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액에 비해 과도한 혜택만 받으려는 체리피커가 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신용카드 사용액에 비해 과도한 혜택만 받으려는 체리피커가 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정부가 영세 가맹점이 신용카드사에 지불하는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함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신용카드사들이 ‘체리피커(Cherry Picker)’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체리피커란 ‘꼼수’와 ‘재테크’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지출한 액수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쏙쏙 챙겨가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용어다.

카드 업계에서는 선불식 기프트카드를 신용카드로 구입한 후 신용카드 항공 마일리지 적립 혜택만 챙기고 기프트카드 구입액의 최대 40%를 현금으로 환불받는 사람들을 대표적인 체리피커로 꼽는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보전을 위해 이른바 ‘알짜카드’ 발급을 중단하거나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카드사와 체리피커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삼포적금’ 통해 항공 좌석 싸게 업그레이드

최근 체리피커 사이에서는 이른바 ‘기프트카드 신공(神功)’이 주목받고 있다. 기프트카드는 백화점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선불 정액제 카드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기프트카드를 구입하면 100만원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기프트카드는 선물용으로도 쓰인다.

기프트카드 신공이란 기프트카드를 판매사와 동일한 카드사의 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되는 신용카드로 구입하고 마일리지를 적립한 후 기프트카드 구입 금액의 60% 미만만 사용하고 40%(카드 약관상 최고 환불 가능 비율)를 현금으로 환불받는 방식이다.

소비자로서는 기프트카드 구입액 전액에 대해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지만, 실제 사용 금액은 60% 정도에 불과해 득이 된다. 반대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기프트카드 환불로 인해 60% 미만의 사용 실적만 남게 돼 손해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모든 카드가 기프트카드 구입 시 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사전에 상품안내서를 확인해야 한다”라며 “기프트카드 구입 시 마일리지 적립이 불가능한 카드에 대해 미리 안내하는 카드사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체리피커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이른바 ‘삼포적금’도 있다. 이는 실제 있는 적금 상품이 아니라 삼성카드 항공 마일리지 포인트를 은행 적금처럼 차곡차곡 쌓아 해외여행 시 저렴한 비용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승급)하는 방식을 뜻한다.

삼성카드와 제휴사 포인트 전환 서비스를 활용해 카드 결제 없이 매달 10만원씩 투자하면 1년 동안 약 6만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적립한 마일리지를 차감하면 일반석 항공권은 비즈니스석으로, 비즈니스 항공권은 퍼스트석으로 1단계씩 승급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북미 노선 비즈니스석을 마일리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성수기 여부 등에 따라 12만5000~18만5000마일리지가 필요하다. 일반석을 구매한 후 마일리지로 승급하면 6만~12만마일리지면 가능하다. 2~3년간 삼포적금을 꾸준히 활용하면 승급이 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항공사에서 비즈니스석 티켓을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약 10% 저렴하다.

삼포적금을 실행하려면 삼성카드 마일리지 적립 카드(일부 상품)를 발급받고, 삼성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후 하나머니앱, OK캐쉬백앱, 신세계포인트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우선 카카오페이로 10만원을 충전한 후 전액을 하나머니로 전환→OK캐쉬백포인트로 전환→신세계포인트로 전환→삼성카드 마일리지로 전환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삼성카드는 마일리지 전환 및 적립을 위한 매개체로만 쓰인다. 수차례 제휴사 포인트 전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리피커들 사이에서는 인기다.

이에 따라 체리피커와 카드사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삼성카드는 올해 초 체리피커를 막기 위해 삼포적금 매개체로 쓰인 아멕스카드의 마일리지 전환 서비스를 없앴다. 그러나 삼성카드가 SC제일은행과 제휴해 출시한 카드를 사용하면 마일리지 전환이 가능했다. 삼성카드는 SC제일은행 제휴카드 발급도 최근 중단했지만, 이미 발급받은 사람들은 여전히 삼포적금을 활용하고 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적정 수준에서 마일리지 적립 등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리면 ‘입소문 마케팅’에 도움될 수 있지만, 과도할 경우 카드사의 부담이 크다”라며 “자칫 ‘적자카드’ 혹은 ‘적자서비스’로 낙인찍히면 상품이나 서비스가 단종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혜택만 따먹는 체리피커.
혜택만 따먹는 체리피커.

카드사들 부가서비스 축소 움직임

올해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영세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이 시행됨에 따라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카드사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최대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율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연매출액 5억~30억원 이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연매출 5억~10억원 가맹점은 2.05%에서 1.5%로, 10억~30억원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분을 보전하기 위해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3월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카드사들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다음 달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1.8~1.9%에서 2.1%까지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영세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한 대신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인상하려 한다”고 했다.

금융 당국도 카드사의 손을 들어줬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2월 19일 카드 수수료 개편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대형 가맹점이 협상력 우위를 근거로 부당하게 낮은 카드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또 “올해 1분기 중에 카드사 부가서비스 축소와 관련한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라며 “우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급격한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는 소비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적정한 수준에서 조율하겠다는 것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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