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 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세 번째),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네 번째) 등의 참석자들이 손뼉를 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 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세 번째),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네 번째) 등의 참석자들이 손뼉를 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가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 수수료 없는 지급 결제 시스템 ‘서울페이(Seoul Pay)’ 도입을 추진한다.

서울페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매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카드 수수료 없이 결제되는 장점이 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선 7기 공약으로 내세웠던 자영업자 3종 지원 대책 중 하나인 핵심 사업이다.

서울시가 서울페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경기 불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박 시장은 서울페이를 중국의 알리페이(Alipay)와 같은 대형 결제 시스템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서울페이는 알리페이와 같이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계좌와 계좌 간 직접 송금 거래라는 결제구조를 갖고 있다. 지급 결제구조의 외형을 봐선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운영원리에선 전혀 다르다. 알리페이는 민간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수익구조를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동하면서 중국인에게 큰 효용을 제공하며 성장했다.

반면 서울페이는 이렇다 할 고객 혜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금융사 중심의 운용이 아닌 관(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서비스가 얼마나 소비자들의 사용을 이끌지에 대한 회의론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 관계와 역행하며 수수료를 없애는 서울페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거부감도 제기되고 있다. 수수료 수익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가진 금융사들이 왜 수수료 제로 서비스에 동참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기초적 이해 없이 중국식 알리페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서울시의 시도를 ‘섣부른’ 실험으로 평가한다.

서울페이는 스마트폰 앱으로 판매자(매장)의 QR코드를 인식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단순히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만 보면 QR코드로 결제하는 중국의 알리페이와 같다. 서울페이는 중간단계 없이 돈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동한다. 중간단계가 없기에 수수료도 없다.

문제는 서울페이에 참여하는 금융회사와 네이버페이 등 결제 플랫폼 회사는 서울페이 사업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고, 서울페이를 사용할 구매자들도 서울페이를 사용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구매자와 가맹점에 온갖 부가 서비스와 혜택을 제시하며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거둬가는 알리페이의 겉모습만 따라가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서울시는 서울페이 사용자에게 △소득공제율 40% 적용(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항) △교통카드 기능 탑재 △공공 문화체육시설 할인 등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신용카드가 교통카드 기능이 있고 다양한 부가할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실상 소득공제율(신용카드 15%)이 높다는 것 외에는 차별화된 혜택이 없다. 또 신용카드는 캐시백으로 일부 금액을 되돌려줘 소득공제율이 높은 것도 큰 매력을 끌기는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득공제율 40% 정도라면 일반 신용카드의 캐시백 서비스와 비슷한 정도의 혜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카드와 직불형 서울페이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신용카드는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 할인 혜택을 준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혜택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를 받기 때문인데 서울페이가 수수료를 안 받겠다고 하니까 소비자들을 유인할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의 알리페이는 다양한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주민등록이 되지 않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워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이 많은데, 알리페이에 가입하면 알리페이 계정에 현금을 충전할 수 있고 100만 개가 넘는 알리페이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또 다른 사람의 알리페이 계정으로 송금도 할 수 있는데 수수료와 이용 제한이 없다. 은행계좌나 카드가 없는 고객에게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알리페이가 이런 혜택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가맹점에서 받는 결제 수수료, 구매자들이 선불로 충전한 금액을 다른 금융 투자 상품에 투자해 얻는 수익 등 두 가지 수익구조가 튼튼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알리페이는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인 티몰, 타오바오 등과 연계해 구매자와 판매 기업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며 알리바바그룹 전체의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알리바바의 수익 모델에 따라 운용되는 알리페이가 이용자와 구매자에게도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설익은 자영업 지원책 될 가능성 커

서울페이 사업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페이는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은행 이체 수수료 등의 비용을 은행 11곳과 결제 플랫폼 사업자 5곳이 공동 부담한다. 현재 이용 수수료 수준을 감안하면 은행과 결제 플랫폼 회사가 가져가야 할 연간 700억원 안팎(서울 자영업자 65만~66만명 기준 추산액)의 수수료가 사라지는 사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서울페이의 구조는 결제 사업자들을 통해 결제될 때 시중은행의 (구매자) 계좌에서 돈을 자동이체로 빼가는 것인데, 은행은 이체 수수료 수익이 많이 준다”고 했다. 여기에 서울페이를 사용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줄어들면 신용카드사들도 결제 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은행은 이체 수수료를 못 받고 카드사는 결제 수수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중으로 수익을 뺏기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은 서울페이 참여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 시장은 3선에 도전하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6월 초 서울의 자영업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카드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거의 0%대, 제로화 수준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만들었다”며 “카드 수수료 문제는 이미 저희가 많은 기술적 준비를 했기에 제가 다시 시장이 되면 금년 연말 안으로 실행할 계획”이라며 서울페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페이의 운용구조를 보면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소비자(구매자)에게 제대로 된 혜택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서울페이가 설익은 자영업 지원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계좌 간 직접 이체 결제를 통해 수수료를 최소화하려 했던 직불카드(1996년 출시), 현금IC카드(2012년)가 모두 금융시장에서 퇴출된 이유는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부가 혜택과 편익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서울페이도 이런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부가 서비스가 없고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결제가 가능해) 신용 공여 기능이 없어 서울페이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QR코드를 가지고 결제하는 것은 현재 체크카드 결제 규모의 아주 일부분 정도만 시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