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수장들의 만남. 5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를 찾은 윤석헌(맨 오른쪽) 금감원장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금융감독 수장들의 만남. 5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를 찾은 윤석헌(맨 오른쪽) 금감원장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현행 금융감독 체계를 손보는 것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산업 진흥을 증진하는 정책과 함께 감독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정책과 감독 기능을 금융위가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독 기능을 수행해야 할 금감원이 ‘감독기구’가 아니라 ‘금융위의 집행기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학자 시절 ‘비정상 경제회담’이라는 책에서 “금감원이 지금처럼 금융위 아래 묶여 있는 구조에서는 감독기구 본연의 기능인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나 최근 가계 부채 문제는 감독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금융에 관한 산업 정책은 물론 감독 정책까지 맡고 있는 상황에서는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는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작동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법이 선언적인 문구라면, 그 아래에 있는 시행령이나 감독규정은 매우 구체적인 사항을 담고 있다”며 “감독규정 개정(감독 정책)을 금융위가 맡고 있다 보니 금융환경 변화가 탄력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기관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금융소비자의 민원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 금감원이 감독규정 개정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주장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를 위해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하고 정부 조직 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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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능성이 큰 개편안은 금융위를 해체하고, 정책 기능은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로, 감독 기능은 금감원으로 각각 이관하는 것이다. ‘금융위-금감원’에서 ‘기재부-금감원’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의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됐다. 외환위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정부가 통합 금융감독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98년 4월 금융감독 관련 규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설립됐다. 금감위는 행정조직이 아니라 9인의 소수 공무원으로 구성된 국무총리 소속의 위원회였다. 뒤이어 1999년 1월 옛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된 금감원이 설립됐다. 이로써 한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 정책을 만드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감위·금감원 3원 체제가 됐다. 이때 금감위원장은 금감원장과 겸직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감독을 집행하면서 금융시장 변화를 반영한 감독규정 개정에도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감독규정 개정은 금감위의 권한이었지만 금감원이 개정안을 내놓으면 이를 금감위가 채택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금감위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 기능을 통합해 금융위로 출범하게 됐다. 금융감독 체계가 3원화돼 있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10인이 채 안 되는 공무원 조직으로 시작했던 금감위 공무원은 금융위 출범 전까지 약 150명 수준으로 15배가 커졌고, 금융위 출범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인력까지 수용하면서 다시 250명가량으로 늘어났다. 금융위의 파워는 늘어난 공무원 수가 말해주듯 금융 정책부터 감독 정책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도 드러난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직이 금지되면서 두 기관의 조율은 사실상 사라졌다.

문 정부는 이런 비대해진 금융위를 손보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로선 이런 움직임이 달갑지 않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한 콘퍼런스에서 “그 어디에도 브레이크와 액셀을 각기 다른 사람이 밟는 법이 없고 한 사람이 밟아야 상황과 여건에 맞춰 운전할 수 있다”면서 “금융 정책과 감독은 실질적인 구분이 어려운 만큼 지난 10년간 안정된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금융위를 대변하는 입장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검토

금감원도 둘로 쪼개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금감원이 통합해 맡아 오던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기관 감독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금융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도 거대 금융사의 부실과 도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 체제를 전격 개편했다. 미국은 2011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에 독립적인 위원회 형태로 소비자금융보호청(CFPB)을 신설했다. CFPB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련법 시행령을 제정하고 있으며 금융기관 감사나 금융교육 등도 담당하고 있다. 영국은 금융감독 기능을 통합·수행해오던 금융감독청(FSA)을 2013년 4월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사 영업 행위를 감독하는 ‘금융행위감독청(FCA)’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건전성감독청(PRA)’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감독 업무가 서로 상충되는 만큼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각각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국도 영국과 비슷하게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별도 기구를 만들자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러나 “소비자 보호와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감독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충되는 면이 있다”며 “재무 건전성을 강조하다 보면 소비자 보호가 침해될 여지가 있는 만큼 한 기관이 상황에 따라 두 가지를 적절히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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