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라자드자산운용 상무, 도이치에셋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미국 스커더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미국 뉴욕대 회계학과 졸업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존리라자드자산운용 상무, 도이치에셋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미국 스커더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미국 뉴욕대 회계학과 졸업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올 한 해 동안 코스피 시가총액이 206조원 증발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보다 21% 하락했고, 삼성전자 주가는 5만4000원에서 12월 현재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주당 10만원에 육박하던 SK하이닉스 주가는 6만1800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그런데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가는 올해 50% 이상 상승했다.

한진칼의 주가 상승은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강성부 KCGI 대표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경영참여를 이유로 한진칼의 지분 9%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행동주의 펀드란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뒤,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수익을 얻는 펀드다. KCGI가 11월 16일 지분 투자를 공시한 이후 한진칼 주가는 일주일 만에 34% 급등했다. 주식투자 게시판에서는 ‘한국판 엘리엇이 탄생했다’는 찬사와 함께 앞으로 한진칼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소액 주주 대접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쏟아졌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좋고, 주주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좋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결국 ‘펀드가 돈을 벌어다 줄 것이냐’로 귀결된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 펀드의 ‘조상’ 격인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만나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존리 대표는 2006년 미국 라자드자산운용에서 ‘장하성 펀드’라고 불린 한국 최초의 기업 지배구조 펀드를 직접 운용한 인물이다. 그가 1991년부터 15년 동안 운용한 ‘코리아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1600%를 기록했다. 사무실은 강남도 여의도도 아닌 서울 중구 계동길 꼭대기에 있었다. 칼바람이 불던 12월 4일, 북촌 언덕길을 올랐다.


최근 주목받은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를 평가한다면.
“KCGI의 한진칼 투자를 묻는 것인가. 행동주의 투자 관점에서 이상적인 투자라고 보긴 힘들다. 행동주의 투자 관점에서 이상적인 투자처는 기업 가치는 훌륭한데, 경영진이 그 회사를 망치는 곳이다. 한진칼의 주가가 박스권이었던 것은 항공 업계 자체의 문제였지 경영진이 잘못해서가 아니었다. 행동주의 투자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경영진을 압박하려면 변호사를 써서 소송도 해야 하고, 기타 주주 설득도 해야 한다. 한진칼이 그 정도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는 기업인지도 의문이다. 다만 대표의 이름(강성부)과 회사(KCGI)를 알리는 홍보 효과 측면에서는 성공했다.”

KCGI가 한진칼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보나.
“미국에 수많은 행동주의 펀드가 있다. 이들의 목적은 결국 돈이다. 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해 주가가 오르는 게 확인됐으니 주주들이 지지하는 것이다. 기관 투자가가 손해를 감수하고 행동주의 펀드와 함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애초 잘못된 생각이다. KCGI는 한진칼에 펀드 측 상근 감사 자리를 확보하는 정도에서 합의할 것이다. KCGI는 아직 지분 투자의 목표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

한국 증시가 외면받는 이유가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라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는 그보다 더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것을 걱정한다. 최근 전 직장(도이치에셋매니지먼트) 동료가 한국에 왔다. 그들이 한국 기업의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한국 대기업의 폐쇄적 문화였다. 의논하지 않는 문화, 비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 이런 것을 더 문제 삼는다.”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대차다. 2014년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투자 등을 비롯해 이해할 수 없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 여럿 있었다. 대다수 한국 기업 문화는 봉건시대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오너 회장이 결정하면 반대하지 못한다. 기업 경영에 여성 참여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한국 기업 이사회에 여성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20개국 중 꼴찌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여성 참여는 다양한 시각에서 산업을 바라봐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최근 ‘더우먼펀드’ 를 출시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나.
“더우먼펀드는 여성 참여가 활발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다. 지난달 1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호로 가입했다. 지난해 7월 일본 공적연금(GPIF)이 여성 친화적 기업에 연간 1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이 자극이 됐다. 하지만 나는 한국 증시가 외국인의 관심을 못 받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어떤 이유인가.
“한국 사회는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저축 외에 금융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학 입시에 목을 메면서 정작 금융이나 투자교육은 하지 않는다. 일반인을 탓할 게 아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한다. 한국 퇴직연금의 주식 편입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국내 연기금도 투자하지 않는 한국 증시에 일반인과 외국인이 뭘 믿고 투자할까.”

한국 증시가 힘을 못 쓰는 요즘, 존리 대표는 관광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펀드 상품 판매와 투자 강연을 한다고 했다. 올해 9월에는 주식투자를 독려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 ‘존리의 라이프스타일 주식’도 개설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최근 2800명을 돌파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존리 대표가 물었다. “그런데 김 기자는 주식투자 합니까” 허를 찔려 무방비로 가계의 재무 상태를 공개하고 말았다. 그가 말했다. “주니어펀드부터 가입하세요. 하루 한 잔 커피값만 투자해도 자녀 미래가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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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추얼펀드(Mutual Fund)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투자회사를 설립해 주식이나 채권·선물옵션 등에 투자한 후 이익을 나눠주는 투자신탁을 말한다. 회사에 투자하기 때문에 뮤추얼펀드 투자자는 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주주가 된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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