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관료주의의 포로로 잡혀 있다. 지난 50년간 국민들은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경제성장에 매진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풍요를 가져왔다. 그러나 막상 국민은 경제의 주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 경제정책을 편 관료들이 경제를 점령하여 불패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물론 우리 경제가 고속성장을 한 데는 관료들의 공이 절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공직자들의 당연한 책무다. 경제는 일단 성장의 궤도에 들어서면 시장기능에 맡겨 스스로 발전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참여와 감시 하에 투명하고 공정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는 권력과 자본의 유착이 구조화하여 비리의 함정에 빠진다. 우리나라는 경제를 시장에 올바르게 돌려주지 못했다. 관료들이 갖가지 규제를 통해 경제를 먹이사슬로 결박하고 주요 자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관료들의 부당한 경제지배가 빚은 국가적 참사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선박 안전검사를 하는 한국선급과 선박의 안전운항 관리를 하는 해운조합에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이사장을 맡아 관리와 감독을 부실하게 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관료주의 부당행위가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조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관료들이 ‘관피아’라고 불리는 이익집단을 형성하여 현직 때는 인허가 규제를 만들고 퇴직 후에는 산하기관이나 민간기업에 낙하산으로 내려와 비리를 방조하거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관피아 세력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등 주요 경제부처는 물론 공직비리를 감시하는 감사원까지 뻗어 있다. 폐해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형 로펌에 진출하여 거액의 보수를 받으며 갖가지 이권에 대해 법적 보호나 로비활동을 하고, 대학총장으로 영입되어 대학의 구조조정이나 퇴출을 막고 재정지원을 받아내는 일까지 한다.  

세월호 침몰로 인해 나라가 비통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는 불법개조와 과적으로 배가 복원력을 잃고, 선장과 선원이 기본 운항 수칙과 윤리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후진국형 인재(人災)다. 우리 경제는 세월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정비리의 만연과 경제력 집중으로 인해 경제가 복원력을 잃고 있는 것은 물론 일부 정부 관료들과 기업인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아 언제 대형 부실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구조다.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만2000달러에 그쳤던 것이 올 연말까지 2만9000달러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가운영의 최소한의 조건인 국민생명과 사회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오히려 경제성장이 참사의 위험을 증폭시키는 두려움을 낳고 있다.

총리 사임과 개각, 책임자 수사와 처벌, 희생자 보상, 관련법과 제도개선 등으로 이번 사고를 마무리지으면 안 된다. 관료주의의 지배를 해체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체제 구축을 위해 경제구조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일반규제는 풀되 안전관련 규제는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공직자 임용제도의 개혁과 퇴직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의 차단은 필수적이다. 사회재난과 자연재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재난대응체계의 구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나아가 기업인의 역할과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하여 반사회적 기업인들을 추방해야 한다. 또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부정과 비리를 거부하는 국민의식의 함양도 필요하다. 다양한 방법의 교육과 언론 및 시민단체와의 협력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국가개혁을 위해 정권의 명운을 건 대통령의 결단과 국회의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이는 바다에서 애타게 숨진 영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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