러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경제의 생존차원에서 필수적인 과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조세제도와 연금제도를 개혁하여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선심성 사업이나 불요불급한 복지지출을 축소하여 부채를 줄이는 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또한 금융회사들도 생계형대출에 대한 채무자들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고 만기를 연장하여 장기상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을 해 빚을 갚고 경제를 살리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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