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위협에 대해 “3000억위안으로 한국의 35년 경험과 노하우를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임영근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위협에 대해 “3000억위안으로 한국의 35년 경험과 노하우를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임영근

6월 1일 중국 본토(상하이·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A주 226개 종목이 MSCI 신흥시장(EM) 지수에 편입돼 거래를 시작했다. 세계 최대 지수산출기관인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가 만든 이 지수를 신흥국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투자 업체들이 참고한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인도 등 각 나라 주식이 MSCI EM 지수에 편입돼 있긴 했지만 중국 본토 주식은 빠져 있었다.

이번에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중국 최대 은행인 궁상은행을 비롯해 주류 회사 우량예·구이저우마오타이, 제약 황제주 헝루이이야오 등 유명 대형주들이다. 이 때문에 중국 주식 투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의 전병서 소장이 편입 종목 234개 중 200개에 대해 800장이 넘는 분석 보고서를 전자책으로 냈다. 국내 증권사들도 중국 기업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지만 대상 종목이 많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전병서 소장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여의도 증권가에서 반도체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리던 인물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전병서 당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이 쓴 보고서를 참고해 삼성전자를 산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중국통으로 변신했다. 칭화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푸단대 대학원에서 금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소장을 6월 5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중국경제금융연구소에서 만났다.


중국 주식이 MSCI EM 지수에 편입된 것은 어떤 의미인가.
“지수 편입은 최근 중국 정부의 금융 시장 개방 움직임과 관련 있다. 2014년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매매), 2016년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매매)에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에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증시에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 규모는 총 1700억위안 수준으로 예상한다. 하루 평균 거래액 4000억위안, 시가총액 56조위안에 달하는 중국 증시에 이 정도 자금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1억 명 중국 개미 투자자들이 글로벌 자금의 투자 동향을 보고 배울 수 있어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통 저평가돼 있는 종목에 장기 투자해 추후 차익을 실현한다.”

중국 증시에 왜 투자해야 하는가.
“작년 한 해 중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주가가 두 배 이상 뛴 종목이 몇 개나 될 것 같은가. A주 3521개 중 207개나 된다. 한국 주식시장 종목 상승률과는 차원이 다르다.”

금융정보사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2017년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코발트 제련 회사 한루이구예로 주가가 무려 1215% 폭등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금융 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중국 주식에 투자할 때 가장 큰 리스크를 정부의 금융 시장 개입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금융·통신·전력은 100% 규제 산업이므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빠르게 끼어들어야 한다. 미국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시티은행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나. 한국도 1980~90년대 증시가 급등락하면 당시 기획재정부 차장이 전화를 돌리곤 했다. 심지어 과거 투신협회 자료를 보면 주가 폭락 당시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도 써 있다. 정부 개입은 금융 시장 개방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 주식시장의 역사는 27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 시장을 따라잡으려니 자꾸 주가지수가 급등락하게 된다. 지금까지 약 세 차례 중국 증시 폭락이 있었는데, 이는 일종의 ‘수업료’라고 보는 편이 맞다. 정부가 그리는 그림은 금융 시장 개방을 시작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 유입, 증시 상승, 개미 투자자 참여, 증자를 통한 기업 부채 비율 축소다.”

정부의 개입이 괜찮다는 뜻인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오히려 돈은 정보가 불균형해야 벌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정보 투명성이 너무 높다. (누구나 정보를 알 수 있으니) 기대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부가 관여해야 할 정도로 낙후된 금융 시장이라면,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많다. 지금이 중국에서 돈을 벌 기회란 뜻이다. 중국 정부는 미리 정책 추진 방향을 공개한다. 그대로 따라 가면 된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다.”

주목할 만한 산업은 무엇인가.
“특히 헬스케어 업종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3월 MSCI가 처음 발표했던 초기 편입 종목과 실제 6월 편입된 종목을 비교하면 헬스케어 관련주가 9개 더 편입됐다. 총 18개다. 중국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1억6000만 명에 달한다. 정부도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을 독려하면서 관련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재미있는 분야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여성 지위 상승으로 반려동물 산업이 뜨고 있다. 증시엔 페이디구펀이라는 반려동물 사료 회사도 상장돼 있다. 중국 여성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대신 반려동물 수요가 증가한다는 조사가 있다. 현재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세계 2위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산아제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유아동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출산율이 눈에 띄게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과거 중국 정부가 제한적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한 적이 있는데, 막상 출생자 수는 많아지지 않았다. 먹고 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고급 유아동 시장은 여전히 유망하다. 이런 상황에서 둘째를 낳는 가정은 구매력이 큰 계층일 가능성이 크다. 상하이에 가보면 네살짜리 아이들을 위한 고급 스파도 있다.”

한국은 ‘반도체 굴기’를 우려하고 있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국은 처음 반도체 산업에 손을 댄 1983년 이후 지금까지 총 35년간 쌓은 노하우가 있다. 한국이 이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1995년이다. 중국 정부가 조성하는 3000억위안(약 51조원) 펀드는 분명 큰돈이지만 단순히 돈만 투자한다고 해서 중국이 수년 안에 경험과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을까. 반도체는 생산 기술뿐 아니라 공장 건설, 장비 배치에 따라 수율(완성품 비율)이 바뀐다. 시간 축적 없이 바로 따라잡을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중국 대학가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공유해달라.
“창업 열기가 대단하다. 푸단대 등 명문대에 가보면 정문 옆 건물에 비즈니스 인큐베이터가 몇 개씩 있을 정도다. 이들은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에 상장할 정도의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게 꿈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등 비(非)명문대 출신 성공한 기업가의 탄생으로, 청년들의 롤모델이 바뀌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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