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출규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할 방침이다. 주택 수요자들이 금융회사로부터 빚을 더 얻을 수 있도록 허용해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뜻이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 건설업계가 성장세로 돌아서 내수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부동산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를 경우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높인다. 더 나아가 자산가치 증가와 유동성 확대 효과를 가져와 소비심리를 확산시킨다. 이렇게 되면 장기침체의 수렁에 빠진 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주택관련 대출규제를 푼다 해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제로 주택에 대한 구매수요가 크지 않다. 전국적으로 전세가격이 올라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전세에서 구매로 돌리려면 집값의 30%만 빌리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매거래가 증가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부동산시장 침체가 맞물리는 악순환이 형성되어 구매수요 자체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실업증가와 국민소득 하락으로 인해 빚을 얻어 내 집을 마련해도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부채상환능력이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1000조원이 넘는 부채로 인해 가계의 부도위험이 높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6%에 달해 역대 최고치다. 

경제와 부동산 시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경제성장률을 높여 국민소득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이후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차익세, 취득세 등 부동산관련 세금의 감축은 물론 아파트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보금자리주택 건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폐지 등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이 나올 때마다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가고 가계부채만 증가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 불황이 원인이다. 현 상태에서 부동산 관련규제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LTV와 DTI 완화는 경기활성화 대신 가계를 연쇄부도의 함정에 밀어넣는 화(禍)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국정운영은 마비상태나 다름없었다. 공공기관 개혁, 규제 혁파, 창조경제 구현 등을 추진하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시작도 못하고 동력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 경제팀이 내놓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은 일단 경제를 흔들어 보겠다는 무책임한 조치로 여겨진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급급하여 가계의 연쇄부도에 불을 지피는 부동산정책은 탈피해야 한다.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경제의 체질개선과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근본적인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즉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신산업 발굴에 먼저 박차를 가해야 한다. 동시에 양극화 구조를 개혁하여 중소기업 중심의 새로운 산업발전질서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가 먹거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와 같이 경제성장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한 다음, 재정과 금융의 확대 등을 통해 경기를 효과적으로 부양하는 것이 수순이다. 부동산 정책은 이 과정에서 필요성이 인정될 때 조심스럽게 동원해야 하는 경기부양 수단이다. 한마디로 경제구조개혁이 경기활성화의 전제조건이다.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건전한 성장궤도에 다시 들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이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길이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시장을 먼저 살리겠다는 것은 경제거품부터 만들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에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경제는 희망이 없다. 새 경제팀의 인식전환과 올바른 정책수행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