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1차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가 10월 5일 거리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브라질 대선 1차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가 10월 5일 거리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0월 28일로 예정된 브라질 대선 2차 투표(결선)를 앞두고 극우 성향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차지하자, 국내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이 이를 반기고 있다. 10월 7일(현지시각)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한 극우 성향 후보가 시장 친화적인 인물이란 이유에서다. 원화 대비 브라질 헤일화 환율은 대선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에 가까운 46.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보우소나루 후보와 경합을 벌이던 페르난도 아다지 노동자당(PT) 후보는 이날 투표에서 28.37%의 득표율로 2위에 그쳤다. 일단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번 브라질 1차 대선 결과를 두고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최악은 피했다’고 본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공기업 민영화 등을 추진해 공공부채를 줄이고, 수령 연령이 낮아 재정에 부담을 주는 연금제도를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우소나루 후보 당선 시 재정 적자 축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화 대비 헤알화의 가치 회복, 경제 성장에 대한 희망 등으로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가 바다 건너 남미 국가인 브라질 대선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번 대선 결과가 브라질 경제는 물론 국내에서 많이 투자한 브라질 국채의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판매된 브라질 국채 규모는 7조원에 달한다.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 정부가 원리금 지급을 약속한 채권으로, 만기가 10년으로 길어 투자자는 대개 만기 전 이를 매매한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연 10%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고, 양국 간 조세협약에 따라 채권 이자에 대해 무제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은행 적금에 대한 이자소득세가 15.4%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브라질 국채 투자의 장점을 고객에게 적극 홍보했고 인기를 끌었다.

다만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로 투자하고 원리금을 돌려받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된다. 브라질 국채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환투자 성격이 강한 채권이다. 그런데 수익률을 좌우하는 헤알화 가치가 대선 후보 지지율에 따라 출렁대고 있어 국내 투자자가 속앓이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브라질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헤알화 가치가 폭락해 브라질 국채 투자의 장점이 무용지물이 됐다. 단순 계산했을 때 원화 대비 헤알화 가격이 350원일 때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는 1헤알당 300원으로 환율이 떨어지면(헤알화 약세) -14%의 환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브라질 국채의 표면 이자율이 10% 수준으로 국내 금융 상품에 비해 높아도, 환율이 도와주지 않으면 투자자는 원금을 까먹게 된다.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9월 14일 266원까지 떨어져 10년 이내 최저점을 기록했다. 2010년 60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증권사에는 원금 손실을 본 브라질 국채 투자 고객의 아우성이 빗발치는 동시에, 저점에 매수하려는 문의가 이어졌다.

브라질 대선에 따른 환율 변동에 국내 투자자가 촉각을 곤두세우자 국내 증권사들은 바빠졌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의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지난달 브라질을 방문해 현지 분위기를 점검하고 돌아왔다. 10월 2일 서울 여의도에서 NH투자증권이 열었던 브라질 채권투자설명회는 평일에 열렸음에도 200여 명의 투자자가 참석해 브라질 대선 전망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결선까지 브라질 투자 유보하라”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매든, 신규 투자든 브라질 채권을 가만히 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이 정해져야만 브라질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헤알화는 브라질 대선 정국에 따라 오르내리는 양상을 반복했다.

우선 지난 9월 들어 브라질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는 헤알화가 약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14일에는 헤알화가 역대 최저점인 266.51원까지 내렸다. 당시 이틀 전인 9월 12일,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면서 브라질 대선 결과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약 보름이 지난 10월 2일, 1차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후보 우세라는 결과가 발표되자 헤알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헤알화는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가 점쳐지면 강세를, 룰라 전 대통령 대신 대선에 출마한 아다지 후보가 이길 것으로 예상되면 약세로 움직였다. 결국 1차 투표(10월 7일)에서 보우소나루 후보가 이기자, 헤알화는 강세를 이어 가 10월 10일에는 8월 초 이후 2개월 만에 1헤알당 300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최근 3개월 이내 최고치다.

브라질을 탐방한 후 보고서를 작성한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후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연금 개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올해 10월 대선 결과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새 정부가 출범해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면 현재 수준보다는 헤알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plus point

브라질 1차 대선 1위, 보우소나루 후보

보우소나루 후보는 인종 차별 발언과 동성애, 여성 비하 등 과격한 발언으로 주요 외신으로부터 “열대지방의 트럼프(Trump of the Tropics)”로 불리는 인물이다. “내 아들이 동성애자인 것보다는 차라리 걔가 사고로 죽는 게 낫다” “게으르고 뚱뚱한 원주민” “여자들은 돈을 적게 벌어야 한다. 임신을 하기 때문이다” 등 그의 막말 어록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발언이 반감을 사면서 그는 지난달 좌파 정당 출신 한 남성의 칼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1차 투표 이후 브라질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막말 성향 지우기’에 나섰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브라질에는 권위는 있지만 권위주의는 없는 통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브라질 여성이 보호받는다고 느낄 만큼” 강력하게 범죄를 단속할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의 행보를 두고 “독재 정권이 될 것이란 국가 안팎의 우려를 완화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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